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30 06:00
[땅집고] “우리나라 대표 흉가인 곤지암정신병원이 쿠팡 물류센터로 바뀌었다던데… 이게 정말인가요?”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에 1980년대 문을 연 ‘남양신경정신병원’. 1997년 폐원한 뒤 20년 넘게 야산 속 폐건물로 방치되면서 이른바 ‘곤지암정신병원’으로 유명세를 탄 국내 대표 흉가다. 당시 병원장이 귀신에게 홀려 스스로 마취제를 놓아 자살한 뒤, 환자가 계속해서 죽어나갔다는 괴담까지 돌았다. 2018년에는 이 이야기를 다룬 공포영화 ‘곤지암’이 개봉하면서 공포체험 매니아들의 성지가 되기도 했다.
이런 곤지암정신병원이 대형 유통업체인 쿠팡 물류센터로 탈바꿈했다는 소식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엄청난 물류량을 소화해내기 위해 매일 수천명 인력이 건물에 드나들면서, 음산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이 터에 자리잡고 있던 귀신들까지 퇴마됐다는 우스갯소리도 함께다.
하지만 곤지암정신병원이 쿠팡 물류센터로 개발됐다는 풍문은 사실이 아니며 두 건물이 엄연히 다른 현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지 간 거리가 직선 약 200여m 정도로 가까운 탓에 빚어진 혼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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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곤지암정신병원은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소름끼치는 장소’로 악명을 떨친 탓에 좀처럼 매수인을 찾지 못했다. 실제로 이 건물을 상속받은 소유주가 2018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영화 때문에 막대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부지에 대한 매각 논의가 되고 있었는데, (건물이) 영화의 배경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계약이 파기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건물주는 2018년 5월 병원 건물 전체를 철거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2020년 4월 병원 부지 1만1028㎡(약 3335평) 전체가 총 49억9077만원에 매각됐다. 당시 공시지가가 ㎡당 24만8100원인 것과 비교하면, 공시가의 약 1.8배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이후 여러 차례 거래가 이뤄졌고 현재 이 부지에는 경량철골구조로 된 1층 높이 건물 3개동이 들어서있다. 경기 파주시에 본사를 둔 한 글램핑·숙박시설 업체 소유다.
이어 쿠팡 물류센터는 곤지암정신병원 부지 북서쪽으로 200m 정도 거리에 조성한 신대지구 물류단지에 들어섰다. 정식 명칭은 ‘쿠팡 곤지암2센터’다. 광주시가 2015년 이 일대를 산업·유통형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결정하고, 이후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인허가 내리면서 본격 물류단지가 개발됐다. 현재 쿠팡 곤지암2센터 바로 옆 물류센터는 BGF로지스, GS네트웍스, 오뚜기 등이 함께 쓰고 있다.
쿠팡 곤지암2센터 개발은 2019년 본격 시작됐다. 유진자산운용이 ‘유진드림스퀘어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33호’를 통해 시행을 맡았고 사업비 조달을 위해 총 1200억원 규모 대출을 일으켰다. 쿠팡 곤지암2센터는 크게 B-1과 B-2 물류창고 두 건물로 구성한다. 약 1만8294㎡ 대지에 지하 2층~지상 최고 4층, 연면적은 약 4만5597㎡(약 1만3817평) 규모며 2020년 10월 준공했다. 시공은 KCC건설이 공사비 968억원에 수주했다.
유진자산운용은 착공한지 약 6개월 만인 2019년 7월 도이치자산운용과 약 1600억원에 선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공정률이 11% 그쳤는데도 매수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 해당 물류센터가 쿠팡이라는 핵심 임차인을 들인 덕분에 선매각이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은 2020년 11월 새 물류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라며 이 곳에서 근무할 직원 채용을 시작했고, 당해 말 실제 운영을 시작했다.
쿠팡이 곤지암2센터를 쓰면서 지불하는 정확한 임대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최근 수도권 상온 물류센터 평균 임대료가 3.3㎡(1평)당 월 3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쿠팡이 내는 연간 임대료가 50억원 수준일 것이라고 추산한다. 다만 실제 임대차계약상 금액은 장기임차 할인 및 실제 사용면적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한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현재 곤지암읍에는 쿠팡을 비롯해 CJ대한통운, CU 등 대기업이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곤지암읍이 수도권 외곽 입지라 물류를 보관할 큼직한 건물을 짓기 적합하고, 서울까지 자동차로 1시간 내외 걸릴 정도로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