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9.01 14:42 | 수정 : 2026.09.01 15:10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도 4억→6억씩
단독·공동명의 모두 총 12억 공제
세 부담 상한 200% 아닌 현행 150% 유지
[땅집고] 부동산 규제를 주도한 재정경제부 부총리와 국토부장관에 이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교체된데 이어 ‘8.3 세제 개편’도 수정됐다.
정부가 부동산 세제 관련 정부안을 수정해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당초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는 비거주 1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 기조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년 3개월만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는 등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에 이어 8.3세제 개편안도 수정한 것이다.
정부는 8.3대책을 통해 전통적으로 세제혜택을 주던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도 비거주와 고가주택의 보유세와 양도세를 대폭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마련했다. “1주택자까지 투기꾼으로 몰아 징벌적 세금 폭탄을 던졌다”,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극치” 등 비판이 쏟아지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정부가 개각에 이어 뒤늦게 수정안까지 냈다.
이날 수정안 발표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나온 것이다. 김 실장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도입을 주도한 것이 직접적인 사퇴의 원인이다. 그러나 김 실장은 세제개편 등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전체를 진두 지휘한 경제 사령탑이었다. 세제개편을 주도한 김 실장의 사표이후 세제 개편 수정안이 나온 것은 정부 정책의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 전문가는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보유세 등 관련 세금을 대폭 올렸다가 정권이 교체되는 등 후폭풍이 켰다”면서 “현 정부도 세금인상이 얼마나 민심을 이반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한 숙고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수정안에도 보유세, 양도세를 올리는 이른바 세금폭탄 개편안을 근본적으로 수정한 것이 아니라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가 1일 발표한 세제 개편 정부안에 따르면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는 1인당 공제액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조정해 단독명의와 마찬가지로 총 12억원을 공제받도록 한다. 종부세 세 부담 상한도 당초 200%로 높이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현행 150%를 유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부 세제 개편안의 실거주 우대 취지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국민께서 체감하는 1주택자 간 과세 형평성과 세 부담의 예측 가능성 또한 강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에서 거주 여부에 따른 차등을 두지 않는 방안과 세 부담 상한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 등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지난달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정부에 1주택자의 거주·비거주 구분을 두지 말 것을 요청했다.
정부가 앞서 지난달 3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의 경우 각각 4억원씩 총 8억원만 공제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으로 조정하고 세 부담 상한을 150%로 유지하면서 민주당이 제기한 보완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단독명의인지 부부 공동명의인지에 따라 종부세 기본공제 총액이 달라지는 문제는 없어진다. 다만 당초 정부안에서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기로 한 만큼, 거주 여부에 따른 공제 차등 자체를 없애자는 민주당 요구가 전부 반영된 것은 아니다. 기존 정부안은 실거주자를 세제상 우대하면서 비거주·고가 주택에 대한 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이 국민 부담과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사항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발표 직후 잇따라 수정·재검토된 데 대해서도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나흘 뒤 이재명 대통령이 ISA 등 일부 핵심 방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발표 이후 열흘 동안 정부가 내놓은 해명 자료만 29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부동산 세제 관련이었다. 세제는 실제 시행 전이라도 발표 자체가 주택 매매나 보유, 자산 운용 등 국민과 실수요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안이 단기간에 거듭 바뀌면서 시장 혼란과 정책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세법 개정안은 확정안이 아니며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하는 정상적인 입법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