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29 06:00
[강동구 부동산 리포트] ③ 상일동 신축·기축편
[땅집고] 만화가 강풀은 실제 장소를 사진처럼 세밀하게 옮겨 그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강동구에서 오래 생활한 그의 작품에는 고덕동과 상일동, 천호동을 비롯한 강동구 곳곳의 풍경이 생생하게 등장합니다.
강풀의 만화 ‘당신의 모든 순간’ 주요 무대도 옛 고덕주공아파트였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이 살던 곳으로 설정된 ‘403동 206호’는 당시 고덕주공4단지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의 고덕숲아이파크가 들어선 자리입니다. 아파트 건너편의 넓은 공사장은 훗날 강일리버파크가 조성된 강일지구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은 좀비들이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는 재난 만화이지만, 그 중심에는 한 사람을 끝까지 지키려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가 놓여 있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던 5층짜리 고덕주공아파트들은 이제 모두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재건축 단지인 고덕자이가 2021년 입주를 마치면서, 상일동 일대 저층 주공아파트촌의 풍경도 완전히 과거가 됐습니다.
◇고덕주공 2단지부터 7단지까지, 신축 아파트촌으로 변신
상일동과 고덕동 일대에 자리했던 고덕주공아파트는 대부분 1980년대에 지어진 5층짜리 저층 단지였습니다. 고덕주공은 1단지부터 9단지까지 있었지만, 오늘날 상일동역 주변의 대규모 신축촌을 형성한 곳은 주로 2단지부터 7단지까지입니다.
고덕주공 2단지는 고덕그라시움, 3단지는 고덕아르테온, 4단지는 고덕숲아이파크, 5단지는 고덕센트럴아이파크, 6단지는 고덕자이, 7단지는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로 각각 재건축됐습니다. 1단지는 고덕아이파크로 바뀌어 2011년 먼저 입주했고, 행정구역상 상일동이 아니라 고덕동에 속합니다. 고덕주공 8단지로 불리는 고덕상록아파트와 9단지인 명일주공아파트는 아직 재건축 이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섯 개 단지의 재건축 시기가 비슷하게 맞물리면서 이주와 철거, 분양과 입주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진풍경도 벌어졌습니다. 특히 4932가구 규모 고덕그라시움은 조합원과 일반분양 물량이 워낙 많았습니다. 인근 단지들까지 비슷한 시기에 이주를 시작하자 상일동과 고덕동 일대에서는 한동안 전세 물건을 구하기 어렵고 전셋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분양도 2016~2018년을 전후해 집중됐습니다. 당시에는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해 미계약 물량이 발생하면 건설사가 ‘내 집 마련 신청서’를 받아 모델하우스에서 잔여 가구를 추첨으로 배정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지금처럼 무순위 청약 절차가 제도적으로 정착하기 전의 풍경입니다. 필자 주변에도 이 시기 청약이나 입주권 매입, 잔여 가구 계약을 통해 상일동에 집을 마련한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입주 역시 짧은 기간에 몰렸습니다. 고덕숲아이파크가 2018년 입주한 데 이어 고덕그라시움은 2019년 9월,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와 고덕센트럴아이파크는 2019년, 고덕아르테온은 2020년 2월 입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덕자이가 2021년 초 입주하면서 상일동역 주변의 옛 고덕주공 2~7단지는 모두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했습니다. 고덕그라시움은 4932가구, 고덕아르테온은 4066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입니다.
◇서울의 경계에서 하남… 거대한 주거벨트
상일동은 오랫동안 강동구의 동쪽 끝, 곧 서울의 경계로 인식됐습니다. 그러나 하남 미사강변도시와 강일지구가 개발되면서 상일동의 공간적 성격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상일동에서 강일리버파크와 고덕리엔파크를 지나 미사강변도시로 이어지는 아파트촌이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게 됐습니다. 그 주변으로 하남 풍산지구와 감일지구가 개발됐고, 앞으로 교산신도시까지 조성되면 서울 동부와 하남을 잇는 주거벨트는 더욱 넓어질 전망입니다.
이 일대에서는 서울의 오래된 도심과는 다른 계획도시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넓은 도로와 보행로, 학교와 공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배치돼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구역상 서울과 경기가 갈리지만 주민들의 쇼핑·교육·의료 생활권은 점차 하나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고덕비즈밸리와 삼성엔지니어링, 주거도시에서 업무 도시로
상일동과 고덕동 일대에는 주거 시설뿐 아니라 일자리와 상업 인프라도 빠르게 들어서고 있습니다. 상일동 동쪽에는 삼성E&A, 옛 삼성엔지니어링 본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북쪽 고덕강일지구에는 대규모 업무·상업 단지인 고덕비즈밸리가 조성됐습니다. 이케아와 대형 복합 상업 시설을 비롯해 업무 시설, 지식산업센터, 기업 본사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과거 베드타운 성격이 강했던 강동구 동부 지역의 자족 기능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 신사옥도 고덕비즈밸리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강동구는 2026년 4월 지하 5층·지상 17층, 연면적 약 6만9259㎡ 규모 신사옥 건축을 허가했습니다. 신사옥에는 연습실과 사무 공간뿐 아니라 약 800석 규모 공연장과 주민 개방 공간을 마련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습니다. 강동구는 이를 중심으로 고덕비즈밸리를 문화와 관광이 결합한 K컬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착공과 준공 일정은 향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최근뉴스에서 공원부지문제로 철회한다는 소식도 나옵니다.
G드래곤 소속사로 알려진 갤럭시코퍼레이션도 2026년 5월 고덕동 일대 약 5000평 부지에 ‘갤럭시 로봇파크’를 열었습니다. 로봇 K팝 공연과 로봇 초상화,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문화 공간입니다. 고덕 일대가 주거와 업무를 넘어 엔터테인먼트와 신산업을 실험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상일동의 대장주, 그라시움과 아르테온
상일동 신축촌의 중심은 고덕그라시움과 고덕아르테온입니다. 여기에 고덕센트럴아이파크, 고덕자이,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고덕숲아이파크가 각자의 입지와 학군, 단지 규모를 바탕으로 하나의 신축 주거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고덕그라시움과 고덕아르테온을 상일동의 대표 단지로 꼽습니다. 다만 실제 가격은 면적과 층, 향, 역과 학교까지의 거리, 단지 안에서도 어느 동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근에는 특정 단지를 일률적으로 ‘대장’이라고 부르기보다 전용면적과 상품성이 비슷한 가구끼리 비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고덕그라시움의 가장 큰 강점은 4932가구에 이르는 압도적인 규모입니다. 53개 동으로 이뤄진 대단지로 상일동역과 연결되고, 실내 수영장을 포함한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지가 워낙 넓어 상일동역 접근성이 좋은 동, 강덕초·고덕초와 가까운 동,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기 편리한 동의 선호도가 조금씩 다릅니다. 부지 안에 경사가 있어 같은 단지에서도 이동 편의와 조망에 차이가 난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4066가구 규모의 고덕아르테온은 상일동역에 가깝고 부지가 대체로 평탄하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단지 안에 고현초등학교가 있어 대표적인 ‘초품아’, 즉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꼽힙니다. 전체 41개 동 가운데 일부가 대로 건너편에 별동 형태로 배치돼 있습니다. 별동은 숲과 가까우면서 앞이 트인 동이 있어 조용한 주거 환경을 선호하는 수요자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반면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학교와 중심 커뮤니티에 접근하기 편한 본단지를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고덕센트럴아이파크는 고일초등학교와 가까워 학부모 수요가 두텁습니다.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는 상일중학교가 단지 바로 옆에 있어 중학교 통학 거리를 중요하게 보는 가구의 관심을 받습니다. 상일중학교는 옛 상일여자중학교가 2023학년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학교입니다. 고덕자이와 고덕숲아이파크도 역 접근성, 녹지, 단지 규모와 연식에 따라 서로 다른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배정은 고덕중·한영중·상일중·강명중 등으로 이뤄지지만, 학교군과 통학 구역은 학년도와 학생 수, 교육청 배정 방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 안에서도 동이나 주소에 따라 배정 학교가 달라지는 사례가 있으므로 매수나 전세 계약 전에는 반드시 해당 연도의 강동송파교육지원청 배정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소형과 중형 모두 귀해진 상일동 신축
평형 구성은 단지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용면적 59㎡, 이른바 20평대 후반형이 비교적 고르게 포함돼 있습니다. 신혼부부나 자녀 한 명을 둔 가구, 기존 주택을 줄여 이동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찾는 면적입니다.
한때 고가 주택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매 가격이 특정 기준 이하인 전용 59㎡형에 수요가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 신축 단지의 전용 59㎡형까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과거의 가격 기준만으로 소형과 중형을 구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전용 84㎡를 찾는 수요자는 그라시움과 아르테온뿐 아니라 고덕자이, 고덕센트럴아이파크, 베네루체 등을 함께 비교합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규제는 거래 시점의 금융정책, 주택가격, 소득, 기존 부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15억원 이하는 6억원’, ‘25억원 이하는 4억원’과 같은 기준을 고정된 규칙처럼 적용하기보다는 계약 직전 은행에서 실제 가능 대출한도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일동역 주변 신축 외에도 고덕역 쪽에는 2011년 입주한 고덕아이파크와 2016년 입주한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이 자리합니다.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은 옛 고덕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3658가구 규모 단지로, 지역에서는 흔히 ‘고래힐’이라고 불립니다.
◇학생 수 다시 늘어나는 상일동, 학원가는 고덕역으로
대규모 재건축 단지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상일동 일대에는 젊은 부부와 자녀가 있는 가구가 대거 유입됐습니다. 한동안 학생 수 감소를 걱정했던 학교들도 다시 학생이 늘고 일부 학년의 학급 수가 증가하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라시움 주변에는 강덕초와 고덕초가 있고 아르테온 안에는 고현초가 있습니다. 남쪽에는 강명초·고일초·상일초 등이 자리합니다. 중학교는 고덕중·한영중·상일중·강명중 등이 있으며, 고등학교로는 한영고·배재고·광문고 등이 있습니다. 한영외고도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과거 택지지구로 개발된 지역답게 초·중·고등학교가 대단지 사이사이에 비교적 촘촘하게 배치돼 있다는 점이 이 지역 학군의 특징입니다. 최근 고교 내신 평가 방식의 변화와 학교별 학생 수 차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나치게 유명한 학군지보다 학업 분위기와 주거 환경이 안정된 대안 학군을 찾는 가구가 고덕·상일동을 살펴보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학원은 상일동역 주변 상가에도 들어서 있지만,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은 고덕역과 명일동 학원가에 상대적으로 많이 모여 있습니다. 오후 서너 시가 되면 노란 학원 버스가 상일동 대단지들을 순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삼성E&A와 고덕비즈밸리 등 인근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돌봄과 통학 편의를 함께 제공하는 학원 수요도 커지고 있습니다.
◇스타필드에서 대형 병원까지, 생활 인프라는 완성 단계
생활 인프라도 빠르게 채워졌습니다. 하남 스타필드가 자동차로 접근 가능한 거리(20분 안팎)에 있고 고덕비즈밸리에는 이케아와 복합 상업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상일동역 주변의 기존 상가와 대단지 상가, 고덕역 상권, 미사강변도시 상권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의료 시설 접근성도 좋은 편입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과 강동성심병원, 중앙보훈병원이 강동구 안에 있고 서울아산병원도 올림픽대로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진료부터 중증 치료까지 대형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습니다.
강동구에는 암사종합시장과 명일전통시장, 고분다리전통시장 등 전통시장도 여러 곳에 분포합니다. 대형 마트와 복합 쇼핑몰뿐 아니라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전통시장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생활비와 장보기 방식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한 편입니다.
◇‘5호선 생활권’ 상일동을 바꿀 9호선 연장
교통은 상일동의 가장 큰 약점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기대 요인입니다.
현재 상일동 신축촌의 중심 철도는 지하철 5호선입니다. 5호선을 타면 천호와 왕십리, 광화문, 여의도 방면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강남과 잠실 남부, 삼성동으로 가려면 환승이 필요합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5호선의 긴 이동 시간과 혼잡도를 부담으로 느끼는 주민도 적지 않습니다.
도로 여건은 과거보다 크게 좋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상일동에서 강북 방향으로 이동하려면 암사동의 이른바 ‘토끼굴’을 지나 천호대교 쪽으로 나가거나 한강변 도로를 따라 우회해야 했습니다. 2014년 구리암사대교가 개통되면서 구리와 남양주, 강변북로 방면으로 이동하기 한결 편리해졌습니다. 올림픽대로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접근성도 상일동의 주요 장점입니다.
앞으로 가장 큰 변화는 서울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입니다. 이 사업은 현재 종점인 중앙보훈병원역에서 길동생태공원과 한영고, 고덕역을 거쳐 고덕강일지구까지 약 4.1㎞를 연장하고 4개 역을 신설하는 사업입니다. 서울시는 2028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구별 공사 기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 건설정보에는 일부 구간의 공사 기간이 2028년 3월까지로 표시돼 있습니다.
9호선이 고덕역까지 연장되면 상일동 주민들은 버스나 5호선을 이용해 고덕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게 됩니다. 삼성동과 강남, 신논현, 고속터미널, 여의도 등 주요 업무·상업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지금보다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철도 건설은 공사와 시운전 과정에서 일정이 바뀔 수 있으므로 2028년은 확정 개통일이라기보다 현재의 목표 시점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상일동은 한때 서울의 변두리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낡은 5층짜리 주공아파트가 사라진 자리에 2만 가구에 가까운 신축 주거지가 들어섰고, 그 동쪽으로 강일과 미사, 하남의 신도시가 이어졌습니다. 북쪽에는 고덕비즈밸리가 들어섰고 9호선 연장 공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풀의 만화 속에서 좀비들이 거닐던 고덕주공의 좁은 길과 저층 아파트는 이제 기억 속 풍경이 됐습니다. 그 자리에 서울 동부를 대표하는 거대한 신축 주거도시가 들어섰습니다. 상일동의 다음 변화는 교통과 일자리, 교육과 문화 인프라가 얼마나 빠르게 완성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글=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부동산학 박사), 정리=김나영 기자
※월천재테크 이주현 박사(필명: 월천대사)는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의 저자이자, 언론사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하며 각종 재테크쇼와 강연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풍부한 현장 투자 경험과 학문적 전문성을 겸비한 부동산·재테크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