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25 06:00
[땅집고] 경기 김포시 김포골드라인 운양역에서 약 5분 거리. 주변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빼곡하지만 한가운데 약 6만㎡ 규모의 거대한 공터가 남아 있다. 김포시 운양동 1251-1번지, 김포한강신도시 도시지원 시설용지다. 면적은 5만9739㎡로 축구장 8개가 넘는다. 업무·연구시설 등 신도시 자족기능을 담당할 시설이 들어설 땅이지만 2013년 첫 매각 공고 이후 10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했다.
올해 LH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었다. 지난 5월 이 땅을 1117억1200만원에 공급하면서 매매대금을 5년간 무이자로 나눠 내도록 하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LH에 다시 팔 수 있는 ‘토지리턴제’도 적용했다. 하지만 6월 추첨 결과는 유찰이었다. 한 달 뒤에는 ‘1년6개월 거치 후 5년 무이자’에 토지리턴제까지 붙여 다시 공급했다. 당장 땅값을 내야 하는 부담을 더 낮췄지만 이 땅은 여전히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13년째 안 팔리는 6만㎡ 땅…“지을 사람이 없다”
김포한강신도시는 아파트만 계획한 도시가 아니다. 상업·업무·지원시설 부지를 함께 배치해 도시 안에서 일자리와 소비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계획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 속도와 업무·상업시설 개발 속도에는 큰 차이가 생겼다. 운양동 1251-1 부지가 이를 보여준다. 이 땅은 2013년에도 도시지원시설용지로 공급됐다. 당시 관광호텔과 업무시설, 공연장, 전시장, 연구소, 벤처기업 집적시설 등이 들어올 수 있는 땅으로 소개됐지만 실제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운양역 주변에도 비어 있는 상가가 있는데 여기에 또 상가나 업무시설이 들어온다고 장사가 잘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문제는 빈 땅만이 아니다. 이미 상가가 대규모로 들어선 장기동과 구래동에서도 공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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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곳이 장기동 ‘라베니체 마치에비뉴’. 금빛수로를 따라 13개동, 400여개 점포가 들어선 대규모 수변상권이다. 카페와 음식점이 몰리며 김포한강신도시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지만 수변을 벗어나 건물 안쪽과 이면으로 들어가면 1층에도 임대 안내문이 붙은 빈 점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150만원 받던 월세, 100만원 밑으로 내려도 안 나가”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코로나 때 들어왔던 가게들이 2년 정도 영업하다 문을 닫은 곳이 많다”며 “지금은 권리금도 받기 어렵다”고 했다. 임대료도 크게 떨어졌다. 이 상인은 “예전에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50만원 정도가 기본이었는데 지금은 월세가 100만원 아래로 내려가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가 침체의 배경은 김포한강신도시의 부족한 자족기능이다. 대규모 주거지는 들어섰지만 도시 안에서 일하는 직장인과 업무시설은 그만큼 늘지 못했다. 상당수 주민이 서울과 수도권 다른 지역으로 출근하고 저녁에 돌아오는 ‘베드타운’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상권은 거주 인구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평일 낮에도 도시 안에서 일하고 소비하는 직장인이 필요하다. 업무시설과 기업 유치가 더딘 상황에서 상가 공급이 늘면 한정된 소비 수요를 여러 상권이 나눠 가져야 한다. 운양역 인근에서는 상가와 업무시설을 지을 땅이 10년 넘게 비어 있고, 인근 기존 상권에서는 이미 지어진 점포가 임차인을 기다리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다.
◇5만가구 더 짓는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기존 상권에는 ‘양날의 검’
문제는 앞으로다. 기존 김포한강신도시 주변에는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가 추진되고 있다. 양촌읍과 장기·마산·운양동 일원 약 730만㎡에 5만1540가구, 계획인구 11만5965명 규모의 신도시를 추가로 만드는 사업이다. 정부와 김포시는 이번에는 역세권에 주택뿐 아니라 창업지원시설과 업무시설, 공공시설 등을 함께 배치해 자족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교통 여건 개선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김포한강2 개발은 기존 상권에는 기회인 동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인구와 일자리가 유입되면 침체한 기존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 반대로 기업과 업무시설 유치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주택과 신규 상가만 늘어난다면 한강신도시의 소비 수요가 다시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김포한강신도시 한복판에 13년째 남아 있는 6만㎡ 공터는 이 도시가 풀지 못한 숙제를 보여준다. 아파트를 짓고 사람을 채우는 것만으로 도시는 완성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도시 안에서 일하고 소비할 수 있는 일자리와 자족기능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5만가구가 넘는 김포한강2를 추가로 만드는 지금, 김포가 기존 한강신도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지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tmg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