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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반토막" 예언 부동산 폭락론자들의 배신[기고]

  • 글=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

    입력 : 2026.09.18 10:53 | 수정 : 2026.09.18 11:17

    신의 영역에 도전한 집값 폭락론자, 실거주자들 자산 격차만 벌어졌다 |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땅집고] 집값 폭락론을 외치던 일부 전문가들이 공급 부족 등을 이유로 집값 급등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제작=생성형AI
    [땅집고] 집값 폭락론을 외치던 일부 전문가들이 공급 부족 등을 이유로 집값 급등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제작=생성형AI

    [땅집고] 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의 최전선에서 ‘구루(Guru)’ 대접을 받으며 대중의 뇌리에 깊게 각인된 이른바 ‘부동산 폭락론자’들이 있었다. 데이터와 거시경제, 그리고 그들만의 동물적 감각을 무기로 "집값 폭락은 시간문제", "지금 사면 상상 못 할 고통이 따라온다"며 무주택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던 이들의 한마디에 수많은 자금이 움직였고, ‘부동산시장의 예언자’ ‘부동산 점쟁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시장의 계절이 바뀌자, 이들의 말도 함께 변하고 있다. 과거의 화려한 폭락 예언을 뒤로하고 최근 180도 달라진 논조를 보이는 일부 전문가들의 행보는 투자자들에게 ‘전문가적 식견’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 "사이비 전문가 믿었다가 평생 거지 됐다"… 폭락론 믿고 집 안 산 무주택자의 눈물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 A씨는 폭락론자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B 씨 등 하락론 전문가들의 경고를 철석같이 믿었다. 당시 수도권 상급지 아파트를 영끌해서라도 매수할 수 있는 자금이 있었지만, "인구 감소와 부채 폭탄으로 집값이 반토막 난다"는 강연과 유튜브 영상을 접한 뒤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고 전세 연장을 선택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가 눈여겨보던 아파트 가격은 불과 2~3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어올랐고, 뒤늦게 찾아온 하락기에도 전저점 수준으로 떨어지기는커녕 까먹은 전세금과 뛰어오른 월세를 감당하기조차 힘든 처지가 됐다. A씨는 "전문가를 신뢰한 대가가 자산 격차의 극단적 양극화였다"며 "밤마다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폭락론자들의 예언을 믿고 주택구입을 거부했던 실거주자들은 벼락거지로 전락하거나 고금리 속에서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잔혹한 현실을 맞닥뜨렸다.

    슬그머니 말 바꾸는 '부동산 점쟁이들'

    그렇다면 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렸던 이들 전문가들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한때 시장의 ‘폭락 예고’로 독보적인 목소리를 냈던 C씨는 최근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더 이상 맹목적인 비관론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최근 그의 발언은 "데이터의 정교한 재해석"이라는 미명 하에, 대세 하락이라는 거대 서사보다는 "공급 부족에 따른 선별적 상승"이라는 보다 복잡한 전략론으로 이동했다.

    거시적 흐름과 세법,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부동산 상승기 내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던 D 씨 역시 마찬가지다. 무조건적인 ‘하락 예언’보다는 정부 정책의 향방과 대출 금리라는 상수를 앞에 두고 “정부 정책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방어적인 포지션으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 시장 전체의 붕괴를 예견하며 불을 지폈던 정열적인 태도는 이제 차분한 ‘시장 리스크 관리론’으로 슬그머니 옷을 갈아입었다.

    선명성의 역설과 책임 회피… "결국 피해는 국민들의 몫"

    왜 이들은 과거의 선명했던 폭락 메시지를 지우고 이토록 빠르게 변신하는 것일까. 답은 '냉혹한 시장' 그 자체와 이들의 '생존 본능'에 있다.

    주요 원인은 첫째, 선명성 추구의 역설이다.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무조건 폭락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를 낼 때 이들은 순식간에 '스타 전문가'가 된다. 하지만 시장이 횡보하거나 예측과 다르게 움직일 때, 과거의 극단적인 입장은 그들에게 족쇄가 된다.

    둘째, 책임 회피와 방어기제다. 발언에 대한 책임이 없고 투자자들의 자산 손실을 보상해 주지 않는다. 논리를 슬그머니 수정함으로써 변화하는 시장의 속도에 탑승하려는 본능적인 방어기제만 작동할 뿐이다.

    부동산 시장은 특정 전문가의 예언대로만 움직이는 피조물이 아니다. 정책, 유동성, 금리, 공급, 대외 변수 등 무수한 변수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땅집고] 최민섭 교수/필자 제공
    [땅집고] 최민섭 교수/필자 제공


    투자의 주체는 당신… '점쟁이'의 말에 흔들리지 마라

    부동산 점쟁이들의 화려한 변신과 그 뒤에 남겨진 무주택자들의 눈물을 보며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한다. 전문가들의 발언은 분석의 참고자료일 뿐이고, 시장의 운명이나 내 자산의 가치가 그들의 말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영원한 하락론자’도, ‘끝없는 상승론자’도 존재할 수 없다.

    시장의 계절은 끊임없이 바뀐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말을 뒤집고 재정립하는 전문가들의 모습을 ‘배신’이라 비난하기 전에, 우리는 그들을 ‘시장이라는 파도 위에서 함께 출렁이는 나약한 관찰자’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집 마련의 기회를 찾고 있는 무주택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점쟁이의 무지성 예언을 그대로 수용하는것이 아닌 시장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예측이다. 데이터는 과거와 현재의 상태를 말해 주는 문자와 수치 일 뿐이지 미래의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즉 데이터는 투자의사결정의 필요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다.

    부동산 점쟁이들의 변신은 생존 본능이다.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사람이 스스로 중심과 방향을 잡고 눈품과 발품을 팔면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복합적인 변수들의 집합체인 부동산 시장을 선무당들에게만 의존해서 의사결정을 하면 위험하다. 이들의 의견은 단지 참고용일 뿐이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신의 영역을 함부로 넘나들지 말라. /글=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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