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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욕 날아오를 때 20년 날린 용산…51조 메가시티 해법은

    입력 : 2026.09.15 06:00

    [땅집고 창간기획 9편] 철도부지 살린 뉴욕·런던, 왜 서울 용산은 20년째 멈췄나
    용산 국제업무지구 통개발 실패
    '공공 선(先)투자·단계적 개발'로 체질 전환
    철도 산업, 한강·용산공원 등 역사·자연 담은 정체성 살려야


    기업과 인재는 더 매력적인 도시를 찾아 국경을 넘어 움직인다. 땅집고는 세계 선진 도시의 현장 사례와 글로벌 전문가 분석을 통해 성공 공식을 짚어보고, 이를 용산국제업무지구·창동아레나·한강 개발 등 서울이 마주한 과제들에 대입했다. 땅집고 기획 시리즈 '서울 재창조 -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을 통해 서울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심으로 다시 그리기 위한 방안을 제언한다. /편집자 주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40-1 일원에 위치한 용산 정비창 부지. 2000년대부터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사업이 좌초된 이후 20년 넘게 방치돼 있다./조선DB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40-1 일원에 위치한 용산 정비창 부지. 2000년대부터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사업이 좌초된 이후 20년 넘게 방치돼 있다./조선DB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40-1 일원, 약 49만5000㎡(약 15만 평)에 달하는 구(舊)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KTX와 지하철 1·4호선이 교차하고 한강을 정면에 둔 이 땅은 수도 서울 한복판에 남은 마지막 노다지로 불린다. 하지만 2007년 총사업비 31조 원 규모의 ‘드림허브’ 프로젝트로 출범한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시행사 디폴트(부도)를 맞으며 2013년 사업 구역이 공식 해제되는 잔혹사를 겪었다.

    20년 가까이 도심 속 거대한 섬처럼 방치됐던 용산 정비창 부지. 최근 서울시와 SH공사, 코레일은 총사업비 51조원을 투입해 최대 용적률 1700% 이상, 100층 안팎의 랜드마크가 들어서는 ‘입체복합도시’ 개발 계획을 확정했다. 과거 31조원짜리 신기루로 끝난 오명을 벗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단번에 끌어올릴 진정한 메가 프로젝트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세계적 철도 부지 개발 성공작인 미국 뉴욕 ‘허드슨 야드(Hudson Yards)’와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King's Cross)’에서 용산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①통째로 팔다 망했다…런던 킹스크로스식 ‘공공 선(先)투자·단계적 개발’

    과거 용산 정비창 개발이 수초 만에 고사한 결정적 원인은 49만5000㎡ 부지와 서부이촌동을 한데 묶어 한 번에 추진한 민간 주도 통개발(Single-phase Development) 방식이었다. 2010년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 시장이 냉각되자 정비창 땅값을 둘러싸고 대주주인 코레일과 주간사인 삼성물산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하루 이자만 20억원에 달하는 자금 압박 속에 민간 컨소시엄이 무너지자 사업 전체가 멈춰 섰다. 2010년 주간사였던 삼성물산이 사업권을 포기하자 롯데관광개발이 경영권을 이어받았으나, 자금난과 코레일과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3년 최종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으며 지구지정이 해제됐다.

    용산이 첫 번째로 벤치마킹해야 할 모델은 폐철도 부지 27만㎡를 성공적으로 재개발한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다. 킹스크로스는 과거 화물철도와 창고가 몰려 있던 곳이었다. 철도산업이 쇠퇴하면서 지역은 범죄와 실업,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는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

    킹스크로스는 공공과 민간이 명확한 역할을 나눠 장기간 사업을 추진했다. 2001년 민간 디벨로퍼 아젠트를 개발 파트너로 선정한 뒤 장기간 협의와 마스터플랜 수립을 거쳤고, 2008년에는 토지 소유자와 개발사가 합작 파트너십을 구성해 하나의 토지 소유·개발 주체로 사업을 추진했다.

    킹스크로스가 선택한 방법은 단번에 랜드마크를 세우는 것이 아니었다. 공공이 도로와 광장 등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개별 필지를 단계적(Phased Development)으로 분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구역별로 리스크를 분산하며 개발했다. 그 결과 대학과 주거시설, 공원과 광장, 식당과 상업시설이 하나의 도시를 이뤘고, 구글·메타·유니버서뮤직 등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재추진 안 역시 킹스크로스 방식을 이식했다. SH공사(30%)와 코레일(70%) 등 공공이 16조원 규모의 도로·공원·인프라 조성을 먼저 책임지고, 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업무복합·업무지원 등 20여 개 개별 필지로 쪼개 민간에 분양하는 구조다. 도시 창의성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토론토대 교수는 “대규모 도심 유휴지 개발 시 단일 대형 프로젝트에 사운을 거는 것은 위험하다”며 “공공이 인프라를 먼저 다져 리스크를 낮추고 민간이 단계적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도시의 생존력을 높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땅집고] 2004년(왼쪽)과 2022연 킹스 크로스 건설 현장의 항공 사진./킹스 크로스
    [땅집고] 2004년(왼쪽)과 2022연 킹스 크로스 건설 현장의 항공 사진./킹스 크로스

    ②철도 위 인공대지 얹은 뉴욕 ‘허드슨 야드’

    11만3000㎡의 운행 중인 철도 차량기지(Railyard) 상부에 대형 인공 대지(Platform)를 덮어 초고층 복합단지를 세운 미국 뉴욕 허드슨 야드는 용산이 참고할 만한 대표적인 사례다. 허드슨 야드는 철도 선로라는 물리적 장벽 때문에 도심과 단절됐던 공간을 수직 입체화해 상부에는 초고층 업무·상업 시설과 문화공간 ‘더 쉐드’, 하이라인(High Line) 공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용산 정비창 역시 KTX, GTX-B, 지하철 1·4호선, 신분당선 연장 및 UAM(도심항공교통) 터미널까지 집결하는 대한민국의 메가 허브로 거듭날 예정이다. 단순한 철도 정비창 부지 개발을 넘어 지상(녹지 및 보행)-지하(철도 및 도로)-공중(UAM 및 공중보행로)을 잇는 3차원 입체 도시 설계가 적용된다. 하지만 허드슨 야드가 남긴 반면교사의 교훈도 명확하다. 허드슨 야드는 기술적 한계로 인한 인공 대지 건설 비용 폭증과 철도 운행 지연 리스크로 인해 초대형 민간 디벨로퍼조차 휘청거리는 위기를 겪었다. 용산 역시 정비창 하부 철도 시설 및 토양 오염 정화 비용 등 땅 밑의 실체적 위험을 사전에 정교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땅집고]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땅집고]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역사와 전통이 설계의 핵심 요소가 될 때 건축이 살아날 수 있다"며 "역사의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용산이 새로운 서울의 영혼(Soul Of Seoul)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월간조선


    ③“화려한 빌딩은 잊어라”…용산 고유 ‘장소성(Place-making)’ 살려야

    세계적인 도시 재개발 성공 사례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건물 높이 경쟁이 아닌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장소성을 창출했다는 점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대지면적의 100% 수준에 달하는 공공 및 입체 녹지를 확보하고, 한강변과 용산공원을 잇는 녹지 보행축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그대로 복제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2000년대 후반 추진된 첫 번째 용산국제업무지구에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마스터플랜을 맡은 인물은 9·11 테러 이후 뉴욕 세계무역센터 재건축 마스터플랜으로 유명해진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였다.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용산은 단순히 높이 다투는 마천루가 아니라 한강과 철도의 역사성이 융합된 장소여야 한다”며 “용산 정비창이 성공하려면 철도 부지의 역사성과 한강이라는 자연이 융합된, 용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오직 용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창적 장소성(Place-making)을 강조한 것이다. 용산의 장소성은 철도정비창이라는 산업 유산과 한강, 용산공원 등 지역의 역사·자연을 연결해 다른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서울만의 공간을 만드는 데 있다. 리베스킨트는 당시 용산을 새로운 ‘서울의 영혼(Soul of Seoul)’으로 표현하며 세계적인 인재와 기업이 모이는 도시를 구상했었다.

    고금리와 자재비 폭등,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파도를 맞이한 51조원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과거 드림허브의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선진 도시의 단계적 개발 방식과 입체 인프라, 그리고 한국적인 장소성을 결합할 때 비로소 서울은 세계가 주목하는 리딩 도시로 도약할 것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총괄계획가(MP)인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해외 주요 도시의 업무지구 역시 업무시설만 넣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거·문화·여가·녹지 등을 결합한 ‘직주락’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서울의 3도심은 이미 포화됐고, 용산은 새로운 수요를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서울과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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