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23 07:56
[서용식의 도심복합개발] 비주거시설 공실 해결 대안
서울 등 도심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수요 많아
임대수익 활성화에 기여…실증사업도 이미 진행
[땅집고] 이미 생활 인프라와 건축 구조물이 자리잡은 도심지 개발사업에서 공간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어떤 공간을 만들고, 어떤 기능으로 채울 것이냐는 질문입니다. 만들고 공급했다고 공간의 수요와 가치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도심복합개발 사업이라면, 지역 수요를 읽고 그것을 공간화하는 일이 곧 공실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사업을 통해 늘어난 생활공간을 어떻게 재분배하고, 기능을 재배치할 것인지, 또한 이것이 얼마나 도시민의 수요와 직결돼 도시기능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도심복합개발에서 소규모 물류 성공 가능성 높아
요즘 우리는 물류 유통망에서 도시민의 개인 공간으로까지 물자와 서비스를 실핏줄처럼 연결해 주는 물류의 마지막 단계, 즉 라스트마일의 중요성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 딜리버리를 뒷받침하는 ‘도심형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 즉 MFC는 지역별 수요를 미리 예측해 소형·경량 상품을 보관하고 주문 발생 시 즉시 출고하는 소규모 물류거점을 의미합니다. 주목할 점은 이것이 여러 실증사업을 거쳐 이미 제도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입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2월 ‘물류시설법’과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이를 ‘주문배송시설’로 법제화하고 제2종 근린생활시설 안에도 바닥면적 500㎡ 미만 소규모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시도 같은 해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제2종 일반주거지역까지 입지를 넓혔습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주유소 부지에서는 120㎡ 규모의 도심형 스마트MFC가 상품 보관과 배송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인근 지역에 생활물류 서비스를 공급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로봇 6대가 입고부터 출고까지 하루 3600개의 물품을 자동 처리하며, 수직 적재 방식이라 사람과 지게차 통로가 필요한 일반 창고보다 공간 효율이 약 4배 높습니다.
통계적으로도 서울의 물류창고는 경기도의 6% 수준에 불과합니다. 시설에 대한 높은 필요성과 수요에 비해 물리적 여건은 제한되고 시스템은 미비해, 물류 비효율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물류와 상업, 업무와 주거 기능이 상호 연계되고 공공기여 방식과도 융합하는 복합 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존 도심 공간에 지역이 필요로 하는 생활 인프라를 만드는 다양한 사업 가운데 도심물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역세권은 소비자 접근성뿐 아니라 대중교통 네트워크와 도심 배송권역 등을 감안하면 도심 물류망의 주요 입지입니다. 역세권 도심 물류는 주거·상업·업무 기능에서 소비자와 접점을 일으키는 핵심 생활인프라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승역 등 주요 거점에서 문화·산업·판매·업무기능과 주택을 복합하는 성장거점형 도심복합개발이라면 이러한 관점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주거와 어우러진 비주거 시설의 구성과 배치부터 사용자의 수요를 연결하고 강화하는 상호보완적 공간을 구현하고, 자연스러운 동선을 설계해 사용자의 유입과 활동을 활성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케팅 관점에서도 적극적인 기업 유치와 연관 서비스의 집적 효과를 통해 역세권 성격에 맞는 공간과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도심 물류는 자산 가치 상승과 임대수익 확보에 기여”
장기적 관점에서 공실이 많고 방치된 공간이 많다는 것은 그곳을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입장은 물론 주민 입장에서도 걱정스러운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공간이 없어서도, 수요가 없어서도 아니라 적절한 수요와 공급을 지역 단위에서 매칭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보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방적 공급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도시 기능의 빈틈들이 어떠한 모습과 방식의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되고 채워질지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로봇 주차를 통한 주차 효율화로 확보한 지하 여유 공간은 그 기능적 빈틈을 채울 수 있는 현실적인 출발선입니다. 이런 공간을 처음부터 임대수요가 확인된 기능으로 재편하고 생활서비스와 결합해 방문 수요를 만들어낸다면, 공실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운영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공기여 인센티브 등 관련 제도를 사업 초기부터 함께 검토한다면, 건축과 산업, 제도와 금융을 하나의 사업구조로 엮어낼 수 있습니다.
민간의 창의성과 전문 역량이 최신 스마트기술과 시장 트렌드를 기반으로 도시공간 설계 혁신으로 융합될 때 금융을 포함한 현실적이고 확실한 사업의 추진축을 형성하며 도심복합개발의 새로운 단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봅니다.
도시공간의 면적과 용도, 기능을 재설계하는 사업은 분양과 매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공간이 만들어 내는 크고 작은 풍경들이 지역의 활기와 주민 삶의 질을 좌우합니다. 이것이 곧 지역 간에 상대적으로 형성되는 자산가치로서, 장기적인 임대수익을 포함한 금융적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합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여러 기능을 공간적으로 융복합하는 과정에서 외부 유입 차량과 유동 인구의 밀도를 관리하되, 서비스 공간과 프라이빗한 생활 공간을 분리해 각각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단순한 면적 배치를 넘어, 그곳을 점유하게 될 실제 사용자 동선과 기업 서비스 공급·운영 조건, 매매나 임대계약에 따른 자본 공급과 순환까지 함께 설계하는 종합적 디자인으로서 세부적인 접근과 조정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오늘 살펴본 도심물류와 같은 새롭고 주요한 산업적 키워드들이 기존 방식의 개발사업으로부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소비 시장을 담아내며 다양한 도시문제를 풀어가는 혁신적 융합의 전환점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도시개발 사업지에서 임대운영 활성화와 자산가치 상승이라는 사업적 성공을 넘어, 이러한 부가가치가 다시 지역 경제 동반 상승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연쇄효과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주거 다운사이징을 통해 주거와 수익을 동시에 얻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ceo@soomokurb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