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02 07:55
[서용식의 도심복합개발] 건물 소유권 편법 쪼개기는 투기
권리자 인위적으로 늘려 결국 비례율 악화
수익성 나빠지고 사업지연으로 분담금 증가
[땅집고] 도심복합개발은 낡은 주거환경을 개선해 노후화된 도심의 슬럼화를 막고, 합리적인 공사비와 사업구조를 통해 더 나은 주거와 도시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입니다. 개발이익과 자산가치 상승이라는 민간 사업 구조와 지속가능한 도심 생태계를 구축하는 공공 가치가 맞물린다는 점에서 단순히 낡은 건물을 허물고 용적률 높은 건물과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사업과는 다릅니다.
그렇기에 복잡한 금융관계와 사업 전 과정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투명한 사업구조를 보장하고, 한정된 개발 이익과 결과물을 원주민을 포함해 누구에게 공정하게 배분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개발 사업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해치는 투기적 ‘지분 쪼개기’입니다. 지분 쪼개기가 전체 사업에 얼마나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분 쪼개면 비례율 악화…조합원 부담도 늘어
지분 쪼개기는 기본적으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처럼 소유권이 하나인 토지·건축물에 대한 소유관계를 철거나 신축, 혹은 분할 등기 방식으로 여러 개로 나누는 행위를 말합니다. 상속이나 증여 같은 적법한 절차로 이전하는 소유권 변동은 문제가 없지만 적은 자본을 투입해 입주권(분양권)을 노리는 지분 쪼개기가 문제입니다.
지분 쪼개기 행위는 본래의 지역 가치와 인구 구조로부터 산출되는 사업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특히 개발 후 자산가치에 대한 새로운 권리관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전체 수익 구조와 사업성을 흔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옵니다.
이미 정해진 대지면적과 허용 용적률 범위에서 산출되는 개발사업의 총수익은 권리자가 증가할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지분 쪼개기를 통해 권리를 얻은 투기 세력을 포함한 총 이해관계자의 증가는 일반분양 물량과 사업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비례율 측면에서 보면 ‘지분 쪼개기’의 부작용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비례율은 사업을 통해 확보한 종후자산 가치와 개발에 투입된 총 사업비, 기존 자산가치를 통해 최종적으로 조합원의 권리가액과 추가 분담금을 산정하는 개발 사업의 중요한 지표입니다.
지분 쪼개기로 인한 권리자 증가분만큼 비례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기존 주민이 보유한 토지·건축물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입주 시점에 원주민이 감당하기 힘든 추가 분담금을 가중시켜 전체 사업의 지속성과 성공 가능성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지분 쪼개기는 결국 사업 지연 초래해 큰 손실
재개발은 짧은 기간에 끝나는 사업이 아닙니다. 정비구역 지정에서 시작해 사업시행과 관리처분, 착공과 준공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공사비가 상승하고 금융환경이 변하며 부동산 시장의 수요도 달라집니다. 여기에 권리관계까지 복잡해지면 사업계획에 대한 합의와 의사결정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집니다.
앞서 살펴본 ‘권리자 증가→분양구조 변화→사업수입 변화→사업비 부담→개별 분담금 변화’라는 연쇄 반응은 결국 시간이라는 비용으로 되돌아오는 셈입니다.
따라서 사업성이란 개념은 단순히 ‘얼마를 벌 수 있는냐’ 문제가 아닙니다. 그 수익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예측 가능한 기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는냐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비사업에서 권리산정기준일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사업을 이용한 투기성 권리 증가를 제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재산권 거래를 막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기대이익을 이용해 특정 시점에 권리를 인위적으로 늘림으로써 기존 주민의 이해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막는 데 있습니다.
여기에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든 지분 분할을 투기로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가족 간 상속이나 정상적인 소유권 이전처럼 실질적인 투기 목적과 무관한 거래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질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지분이 나뉘었느냐?”가 아니라 “왜, 언제, 어떤 목적으로 나뉘었느냐?”입니다. 그리고 그 거래가 정비사업의 권리와 사업성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재개발이 특정 개인의 부동산 거래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 수많은 주민의 자산이 하나의 사업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공동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사업 초기부터 PM통한 체계적 관리 필수
재개발 사업에서는 “용적률이 올라가면 무조건 사업성이 좋아진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모두가 이익을 본다”는 식의 단순한 판단을 경계해야 합니다. 사업 초기부터 토지등소유자의 수와 권리 변동, 종전자산 평가액, 총사업비, 일반분양 물량, 예상 분양수입, 비례율, 예상 분담금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각각의 숫자를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숫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움직이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도시개발에 PM(Project Management)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좋은 PM은 일정표만 관리하지 않습니다. 권리관계의 변화가 사업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사업비와 분양수입의 변화를 추적하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주민의 분담금과 사업기간에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판단해야 합니다.
재개발은 누군가의 이익을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사업이 아닙니다. 기존의 토지와 자산을 하나로 모아 더 높은 도시적 가치를 만들고, 그 결과를 주민과 시장, 공공이 합리적으로 공유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 초기의 권리관계와 기준일, 거래의 성격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분 쪼개기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상적인 거래를 막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정된 개발가치가 특정한 방식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사업의 출발선을 지키자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출발선이 흔들리면 이후의 사업계획도, 비례율도, 주민 분담금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권리관계가 투명하고 사업성이 객관적인 데이터로 관리된다면, 주민들은 막연한 기대나 불안이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성공적인 도심복합개발은 더 많은 권리를 만들어내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사업에 참여하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한정된 개발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지분 쪼개기 문제를 계속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주민의 자산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개발이익을 부풀려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익이 만들어지고 배분되는 구조 자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주민 모두가 함께 완주할 수 있는 재개발의 가장 단단한 출발점입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도시계획의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대가로 사업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제도인 공공기여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ceo@soomokurb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