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18 15:40
"2022년부터 서울 인허가·착공 절반 감소…현실 인식 제대로 하길"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의 주택 인허가와 착공 감소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오세훈 탓을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현실 세계에 대한 인식만이라도 제대로 하라”고 즉각 반박했다.
오 시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세훈 탓을 해도 좋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께서는 이러한 사실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채 기회가 될 때마다 오세훈 취임 이후 착공이 줄었다는 말씀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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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방은 이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의 주택 인허가와 착공 감소를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급등의 단기적 원인과 관련해 “2022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해,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해부터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그때부터 2025년까지 거의 절반으로 공급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확대 방침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건축 허가를 포함한 택지 개발과 재건축·재개발, 도시 정비 등 공급을 최대한 신속히 늘리겠다”며 “총리실에서 매일 점검하고 있고, 일주일마다 보고받으며 구체적인 장소를 특정해 진척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분야에는 금융을 최대한 확대하고 있다”며 “규제와 공급, 세제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동원하면 부동산 시장은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윤석열·오세훈 당선 이후 착공 절반”…오세훈 “주택 공급 시차 외면”
오 시장은 “‘오세훈 탓’이라고 하면 대통령의 마음은 편하시겠지만, 서울 집값 상승이 오세훈 때문이라면 저는 왜 다시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서울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왜 계속 하락하고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좋다. 오세훈 탓을 얼마든지 해도 좋다”며 “그러나 제발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 세계’에 대한 인식만이라도 제대로 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려면 정비계획 수립과 구역 지정, 인허가 등 장기간의 선행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진단을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주택이 착공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실 리 없다”며 “열매를 맺으려면 씨를 뿌리고 키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전역의 재개발·재건축을 모조리 해제하며 그 과정을 통째로 날려버린 분이 박원순 시장이라는 것은 대통령께서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대통령실에 제출한 재개발·재건축 경과 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했는지도 따져 물었다. 오 시장은 “보고서를 들춰보지 않은 것인지, 보고도 믿고 싶은 내용만 골라 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오 시장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였던 서울 집값이 이 대통령 취임 전후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주장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 진정됐던 집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시점도 대통령 취임 시기와 맞물린다고 했다.
그는 “집값 상승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질 여유조차 없을 만큼 지금 서울 집값은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오랜 기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몇 곳의 주춤한 가격만 보고 ‘희망회로’를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대통령께서는 일부 데이터에만 기대를 걸고 서울 외곽의 ‘키 맞추기 상승’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대출 규제와 전세 물량 감소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대출이 안 되니 집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전세마저 씨가 말라가면서 청년들이 서울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며 “청년을 서울 밖으로 밀어내고 중산층의 내 집 마련 희망을 끊는 것이 균형발전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도 죽이고 청년의 미래도 함께 죽이는 결과만 남을 뿐”이라며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의 전면 전환을 요구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민들이 대통령에게 듣고 싶었던 것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하겠다’는 답변이었지만, 오늘 들은 것은 ‘이게 다 오세훈 때문이다’라는 남 탓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세훈 탓을 백 번 하셔도 좋다”며 “그 백 번 가운데 단 한 번만이라도 집을 구하지 못해 좌절하는 청년과 대출 문턱 앞에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신혼부부의 현실을 제대로 봐달라”고 말했다. 끝으로 “자기 확신의 과잉부터 거두라”며 “시민의 삶이 더 무너지기 전에 대통령의 머릿속부터 완전히 리셋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