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10 06:00
[땅집고] ‘넓은 평수가 더 비싸다’는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경기 수원 영통과 화성 동탄 일대에서 완전히 뒤집히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아이파크캐슬’ 전용 84㎡는 10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전용 105㎡(10억 원)보다 6000만원 높게 팔렸다. 화성시 동탄구 ‘동탄 e편한세상’에서도 전용 84㎡ 가격이 전용 89㎡ 가격을 앞질렀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가격 역전 현상이 삼성전자가 무주택 임직원에게 지원하기 시작한 ‘연 1.5%, 최대 5억원’ 규모의 사내 주택대출을 통해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달 1일 시행한 삼성전자 임직원 주택대출의 핵심 내용은 대출 지원 자격에 붙은 ‘전용 85㎡ 이하·25억원 이하’ 조건이다. 주택을 매매할 때 최대 5억원, 임차할 때 최대 3억원을 개인 부담 이율 연 1.5%로 지원한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 안팎이라고 가정했을 때, 연 1.5% 저리로 최대 5억원을 조달하면 연간 이자 비용만 1250만원(월 100만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단 몇 제곱미터 차이로 수천만원의 금융 혜택 여부가 갈리다보니 수만명에 달하는 대기업 매수세가 전용 85㎡ 이하 국민평형으로 일제히 쏠릴 가능성이 높다.
수치로는 이미 확인되는 모양새다. 대출 조건이 알려진 7월 초 이후 수원 영통구의 전용 83~85㎡ 거래량은 13.2% 증가한 반면, 85㎡ 초과 중대형 거래는 41.7% 급감했다. 영통구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 역시 0.30%에서 0.75%로 치솟았다. 특히 삼성전자 기흥·화성 사업장 통근버스가 서는 ‘셔세권’ 단지인 화성 동탄역 ‘시범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4.0’ 전용 84㎡는 종전보다 3억9000만원 뛴 15억9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 동탄 ‘외곽 9억 이하’ 풍선효과…대출 배제된 ‘낀 평형’ 약세 불가피
다만 현장에서는 거래량 회복을 동반한 전반적인 대세 상승이라기보다는 대출 기준에 맞춘 극단적인 양극화 장세로 진단하고 있다. 화성시 동탄구의 임지현 아우남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동탄역 중심부는 이미 호가가 많이 올라 단지별로 한 달에 한두 개 거래될 때 신고가가 찍힐 뿐 매매 건수 자체는 적다”며 “오히려 최근 거래를 주도하는 곳은 동탄 목동, 영천동, 산척동 일대 9억원 이하 매물들이다”고 전했다. 이어 “전용 84㎡를 팔고 대형으로 넓혀가던 갈아타기 수요마저 대출 조건 탓에 발이 묶이면서 대형 평형 문의는 눈에 띄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출 집행이 본격화될수록 평형 간 가격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기 신도시(동탄·광교·위례·김포 등)에 주로 공급된 전용 86~100㎡ 안팎의 이른바 ‘낀 평형’이 대출 혜택에서 배제돼 상대적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금리 1.5% 대출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주변 집값을 자극하는 효과는 매우 크다”며 “전용 85㎡, 2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동일 입지라도 상대적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단기적으로 경기 남부권 내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자금 여력이 있다면 추격 매수도 유효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파격적인 복지 제도가 특정 주택형의 가격 왜곡을 부추기고 인근 일반 실수요자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