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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만 남겨진 박원순표 도시재생, 이번엔 구청장에 재개발 발목 잡혔다

    입력 : 2026.09.23 10:33 | 수정 : 2026.09.23 10:42

    "신탁사가 땅 매입" 황당 법령 오류 망신살까지…집단 민원 폭주

    [땅집고] 유찬종 종로구청장이 지난 16일 열린 제353회 종로구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서울 종로구 창신9·10구역에 대한 질의에“투자신탁에서 동의율을 맞추기 위해 토지 50%를 매입했는데 그 소외된 분들이 시름에 빠져있다
    [땅집고] 유찬종 종로구청장이 지난 16일 열린 제353회 종로구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서울 종로구 창신9·10구역에 대한 질의에“투자신탁에서 동의율을 맞추기 위해 토지 50%를 매입했는데 그 소외된 분들이 시름에 빠져있다"고 답변하고 있다. /종로구의회 도시복지위원회 유튜브 캡처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표 ‘신속통합기획’으로 10여 년 만에 재개발 물꼬를 튼 서울 종로구 창신9·10구역이 종로구청의 일방적인 고시 지연으로 세 달째 사업이 멈춰서 있다. 서류 제출 후 통상 한 달 이내에 끝나는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100일 가까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주민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찬종 종로구청장이 주민들을 향해 ‘투기세력’이라고 언급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유 구청장은 “창신동 주민들을 투기세력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며 재건축 사업은 TF를 통해 추진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정작 행정 절차는 여전히 멈춰 있어 주민들의 고통과 반발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창신·숭인 지역은 2014년 서울형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 지정돼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였으나, 벽화만 그리다 주거 환경 개선에 실패했던 곳이다. 주민들은 신통기획을 통해 10여 년 만에 재개발 기회를 잡았지만, 구청장의 늑장 행정과 부적절한 언사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4분의 3 동의서 내고 100일 가까이 고시 지연…구청장은 구의회서 해명 급급

    정비업계에 따르면 창신9·10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지난 6월10일 법정 기준인 주민 동의율 75%를 넘긴 76~77%의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서를 종로구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절차라면 진작 완료되었어야 할 시행자 지정 고시가 97일 넘게 미뤄지고 있다.

    구청의 계속된 보류에 종로구의회에서도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16일 열린 제353회 종로구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시훈 부의장은 유찬종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법정 동의율을 충족했음에도 행정절차가 지연되는 이유와 구청장의 투기 세력 언급, 추가 주민 합의 요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유 종로구청장은 “정비사업은 도시 공간 구조를 개편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구청 내 신설된 ‘재개발·재건축 신속 지원 TF’를 통해 오는 18일 창신9·10구역을 제1호 안건으로 상정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사업 추진 여건을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주민을 ‘투기 세력’으로 지칭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 과열 등 투기적 수요 유입으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 사례를 설명한 것일 뿐 창신동 주민을 투기 세력으로 표현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심지어 유 구청장은 의회 답변 과정에서 “투자신탁에서 동의율을 맞추기 위해 (이 일대 부동산의) 50%를 매입했는데 그 소외된 분들이 시름에 빠져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정비사업 기본 법령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3년 개정한 정비사업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주민 동의 3/4 이상만 충족하면 된다. 토지 신탁 등기나 부지 직접 매입은 필수 요건이 아니다. 구청 측은 나중에 “다른 구역의 사례를 말한 것”이라며 주워담았으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탁사 사외이사 이력까지 있는 구청장이 현행 법령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땅집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골목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창신·숭인 지역은 2014년 '서울형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 지정돼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였으나 벽화만 그리다 주거 환경 개선에 실패했던 곳이다. /조선DB
    [땅집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골목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창신·숭인 지역은 2014년 '서울형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 지정돼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였으나 벽화만 그리다 주거 환경 개선에 실패했던 곳이다. /조선DB

    ◇”초기 사업장도 아닌데 무슨 TF? 말도 안 되는 변명” 탄원서 2500장 전달 등 민원 폭주

    유 구청장이 정비사업 기본 법령과 신탁 방식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의적인 잣대로 행정을 멈춰 세웠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진 상태다. 강대선 창신10구역 재개발추진준비위원장은 “창신9·10구역 주민들이 7년 동안 피땀 흘려 법정 동의율 76%를 맞춰왔는데, 통상 초기 사업장을 지원하는 TF 자문을 엉뚱한 해당 현장에 적용시키며 사업을 수개월째 묶어두고 있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그동안 조속한 행정처리 요청에 대한 공문과 질의를 지속적으로 전달했으나, 구청은 ‘검토 중’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전임 국민의힘 출신 구청장의 업적을 지우려는 정치적 계산에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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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청의 기약 없는 행정 지연에도 주민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법적 소송이나 집단 시위로 맞설 경우 인근 사직동 재개발 사례처럼 사업이 10년 가까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대규모 행동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달 27일 2500장의 주민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종로구청에 전달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 집단 갈등 조정국 등에 8통이 넘는 민원을 잇따라 제출하며 조속한 고시를 촉구하고 있다.

    재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는 지자체장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수개월간 미룰 수 있는 재량권 영역이 아니라 법적 요건이 갖춰지면 신속히 이행해야 하는 행정 절차”라며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추가 합의나 TF 검토를 명목으로 고시를 미루는 것은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주택 공급을 방해하는 전형적인 늑장 행정뿐 아니라 정치적 보복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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