입력 : 2026.10.02 06:00
중국 공산당 1958년 도입한 호구제
상하이서 3년 소득세 내면 2채까지 매입
'매수 후 실거주' 의무는 중국에도 없어
서울 토허제는 연말 종료, 연장 가능성도
[땅집고] “중국보다 집 사기 힘든 나라.”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와 관심을 끌었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도 상당수 지역에 적용 중인 토지거래허가제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호구제(戶口制)를 닮았고, 어떤 면에서는 더 엄격하다는 내용이다. 야권에서도 현 정부가 시행 중인 첩첩산중 부동산 규제를 중국 호구제에 비유하는 말이 종종 나온다. 땅집고가 중국 현지 매체 보도 등을 분석한 결과, 실거주 의무를 비롯한 일부 측면에서는 실제로 한국 토허제가 중국보다 더 심하게 개인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인권 침해 대표 사례… 소득세 내야 주택 매수 가능
중국의 호구제는 1958년 제정한 '호구등기조례'에서 출발했다. 이는 주민을 농민과 도시민으로 양분하는 주민등록제도로, 농민이 주거지를 도시로 옮기려면 채용 증명이나 전입 허가가 필요하다.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고 도농(都農) 간 신분 차이와 불평등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 꼽힌다. 시간이 흐르면서 규제가 점차 완화됐지만 대도시 호구를 얻기는 여전히 어렵다. 대표적으로 상하이 호구를 받으려면 거주증 7년 보유, 사회보험료 7년 납부, 중급 이상 전문기술 자격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주택을 매수할 때도 호구제에 따른 제한이 따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호구가 없는 '외지 호구' 가구는 사회보험료나 소득세를 1년 이상 연속으로 내야 외환(外環·외곽순환도로) 안쪽 도심 주택 1채를 살 수 있다. 외지인은 원칙적으로 상하이 주택 매수가 불가능하며 시내에서 생활했음을 입증해야 집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주택 수 제한도 있다. 상하이에서 사회보험료나 소득세를 3년 이상 낸 외지 호구 가구는 주택을 도심 주택을 2채까지 보유할 수 있다. 상하이 호구 가구도 외환 안쪽에서는 2채까지만 살 수 있다. 단, 외환 바깥은 지난해 8월부터 1년 이상 납부한 외지 호구 가구라면 주택 수 제한 없이 살 수 있다. 다만 이런 중국에서도 매수한 주택에 실제로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중국에서도 호구제에 따른 주택 매수 제한은 점차 완화하는 중이다. 이전까지는 외지 호구 가구가 3년이상 사회보험료나 소득세를 내야만 주택을 매수할 수 있었지만 올해 2월 26일부터 1년으로 단축됐다. 규제가 풀리자 외지 호구자의 매수 문의도 늘었다. 중국 관영 중앙라디오TV총국 '중국지성'에 따르면 상하이의 한 중개인은 " 외지 호구 매수자 비중이 30% 안팎"이라며 "정책 발표 직후 매수 희망자들의 전화가 이어졌다"고 했다.
◇ 실거주 의무는 중국에도 없는데… 서울은 2년간 실거주 의무
한국은 토지거래허가제로 중국에 못지 않게 주택 보유와 거주 이전 자유를 침해하는 중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 당시 제정됐다. 당시는 개발 예정지의 땅 투기를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사실상 ‘아파트 거래 허가제’가 되어 아파트값 상승을 제한하는 제도로 쓰인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지난 8월에는 신규 택지 발표를 앞두고 서울과 수도권 그린벨트도 토허구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현행 토지거래허가제는 아파트를 매수해서 실거주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행해야만 거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주택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과한다는 면에서는 중국 호구제보다 규제가 더 심하다.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집을 사면 그 집에 2년 동안 직접 살아야 하므로 주택 매수 후 임대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실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취득가액의 최대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물어야 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매수 요건만 갖추면 그 이후 집을 어떻게 쓸지 묻지 않는다. 상하이시 매수 규정에는 실거주 조항이 없다. 오히려 중국 국무원 주택임대조례와 상하이시 주택임대조례는 집주인이 계약을 신고하기만 하면 자기 집을 세놓을 수 있도록 했다. 상하이에서 일하다 집을 산 뒤 세를 놓고 다른 도시로 옮겨도 막는 규정은 없다.
중국에는 실제 거주하지 않은 주택이라고 해서 양도세를 더 부과하는 제도도 없다. 중국은 ‘자용(自用) 5년’의 기간을 채운 가구의 유일한 주택을 팔 때 개인소득세(양도세)를 면제한다. 여기서 ‘자용(自用) 5년’이란 거주 요건이 아니라 ‘주택을 산 때부터 팔 때까지 기간이 5년 이상’이라는 의미다. 반면 한국은 1세대 1주택 보유자라고 해도 그 주택에 거주하지 않았을 경우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작년 10·15 대책으로 지정된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올해 말 기간이 끝난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달 16일 인사청문회에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관계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말해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