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16 16:21
화성·이천 거주자 서울 부동산 매수 1년 새 57% 늘어
성과급 본격 지급 땐 수원·용인·성남 거쳐 경부축 매수세 확산 전망
[땅집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호황을 타고 시작된 ‘반도체발 머니무브’가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성과 이천 거주자의 서울·수도권 주택 매수가 이미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수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성과급은 아직 본격적으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성과급 지급이 현실화하면 동탄에서 수원·용인·성남을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경부축 주택시장에 매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분석가 ‘삼토시’는 최근 “이미 역(逆) 머니무브가 시작된 모습이지만 성과급 여파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반도체발 머니무브는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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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거래는 먼저 움직이고 있다. 올해 1~8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이 있는 화성과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 거주자의 서울 부동산 매입은 2488건으로 전년 동기 1582건보다 57% 늘었다.
특히 이천 거주자의 경기 남부 부동산 매수가 두드러졌다. 지난 2~7월 동탄 매입은 69건에서 158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수원은 40건에서 76건으로 90% 증가했다. 용인도 27%, 성남은 39% 늘었다. 반도체 기업이 있는 지역에서 경부축 상급지로 자금이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게 삼토시의 해석이다.
◇8년 전엔 ‘입주 폭탄’ 북상…이번엔 돈이 올라온다
삼토시는 현재 상황을 2018년 수도권 전세시장과 비교했다. 당시에는 동탄2신도시에서 쏟아진 입주 물량의 충격이 경부축을 따라 서울까지 번졌다.
2015년 이후 대규모 입주가 이어진 화성시는 2017년 1분기 전셋값이 고점을 찍은 뒤 하락했다. 이어 수원이 2017년 2분기, 용인이 3분기, 성남과 서울이 2018년 1분기 차례로 고점을 기록한 뒤 약세로 돌아섰다.
서울 전셋값은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시작한 2018년 12월보다 앞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삼토시는 당시 “화성의 입주 물량 폭탄이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키면서 그 파도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북상했다”고 분석했다.
8년 뒤에는 같은 축을 따라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공급 물량이 전셋값을 끌어내리며 북상했다면 이번에는 반도체 기업에서 만들어진 현금이 주택 매수 자금으로 바뀌어 서울 방향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정작 큰돈은 아직 안 풀렸다”
삼토시가 앞으로의 파급력을 더 크게 보는 이유는 현재 거래 증가가 본격적인 성과급 지급 이전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올해 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연봉의 최대 50% 수준, SK하이닉스는 평균 1억원대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향후 반도체 실적이 현재 전망대로 크게 개선될 경우 성과급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삼토시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향후 수년간 높은 영업이익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일부 사업부 임직원이 연간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향후 3년에 걸쳐 현금화할 수 있는 성과급이 누적 10억원을 훌쩍 넘을 수 있고, SK하이닉스 역시 수년간 수억원대 성과급이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고 이를 수년에 걸쳐 매각하는 구조여서 구매력이 한 번에 시장에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2027년보다 2028년, 2029년으로 갈수록 과거에 받은 자사주의 매각 가능 물량까지 겹치면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누적될 수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현금과 자사주를 함께 지급하는 방식이 적용될 경우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과급이 현금화될 수 있다.
◇저금리 사내대출까지…구매력 키우는 ‘레버리지’
삼성전자가 임직원 주택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1.5% 수준의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대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성과급이 종잣돈 역할을 하고 저금리 대출이 레버리지로 붙을 경우 주택 구매력이 한 단계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억원의 성과급이 예상되는 임직원이라면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고가 주택으로 갈아타는 데 활용할 여지가 커진다.
삼토시는 “향후 받을 성과급까지 감안하면 최대 5억원의 사내대출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성과급과 저금리 대출이 동시에 구매력을 높이는 구조”라고 했다.
◇화성→수원→용인→성남→서울…경부축에 몰린다
자금 이동의 경로로는 경부축이 꼽힌다. 삼토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임직원의 통근버스 배치 지역은 화성이 31%, 수원이 26%로 절반을 넘는다. 용인과 성남이 각각 6%, 서울 강남3구가 7%다. 전체의 상당수가 화성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거주하는 셈이다.
이들 지역 상당수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점도 변수다. 서울 전역을 비롯해 성남, 수원 일부 지역, 용인 수지·기흥, 화성 동탄 등에서 실거주 목적 매수가 늘 경우 기존 전월세 주택이 자가 거주로 전환되면서 임대차 매물까지 줄어들 수 있다. 매매 수요 증가와 전월세 공급 감소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삼토시는 “2018년에는 동탄의 입주 물량이 화성에서 수원·용인·성남·서울로 올라가며 전세시장에 영향을 줬다면 이번에는 반도체 기업에서 만들어진 돈이 같은 길을 따라 북상하는 모습”이라며 “이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성과급 지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