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11 06:00
[박영범의 세무톡톡] 법인 명의로 오너일가 ‘황제 사택’ 괜찮다고? 법인세·종소세·가산세 ‘3중 폭탄’ 떨어진다
[땅집고] 사주 일가가 회사 법인 명의로 고가 부동산을 매입한 뒤 사적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황제 사택’. 최근 국세청이 이 같은 행위가 명백한 탈루로 세무조사 대상이라며 철퇴를 내리겠다고 엄포했는데요. 여기에는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던 소노그룹과 KCC 일가가 포함돼 업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각 기업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국세청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럼 오너 일가마다 법인 명의로 사들인 부동산을 어떻게 활용해야 국세청으로부터 업무 관련 용도로 인정받을 수 있는걸까요.
◇법인 ‘황제 사택’ 논란…한남동서 소노그룹 200억대, KCC 100억대 의혹
지난달 25일 국세청은 중대한 세금 탈루 혐의가 포착된 ‘황제 사택’ 사용 업체를 공개했어요. 이 중 대기업은 5곳, 상장사는 6곳(코스피 4곳·코스닥 2곳)으로 집계됐습니다.
더 자세한 실태를 확인 결과, 법인이 보유한 고가 주택 2639가구 중 임대·업무용을 제외한 1097가구(약 42%)가 사주 일가가 개인적으로 거주하는 등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어요. 이런 ‘황제 사택’ 유형을 ▲사주 일가 거주형(28개) ▲별장형(17개) ▲부동산 투기형(5개)으로 나누고 총 50개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는데요.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이 무려 약 1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사례가 가장 많았던 유형은 집값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지에 들어선 고가 주택을 사주 일가에게 무상 또는 저가로 제공한 '사주 일가 거주형'이었다고 합니다.
여기 해당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소노그룹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소노그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200억원대 초고가 주택을 취득한 뒤, 100억원대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 내부 증축 및 인테리어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썼다고 해요. 국세청은 사주 일가가 인근에 이미 300억원대의 개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법인 자산인 고가 주택을 따로 마련해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KCC도 이 불명예 기업 목록에 함께 올랐습니다. KCC는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용산구 한남동 토지를 총 135억원에 매입했어요. 그런데 2014년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과 차남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KCC로부터 토지 일부를 공동 매입해 지분을 나눠 보유하게 됐는데요. 2015년 들어서는 보유 토지에 오너 일가인 두 사람과 KCC가 각각 개인명의와 법인명의로 단독주택을 1채씩 지었어요. 그런데 두 주택 출입문이 같고, 중간에 별도 담장 등이 없어 해당 주택을 사주일가가 사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거에요.
◇실질적 업무 연관성 밝혀내야…혐의 확정시 법인세·종합소득세·가산세 폭탄
현재 소노그룹과 KCC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소노그룹의 경우 올해 하반기 들어 기업 가치 3조원을 목표로 상장 절차를 밟고 있어 이번 국세청 발표로 인한 타격이 큰데요. 한국거래소가 상장 전 진행하는 예비 심사는 재무적 수치를 판단하는 양적 심사와, 지배구조·내부통제·최대주주 도덕성을 평가하는 질적 심사로 이뤄지기 때문이에요. 만약 세무조사 결과 법인 자금 유용 혐의가 확정되면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소노그룹은 지난 7월 사내 공지를 통해 법인 명의로 한남동 주택을 소유한 사실과,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주 일가를 포함해 그 누구도 해당 주택에 거주하거나 사적으로 유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선을 그었죠. 앞으로 소노그룹은 국세청 조사에 성실하게 대응해 명백한 결백을 밝히겠다는 입장이에요. KCC 역시 국세청 발표 전 법인 명의로 보유 중인 한남동 주택에 대해 사전 조사를 받았으며, 이미 무혐의 종결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어요.
각 기업마다 혐의에 대한 결백을 인정받으려면, 국세청이 진행하는 세무조사 향방을 제대로 파악해야겠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택이 실질적으로 업무와 관련 있게 쓰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됩니다.
만약 소노그룹과 KCC가 법인 주택을 ▲임직원 복리후생용 사택 ▲의전용 게스트 하우스 ▲영빈관 등 실제 업무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정상적인 법인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거에요. 그런데 업무 관련성을 꾸며내기 위해 해당 주택이 직원 복리후생 목적이나 기숙사 용도인 것처럼 사내 공문과 사용 일지를 꾸며 부당하게 부가가치세 매입 세액을 공제받은 경우, 적발 시 공제받은 매입 세액을 토해내야 함은 물론 가산세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또 세법상 업무무관자산으로 판정되면 해당 주택의 유지 관리비, 감가상각비, 관련 차입금 이자 등을 모두 법인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법인세까지 폭증하고요.
법인 자산으로 되어있는 주택을 특수관계인인 사주에게 무상 또는 저가로 제공했다면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상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적정 임대료만큼을 법인의 수익으로 산입하는데요. 동시에 그 혜택을 본 금액은 사주에 대한 ‘상여’로 보고 사주 일가 개인에게 거액의 종합소득세를 추징합니다.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점이 횡령·배임 등으로 번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피할 수 없겠죠.
국세청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고가 주택 소유 법인들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앞으로 국내에 있는 ‘황제 사택' 뿐 아니라, 해외 사택 무상 제공이나 유학비 지원 등 전반적인 법인 자금 횡령 행위를 검증해나갈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기업마다 고가 부동산 취득·운영 과정에서 명확한 공적 목적을 증빙해두고, 투명한 자금 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세무 및 형사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해야겠습니다. /글=YB세무컨설팅 박영범 세무사,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