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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100명 데려와도 안 돼…'집값 못잡는다' 선언해야"

    입력 : 2026.09.17 10:51

    최병천 명지대 교수 "공급 발표로 집값 못잡아"
    "코로나 유동성·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집값 상승"
    "실수요자는 타이밍 재지 말고 여력껏 사야"


    [땅집고] 최병천 명지대 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과 관련 "공급 발표로 부동산 가격이 잡힌 적은 대한민국 역사상 한 번도 없다"며 "지금 정부는 '닥치고 공급'이 아니라 '닥치고 공급 발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 15일 유튜브 땅집고TV에 출연해 "노태우 정부를 제외하면 역대 정부가 실제 '공급'으로 집값을 잡은 적은 거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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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치고 공급’이 아니라 ‘닥치고 공급 발표’한 것”

    최 교수는 "주택 데이터가 존재하는 1986년 1월 이후 노태우 정부를 제외한 나머지 정부에서 공급으로 집값이 잡힌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공급을 슈퍼 울트라급으로 실제 늘리면 집값이 잡히는 게 맞지만 노태우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이라는 강력한 법으로 성공한 것이 유일한 사례"라며 "그 이후로는 대부분 글로벌 금융위기·전쟁·외환위기 같은 충격으로 집값이 잡히거나, 가격이 오른 뒤 시그널을 받아 공급이 뒤늦게 늘어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지금까지 한 일은 '공급'이 아니라 '공급 발표'"라며 "이 둘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대 정부가 공급 대책을 발표한 적은 많지만, 발표만으로 집값이 잡힌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지금 정부가 '닥치고 공급'을 결정해도 실제 공급까지는 빠르면 10년, 길면 2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실제 공급 확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지금 정부의 지지율 위기를 탈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금리 인상으로 집값 잡으려면 5%p는 올려야"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집값 급락에 대비해야 한다’며 근거로 든 것 중 하나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장기 시계열로 보면 금리 변동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정도의 금리 인상만으로 집값이 잡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물가 급등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에서 5.5%P까지 11번 연속 인상한 사례를 들며 "이 정도의 단기간 급격한 금리 인상이라야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이 실제로 꺾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로 집값을 잡으려면 5%P 정도는 한꺼번에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가계대출자와 자영업자들이 큰 충격을 받고 한국 경제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금리 인상과 집값 급등이 동시에 나타난 사례도 제시했다. 최 교수는 "노무현 정부 초기 기준금리가 3.25%에서 2008년 초 5%까지, 2005년 중반부터 2008년 전반까지 일곱 차례 연속 인상됐지만 그 시기가 오히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뛴 시기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반드시 잡히고 내리면 반드시 오른다기보다, 상관관계는 높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 "집값 급등 진짜 원인은 코로나 유동성과 반도체 수출 대박"

    최 교수는 최근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코로나19 시기 풀린 유동성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꼽았다. 그는 "코로나 당시 미국이 약 10조 달러(우리 돈 약 1경 3000조원), 유럽연합이 약 7000조원을 풀었는데, 이 두 경제권이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풀린 유동성은 반드시 자산 버블을 형성한다"며 "미국·유럽 주식과 부동산, 비트코인이 폭등했고 한국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이 폭등한 것과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을 돌파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2022년 초 거리두기 해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 겹치면서 물가가 폭등했는데, 이는 전쟁 때문만이 아니라 풀려 있던 유동성이 경제 회복과 맞물려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아파트값이 5년 만에 45% 뛰었다고 하지만, 같은 기간 짜파게티 31%, 여의도 정인면옥 냉면 50%, 브라보콘 67%, 서울 아파트 평당 공사비 108%, 금값은 190% 올랐다"며 "부동산만 유독 튄 게 아니라 실물 물가 전반이 오른 것인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만 쳐다본다"고 지적했다.

    ◇ "실수요자는 타이밍 재지 말고 여력껏 사라"

    여기에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한 수출 호황과 소득 증가도 집값을 상승시킨 요인이다. 그는 "이렇게 대규모로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만 잡는 방법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00명을 데려와도 없다"며 "지금 정부는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고 과도하게 노력하고 있는데, 이게 정부의 핵심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집값 상승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오히려 정책 대전환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대출과 여력을 최대한 활용해 출퇴근 가능한 지역에서 타이밍을 재지 말고 지금 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동산은 소득과 경제성장률의 파생함수와 같다"며 "명목 경제성장률이 연 5%라고 가정하면 10억원짜리 아파트는 12년 뒤 약 18억원이 된다. 이를 두고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자랑하는 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착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세계적 충격이나, 전쟁으로 금리가 폭등하는 경우 정도가 아니라면 경제가 성장하는 한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우상향한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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