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29 09:37
"1주택자 실질 증세는 원상복구해야"
"강남 위축은 버블 꺼지는 과정"
"서울은 노령화로 더 큰 위기"
[땅집고]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래 의무 유예를 2027년 말까지 연장한 데 대해 "정부 말 듣고 정부를 신뢰한 매도자들이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유튜브 '손에잡히는경제'에 출연해 진행자 박정호 명지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래 의무 유예 연장과 관련 “나는 집을 싸게 팔고 몇 억 손해 보면서 급하게 처리했는데 또 말을 바꾸면 이게 뭐냐”는 매도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 말 듣고 정부를 신뢰한 분들인데 정부한테 뒤통수를 맞은 거예요”라며 “정부가 주택 가격 잡는다는 망상에 빠지면서 실질적인 손해는 일반 서민들이 보는 게 굉장히 잘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제 정부가 뭔가 정책 얘기하고 바꾼다고 했을 때 누가 신뢰를 하겠느냐. 아무도 신뢰를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정책이 잘했다 못했다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정책의 신뢰성을 말씀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최근 서울대 김경민 교수를 서울시장 후보로 언급한 바 있다.
◇ “다주택 중과는 찬성…1주택자 증세는 원복해야”
김 교수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 “다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와 고가주택에 대한 중과는 찬성하지만 문제는 1가구 1주택에 대한 실질적인 증세가 돼버렸다는 것”이라며 “저는 이거 다 원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가주택에 대한 중과,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중과는 조세저항이 존재할 거라고 봤는데 생각보다 덜하다. 저는 이거 두 개만 돼도 진짜 큰일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1가구 1주택인데 거주와 비거주를 실질적으로 나누는 건 굉장히 지난하다”며 “그래서 이거는 기존으로 원복했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은퇴 후에도 원래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하는 고령 1주택자가 세금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대치동이나 역삼동 이런 데 90년대에 들어가서 사신 분들이 거기 가격을 올린 게 아니다"라며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자신의 집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하는 정책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 사례를 들며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는 본인이 주택 산 시점부터 1~2년마다 2%씩 (보유세를) 올리고, 뉴저지는 6%씩 올려 더 많이 과세할 부분은 이연시켜서 그분이 여생을 마쳤을 때 한 번에 정리하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금 내려고 집 파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강남 위축은 버블 꺼지는 과정…2022년 같은 폭락은 아니다"
내년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김 교수는 "강남은 아마 하락 기조로 들어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그렇다고 2022년에 (있었던) 폭락, 그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올해 초반까지 거의 3년 반을 오른 것"이라며 "사람들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갔고 거기에 버블이 꼈다고 했을 때 일부 조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3구와 한강권(마용성)은 "거의 동조화돼서 움직인다"고도 했다.
그는 버블의 특징으로 "외부 충격에 굉장히 취약하다"는 점을 들며 "올해 2월, 3월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안 한다고 했던 메시지 하나로 거래량이 확 줄면서 가격이 한번 꺾였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버블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 모습은 버블이 가라앉는 과정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 인구·경제 성장률 하락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김 교수는 "지금 서울은 굉장히 위기"라며 통념과 다른 진단을 내놨다. 그는 "일본이 인구가 줄기 때문에 도쿄도 인구가 줄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거란 건 대단히 잘못된 정보"라며 "도쿄 23구는 서울과 사이즈가 비슷한데 거기는 인구가 늘고 있고, 지난 1년간 주택 상승률이 도쿄가 전 세계 1등"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은 90년대 중반 1050만이었다가 올해 등록인구 930만이 깨질 것"이라며 "서울은 지금 노령화 도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거로는 "서울 경제성장률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2022년 8등, 2023년 10등, 2024년 11등"이라는 수치를 들며 "인구가 줄고 산업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걸 정부 정책 당국자들이 정말 심각하게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수요자·청년층에 대해서는 "자산 축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며 "처음부터 강남, 마포 같은 곳에 살겠다는 건 마지막 단계의 꿈이고, 처음 단계는 어떻게든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분적립형 등 관련 정책이 이미 일부 존재한다며 "그게 하나의 통합 패키지가 돼서 한번 나오면 제발 안 바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