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15 06:00
[땅집고] “트램 얘기가 나왔다가 고양은평선 연장 얘기가 나왔다가…. 정작 검토와 협의만 반복되고 있잖아요. ‘식사섬’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식사동 거주민 A씨)
방송인 김구라가 15년째 거주 중인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아파트의 집값을 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주거환경은 뛰어나지만 지하철이 없어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식사동은 그동안 교통망 확충을 위해 트램을 추진해왔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했고, 최근에는 기존 트램 대신 ‘고양은평선 식사 연장’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사업비 조달과 경제성 확보라는 관문이 남아 있어 실제 착공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5년 지나도 분양가 그대로
김구라는 최근 유튜브 채널 ‘그리구라’에 공개된 ‘우리 동네 민심 보고서 2편 일산 식사동’에서 자신의 부동산 투자 경험을 공개했다. 그는 2011년 분양가 8억3000만원에 식사동 아파트를 매입했다며 “당시 홍서범, 이광기 씨 등이 살면서 괜찮다고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사람들이 들어와 사는 명품 단지라는 말을 듣고 입주를 결정했다”고 했다.
함께 출연한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김구라가 거주 중인 49평형 아파트가 2021년 10억3500만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약 7억4500만원 수준이냐며 놀라워하는 장면이 담겼다. 김구라가 매입한 분양가와 비교하면 15년 가까이 지난 현재도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셈이다. 그는 “주거 여건이나 환경은 정말 뛰어난 곳인데 집이 여전히 분양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국대병원과 외국어고등학교가 있고 단지 조경도 뛰어나지만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았다.
◇트램 추진하던 식사동, 고양은평선 연장으로 방향 전환
사실 그동안 식사동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는 이어져 왔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발표한 고양창릉 광역교통개선대책에는 대곡역과 고양시청, 식사동을 잇는 트램 사업이 포함됐고, 이후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도 ‘대곡고양시청식사선’ 트램으로 반영된 상태였다.
하지만 고양시는 최근 기존 트램 대신 ‘고양은평선 광역철도 직결 연장’을 우선 추진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틀었다. 고양은평선은 창릉신도시와 서울 은평구를 연결하는 광역철도 사업으로 이 노선을 식사동까지 연장하면 식사동에서도 서울 서북권으로 연결되는 광역철도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이 나온다.
고양시가 주목하는 것은 기존 트램 사업에 배정된 광역교통개선대책 재원이다. 창릉신도시 광역교통대책에 묶여 있는 기존 트램 지원 중 약 1500억원을 끌어와 광역철도 총사업비 2361억원의 약 64%를 충당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1500억원이 아직 고양은평선 연장 사업비로 확보된 돈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재원은 국토부가 2020년 확정한 광역교통개선대책상 ‘대곡~고양시청~식사 트램’에 특정돼 있다. 이를 광역철도 사업에 사용하려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국토부, LH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변경해야 한다. LH와의 사업비 분담 변경 협약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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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1억원 사업비에 예타 B/C 0.74
또 다른 문제는 경제성이다.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광역철도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통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용 대비 편익(B/C)이 1.0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실제 사업 추진 여부는 종합평가(AHP)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한다.
그런데 고양시 교통정책과장이 “0.74 정도 나와서는 편하게 갈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듯이 고양시 자체 검토에서 나온 B/C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기준을 밑도는 수준에 그쳤다. 결국 식사동의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미 일부 마련된 재원을 광역철도로 전환할 수 있느냐와 낮은 경제성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린 셈이다.
한편,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하철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식사동 현재 가격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며,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13억~14억원 수준까지는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식사동 ‘위시티블루밍3단지’ 전용 122㎡는 지난달 6억원에 거래됐다. 2021년 8억4000만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2억4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위시티일산자이4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용 133㎡는 이달 7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022년 기록한 10억3500만원과 비교하면 2억8500만원 낮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