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02 11:21 | 수정 : 2026.09.02 11:41
[땅집고] 경제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하다 물러난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부동산 시장의 문외한임을 실토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김 실장은 퇴임하면서 시장 전문가들이 경고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과거 실패할 정책을 밀어 붙이는 등 사실상 국민을 정책실험 대상으로 삼는 아마추어적 국정 운영을 했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
김 전 실장은 2일 보도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 들어 즉각적인 추경과 반도체 호황 등으로 부동산 수요의 힘이 역대급으로 강해졌다”며 “공급은 갑자기 늘릴 수 없는데 폭발하는 수요를 어떻게 막겠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시점조차 맞지 않는 자의적 해석이다. 반도체 본격적 호황과 주가 상승은 올 들어 본격화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서울 등 주요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무조건 묶어버렸다. 이어 10·15 대책에서는 실거주 의무를 강제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실상 ‘아파트 거래허가제’까지 도입했다.
김 전 실장은 10·15 대책에 대해 “(규제 강화로) 갑자기 늘어난 실거주 수요 때문에 전세 시장에 미친 파장은 뼈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당시 10.15대책에 대해 갭투자, 다주택자 전세시장의 매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나친 규제는 전세매물 급감으로 이어져 전세가격을 폭등시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많았다.
정책 과정에서 검토했어야 할 과거의 실패 사례도 완전히 무시했다. 이미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재건축 아파트 실거주 요건을 추진했다가 전세난이 극심해지자 1년 만에 철회했던 선례가 있다. 실거주를 위한 아파트 주인들의 유턴으로 인해 비교적 전세가격이 저렴했던 재건축 아파트 임대매물 품귀현상을 빚으면 전세시장이 요동쳤다.
더욱 심각한 것은 김 전 실장이 이러한 부작용을 알고도 8·3 대책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양도세 중과 카드를 또 다시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의 효과 조차 제대로 몰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의 경우, 재건축이 대상이었지만, 이번 세제개편은 비거주 1주택자 전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부작용은 당시와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 전 실장의 사퇴이후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제도는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한국일보와의의 인터뷰에서 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 “회의에서 '왜 우리나라는 유독 미국 나스닥 투자에 많이 가느냐'는 문제 의식을 논의하다가 (한국과 미국 증시의) 상품 차이 이런 부분 얘기가 나와 그런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피 급락이후 레버리지 ETF 투자자의 피해가 커진 것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조정이 오는 시점이 (ETF) 도입 시점하고 겹치면서 손실을 키우는 그런 주범으로 몰린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실장은 "당시 정부가 레버리지 ETF 가입을 국민들에게 독려한 사실은 없지 않느냐"며 "당시 공격적으로 투자한 사람들의 손실이 꽤 큰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 은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증권사만 배불렸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실무부서에서 부작용을 충분히 알았지만, 상급 부서에서 주도해 어쩔 수 없이 반대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 된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이 사실상 집 사지 말고 주식투자하라는 생산적 금융이었는데도 정부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 실무 부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입돼 한국 주식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든 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주도했지만, 반성은 커녕 남 탓으로 일관했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