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23 14:51
국토부, 공적주택 118만 가구 공급안 발효
300조 재원 마련 방안 없고 전월세 급등 예상
80%가 임대, 수도권 집중 심화 우려도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21일 2030년까지 총 118만8000가구 규모의 공적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거복지플랜’을 발표했다. 주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주거 안정을 강화한다는 취지이지만, 약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빠졌다. 정부가 공적 주택용으로 주택을 대거 매입·임차하면서 수도권 집값과 주택 임대료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수도권에만 전체 80%에 가까운 94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 비현실적인데다 만약 실현된다 해도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5채 중 4채가 임대…‘현실성 결여’ 지적도
우선 정부의 주거복지플랜에는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원하는 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전체 공급 물량(118만8000가구) 중 공공임대 및 공공지원민간임대는 94만5000가구로 전체의 79.5%를 차지한다. 반면 실질적인 자가 소유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분양은 24만3000가구(20.5%)에 불과하다. 공적주택 5채 중 1채만 분양물량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욕구를 외면하고 임대 물량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가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자가 소유인데, 정부 정책은 임대주택 거주만을 강요하는 꼴”이라며 “주택 건설에 수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90만 가구 등 119만 가구에 달하는 공급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수치는 그동안 정부가 발표했던 공급 대책과 겹치는 최대 70만 가구를 제외하면 매입형(31만호) 가운데 신축 매입(19만3000호)이나 기축 매입(12만호), 전세형(23만호) 등이 민간에서 건설하는 주택을 활용한다. 정부가 기존 주택을 매입·전세 임차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주택가격이나 전월세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임대·공공분양·장기민간임대 등 다양한 공급수단을 활용하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 “1기 신도시 전체 규모가 약 30만호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대규모 공급의 현실성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갈 사업의 재원도 제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119만 호에 달하는 공적주택 공급에 300조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재원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약 34조원이 전부다. 반도체 추가 세수로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 약 3조2000억원를 활용한다는 계획만 밝혔을 뿐, 5년간의 총사업비도 지원 단가와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2028년 이후 기금과 재정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만 밝혔다.
기본주택 구상 때도 재원이 문제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였던 2021년 이재명표 기본주택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른바 기본주택 4법 등이 잇따라 발의됐다. 당시 국회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택지·재원 한계를 들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이 직접 보유·관리하는 건설·매입임대주택은 초기 건립비용뿐만 아니라 사업 기간 내내 막대한 금융비용과 수선·유지관리비가 누적돼 국가 재정 및 공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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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91만가구 집중…지방 집값 폭락·LH 부실화 초래하나
지역적 불균형 문제도 있다. 이번 계획 중 전체의 약 77%에 달하는 91만7000가구가 수도권에 집중 건립된다. 정치권과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수도권 공급 정책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정부의 지방 공공기관 이전 등 균형발전 정책과 명백히 배치되는 이율배반적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 유인이 커짐에 따라 지방 인구 유출과 경제 활력 저하는 불가피해 보인다.
반면 지방에 배정된 약 27만 가구의 공적주택은 미분양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지방 주택 공급은 수요 불일치를 일으켜 심각한 미분양을 유발하고, 결국 시행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규모 적자로 귀결될 수 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거 수요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 공급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으나, 지방의 인구와 일자리가 빠져나가는 현상이 이어진다면 균형발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