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18 17:08 | 수정 : 2026.09.18 17:17
정부 농지전수조사 본격화에 처분 부담 커져
거래 위축 속 자동세차장 등 ‘운영형 부동산’ 활용 관심
[땅집고] 정부의 농지 이용 실태 전수조사가 본격화하면서 보유 농지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토지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토지는 처분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지방 농지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아서다. 이에 토지를 단순 매각하는 대신 관련 법령과 입지 여건을 따져 사업용 부동산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실제 경작 여부와 장기 휴경, 불법 임대차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 불법 전용 등이 의심되는 농지는 심층 조사 대상에 오른다. 농지법 위반이 확인되면 직접 농사를 짓거나 농지를 처분해야 할 수 있다.
문제는 농지를 팔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지방을 중심으로 농지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도 약세를 보이면서 원하는 가격에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토지주 입장에서는 그대로 보유하거나 가격을 낮춰 처분하는 것 외에 다른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임대료 대신 사업 매출…‘운영형 부동산’ 부상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런 토지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이른바 ‘운영형 부동산’이 거론된다.
운영형 부동산은 건물을 지어 임대료를 받는 일반적인 임대형 부동산과 달리, 토지나 건물을 가지고 직접 사업을 운영해 매출을 만드는 방식이다. 꼬마빌딩이나 상가처럼 임차인을 받아 임대료를 받는 구조가 아니라 해당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업 매출이 수익의 기반이 된다.
최근 자동세차장도 대표적인 운영형 부동산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차량이 쉽게 드나들 수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통행량을 확보할 수 있는 토지라면 용도지역과 인허가 여부 등을 검토해 사업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다.
최근 자동세차 플랫폼 ‘오토스테이’는 최근 토지주를 대상으로 보유 부지를 자동세차장으로 활용하는 사업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오토스테이는 자동세차 설비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차량번호 자동인식 시스템, 정기구독 서비스 등을 결합해 매장을 운영한다. 설비만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입지 분석과 매장 구축, 운영, 마케팅 등을 함께 지원한다.
토지주가 직접 사업장을 운영하기 어려울 경우 본사가 운영을 맡는 위탁운영 방식도 적용하고 있다. 본사가 인력과 시설 관리 등 매장 운영을 담당하고, 발생한 매출을 계약 조건에 따라 토지주와 나누는 구조다. 오토스테이에 따르면 일부 위탁운영 계약에서는 점주에게 매출의 최대 30% 수준을 배분한다. 토지주 입장에서는 직접 매장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토지에서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농지라고 무조건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냐…전용·인허가 먼저 따져야
다만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자동세차장 등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농지의 용도지역과 입지에 따라 농지전용이 제한될 수 있고 개발행위허가, 건축허가, 환경 관련 기준 등도 충족해야 한다. 같은 농지라도 위치와 주변 여건에 따라 개발 가능 여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농지를 팔지 않고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경우 사업성을 따지기에 앞서 해당 토지에서 적법한 개발과 용도 전환이 가능한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오토스테이는 신규 출점에 앞서 개별 부지의 차량 통행량과 접근성, 주변 상권 등을 분석하고 자동세차장 운영에 적합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에서 연 ‘오토스테이 부의 전환 세미나’에서는 토지주와 예비 사업자를 대상으로 입지 선정 기준과 실제 매장 운영 사례, 본사 위탁운영 방식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토스테이 관계자는 “최근 보유 토지를 계속 가지고 갈지, 매각할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지를 묻는 토지주가 늘고 있다”며 “모든 토지가 자동세차장에 적합한 것은 아니어서 법적 요건과 입지, 사업성을 먼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주가 직접 운영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본사가 매장 운영을 맡는 위탁운영 등 여러 형태의 참여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