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17 15:39
[연중 기획-건설 재해 제로(0)의 길]
노동부, HL만도 본사 첫 압수수색
기계 점검하던 하청노동자…설비 가동 과정서 참변
유족·대책위, 본사 압수수색 요구
[땅집고] 20대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HL만도 평택공장 사고 수사가 판교 본사로 확대됐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두 달여 만에 본사와 공장 등을 대상으로 두 번째 압수수색에 나섰다. 현장 안전조치뿐 아니라 회사 차원의 안전보건관리체계와 경영책임자의 의무 이행 여부까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HL만도 평택공장에서 최근 10년간 110건이 넘는 산업재해가 발생해 회사 전체 산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사한 위험요인에 따른 산재가 장기간 반복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산업안전 관리 실태가 국정감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HL만도 산업재해 발생현황’애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평택·익산·원주공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모두 223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평택공장이 112건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경기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은 14일 HL만도의 경기 성남 판교 본사와 평택공장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노동감독관 약 20명을 투입해 관계자 PC 등 사고 관련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달 7일 평택공장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강제수사에 이은 두 번째다. 특히 본사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당국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사고 당시 설비의 가동 경위와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살펴본다.
사고는 지난 7월 22일 낮 12시 50분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HL만도 평택공장에서 발생했다. 협력업체 소속 김승모(28)씨는 고장 난 부품 가공 기계 내부를 점검하던 중 기계와 벽 사이에 끼여 숨졌다.
경찰과 노동부는 HL만도 소속 직원이 김씨가 기계 내부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설비를 시험 가동하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당국은 작업자가 설비 내부에 들어갈 당시 기계 작동을 막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었는지, 작업 과정에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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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은 사고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뤄왔다. 유족과 노동·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고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부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1층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노동부 장관 면담과 HL만도 본사 압수수색 등을 요구해왔다.
김씨의 아버지는 “왜 사고가 났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재발 방지 대책은 강구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아들이 죽은 날부터 지금까지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려주지 않고 그저 조사 중이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가족은 뉴스로 보거나 전해 듣는 것이 전부”라며 “중간중간이라도 공식적으로 (조사 상황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사고 직후 전담수사팀을 꾸린 평택지청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를 규명할 계획이다. 수사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확인되면 관련 법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묻도록 한 법이다.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의 산업재해 대응 기조도 한층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