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23 11:16 | 수정 : 2026.09.23 11:23
GTX-A·3호선 등 5개 철도 노선 만나는 핵심 역세권
창릉·장항 등 5만가구 공급 예정…“자족용지 줄어들라” 우려
[땅집고] “대곡역 일대를 30년간 방치하더니 결국 아파트만 잔뜩 쏟아낸다고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와 지하철 3호선을 포함해 총 5개 철도 노선이 만나는 대형 환승역인 경기 고양시 대곡역 일대에 94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이 본격화한다. 정부가 최근 대곡역 주변을 공공주택지구로 공식 지정한 데 이어 추가 주택 공급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일산 등 고양 지역에서는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곡역은 여러 철도 노선이 모이는 수도권 서북부 핵심 교통거점이지만 주변 개발은 수십 년간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대곡역 일대를 아파트 중심으로 개발하기보다 기업과 업무시설을 유치해 고양시의 부족한 자족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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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역세권 9400가구 본격화…고양 곳곳엔 이미 대규모 공급
2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내곡동·토당동 일원 약 199만4000㎡를 ‘고양대곡지식융합 공공주택지구’로 공식 지정했다.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총 94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 정부는 2027년 하반기 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2029년 최초 주택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대곡역은 GTX-A와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 5개 철도 노선이 지나는 환승 거점이다. 일산신도시와 창릉신도시, 화정지구 사이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동안 역 주변 대부분이 농경지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개발이 지연됐다.
이번 9400가구 공급은 새롭게 추가된 물량은 아니다. 정부가 2024년 11월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로 발표한 사업을 주민 의견 청취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정식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것이다.
문제는 고양시에 이미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에는 약 3만8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창릉지구는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산·용두동 일대 약 789만㎡ 규모로 조성 중이며, 정부는 최근 일부 주택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장항지구 약 1만1800가구, 탄현지구 약 2600가구 등을 합치면 고양시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택지사업 물량만 5만 가구를 웃돈다. 앞으로 일산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정비사업을 통한 신축 공급도 추가된다.
일산 주민들 사이에서는 주변에 새 아파트가 한꺼번에 들어서면 기존 집값뿐 아니라 재건축 사업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본격화하는 시기에 창릉과 대곡 등 인근 지역에서 신축 공급이 동시에 늘어날 경우 고양시 내 분양 수요가 분산되면서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의 소화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일산 주민은 “대곡역 복합개발을 기대했는데 주거시설만 대거 공급한다니 실망스럽다”며 “철도 노선 5개가 지나는 핵심 역세권을 30년 가까이 방치해 놓고 결국 또 아파트를 짓는 개발로 가는 것이냐”고 말했다.
◇“5개 철도 노선 모이는데 또 베드타운”…자족시설 확대 요구
지역에서 더 민감하게 바라보는 것은 대곡역의 개발 방향이다. 최근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기조와 맞물려 기존 9400가구 외에 대곡역 일대에 주택이 추가 공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지역 정치권도 반발하고 있다.
고양 지역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 시의원들은 지난 21일 고양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곡역세권의 추가 주택 공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기존에 확정된 9400가구를 취소하라는 것이 아니라 향후 토지이용계획 조정 과정에서 아파트 물량이 더 늘어날 경우 기업 유치를 위한 자족용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곡역은 GTX-A를 포함한 5개 철도 노선이 교차하는 만큼 일반적인 택지지구와는 입지 조건이 다르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일산을 포함한 고양 서북권은 대규모 주거지에 비해 기업과 업무시설 등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곡역까지 주택 위주로 개발할 경우 서울로 출퇴근하는 베드타운 구조가 더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고양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곡은 고양시에서 남은 대규모 역세권 개발지 가운데 하나”라며 “일산권은 주택 규모에 비해 일자리와 업무시설이 부족한 만큼 대곡역까지 아파트 위주로 채우기보다 기업과 업무·상업시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러한 지역 내 불만을 감안해 대곡지구를 ‘고양대곡지식융합 공공주택지구’로 조성하고 업무·산업 등 자족기능도 함께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단계로, 주거용지와 자족용지 비율 등 구체적인 토지이용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향후 지구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택 공급과 자족기능의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