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11 06:00
[땅집고 창간기획 7편] 도심 차량기지의 변신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JR동일본 6000억엔 들인 20년 프로젝트
차량기지 유휴지에 건물 5개 동
1.1㎞ 데크가 역과 도시 통째로 연결
기업과 인재는 더 매력적인 도시를 찾아 국경을 넘어 움직인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쥬얼’, 일본 ‘도시재생 전략특구’와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 홍콩의 ‘철도+도시 복합개발’까지…. 땅집고는 세계 선진 도시의 현장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성공 공식을 짚어보고, 이를 용산국제업무지구·창동아레나·한강 개발과 교통 계획 등 서울이 마주한 과제들에 대입했다. 땅집고 창간 7주년 기획 ‘서울 재창조 -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은 10여회에 걸쳐 서울을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다시 그리기 위한 방안을 제언한다./편집자 주
[땅집고] 일본 도쿄역에서 야마노테선을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면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역’에 닿는다. 용수철을 건물로 바꿔 놓은 듯한 나선형 외관으로 유명한 박물관 ‘몬 다카나와’를 비롯해, 과거 전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던 차량기지 자리에는 현재 상업시설과 호텔, 오피스, 문화시설, 주거용 빌딩 5개가 늘어서 있다. 도쿄 도심의 애물 단지였던 옛 다마치 차량 기지를 개발해 조성한 복합 시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는 일본의 최대 철도 회사JR동일본이 20년의 구상을 거쳐 6000억엔(약 5조3000억원)을 투자한 대형 프로젝트다. 남북 길이 1.6㎞, 13만㎡의 부지에 건물 5개 동이 연면적 85만㎡ 규모로 들어섰다. 2025년 3월 1차 개장에 이어 2026년 3월 28일 나머지 주요 시설이 문을 열었다. 이 중 최고 높이(지상 44층) 건물은 주거 동으로, 874가구 규모 고급 임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일대에서 근무하는 오피스 근로자만 약 2만명, 하루 이용객은 13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 기지 이전으로 생겨난 도심 땅, 20 년 걸쳐 개발
다마치 차량센터는 1930년도부터 야마노테선·게이힌토호쿠선·도카이도선 철도차량을 정비하던 곳이다. 노선을 따라 남북으로 1.6㎞ 정도 뻗은 선로와 담장에 가로막힌 도심 한복판 ‘섬’ 같은 공간이었다. 2015년 3월 우에노도쿄라인(上野東京ライン) 개통 이후 다마치 차량기지에 세워둘 차량의 수가 크게 줄었다. 이곳에 배치돼 있던 차량을 도쿄종합차량센터로 옮겨가면서 약 13만㎡의 여유부지가 한꺼번에 생겨났다.
JR동일본은 1987년부터 시작한 국철(일본국유철도) 분할 민영화로 태어난 6개 여객철도회사 중 하나다. 이 땅은 국철 시절부터 물려받은 옛 국유 철도부지여서, 원래 국가 소유였던 땅을 민영화된 사기업이 그대로 보유해 개발하는 구조가 됐다. 도쿄도·미나토구 도시계획심의회 심의를 거쳐 2018년 5월 국가전략특별구역회의에서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지정됐다. '국가전략주택정비사업' 특례를 적용받아, 400~600%였던 기준 용적률을 구역별로 최대 1350%까지 완화받았다.
JR동일본은 넓게 퍼져 있던 선로와 전동차 유휴 부지를 한쪽으로 몰아 재배치하는 ‘선로 이설’ 방식으로 실제 건축 가능한 부지를 넓혔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의 5개 구역 전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약 1.1㎞ 길이 지상 2층 보행 데크를 조성했다. 신설된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역에서 내린 시민이 차도로 내려가지 않고도 모든 건물과 공원, 문화시설까지 평지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지하와 지상 1층에는 자율주행 버스와 물류·주차 기능을 배치하고, 지상 2~3층에는 녹지 산책로와 카페, 광장을 두는 복층 구조로 사람과 차량의 동선을 완전히 분리했다.
◇정원·쇼핑·서점, 한 데크 위에 늘어선 '도시 속 도시'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시티에는 의류·화장품·생활잡화·식료품 매장과 레스토랑·카페 등 약 200개 점포가 들어와 있다. 중심은 JR동일본 계열 상업시설 운영사 루미네(ルミネ)가 만든 대형 복합공간 '뉴우먼 다카나와(NEWoMan TAKANAWA)’다. 연면적 약 6만㎡ 규모로 1~5층과 루프트바움이 있는 28~29층에 걸쳐 들어서 루미네가 지금까지 만든 시설 중 가장 크다. 단순 쇼핑몰이 아니라 일하고 머물고 먹고 쉬고 문화를 즐기는 기능을 한데 묶었다는 점에서 '도시 속 도시'에 가깝다. 링크필라(THE LINKPILLAR) 1 북(北) 동 꼭대기에 있는 공중정원 '루프트바움(LUFTBAUM)'에서는 지상 약 150m 도쿄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다.
링크필라 1 남(南) 동 5층의 서점 '분키츠 도쿄(BUNKITSU TOKYO)'는 입장료를 받는 서점이 유명하다. 약 10만권을 전시하고 223석 규모 카페 라운지로 책을 가져가 읽을 수 있는데, 1시간 1100엔, 하루 최대 3850엔을 받는다. 책을 파는 매장이 아니라 여러 세대가 머무는 체류형 문화공간을 표방했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시티는 단순히 역세권·철도 유휴지 개발이 아니라 철도를 기반으로 인근 지역까지 포함하는 광역 도시개발권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JR동일본은 이 일대를 '오이마치 트랙스' '워터즈 타케시바' 등 인근 개발지와 묶어 '광역 시나가와권'으로 명명하고, 연 영업수익 1000억엔을 목표로 하는 광역 도시 재편 프로젝트로 확장하고 있다.
◇서울도 같은 숙제…도심 녹지·주변과의 연계가 핵심
서울 역시 도쿄와 마찬가지로 도시 확장에 따라 철도 유휴부지를 도심 기능으로 전환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노원구 창동차량기지다. 진접선 개통으로 창동차량기지 기능을 이전시키고 남는 땅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시티와 유사한 구조다. 서울시는 40여년간 차량기지로만 쓰인 부지에 총 6만8000㎡ 규모 연구개발(R&D)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한 노원역~창동역을 보행 전용 특화가로로 연결하며, 서울광장의 13배인 약 17만㎡ 규모 녹지 네트워크와 중랑천 수변공원(생태·여가·문화 특화)까지 갖추기로 했다. 인근에는 최대 2만8000명을 수용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아레나'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이미 공사 중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역시 서울 중심지에 들어서 있던 옛 정비창 부지에 대규모 도시 개발을 진행하는 서울의 핵심 개발 사업이다. 강변북로 상부에 덮개 공원을 얹어 한강공원·노들섬까지 보행교로 잇고, 입체보행녹지 '용산게이트웨이'로 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을 연결하는 구상이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시티와 유사하다. 하지만 정부가 용산 미군기지 반환지 전체를 국가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용산공원특별법을 바꿔 용산공원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한강공원에서 국제업무지구·용산공원을 거쳐 용산역·남산까지 보행 녹지로 연결한다는 서울시 구상이 완전히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도심 가치 보존을 위해서는 용산 국가 공원 조성 구상을 원안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