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30 14:38
이 대통령 2기 개각으로 물러나는 김윤덕 장관
전문성·존재감 부족 지적에 1년만에 교체
"빵" 발언, 용산공원 주택 공급 주장으로 논란
3년6개월 재임 '빵투아네트' 김현미의 길은 피해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을 지명했다. 지난해 8월 이재명 정부 첫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한 김윤덕 장관은 1년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김윤덕 장관이 재임 기간 내내 부동산 민심을 제대로 달래지 못하고 오히려 논란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성·존재감 없는 정치인 장관…개각 전부터 교체 1순위로
김윤덕 장관을 둘러싼 우려는 지명 초기부터 있었다. 그는 학자나 전문가·정통 관료 출신이 아니라 3선 국회의원(19·21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출신으로, 지난해 7월 지명 당시부터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특히 주택 정책에 있어서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정치 논리를 앞세워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억지 정책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김 장관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이런 우려가 상당 부분 현실이 됐다는 평가다. 이재명 정부가 취임 후 2025년 6월 27일, 9월 7일, 10월 15일에 이어 올해도 1월 29일 주택공급 대책과 올해 8월 3일 세법 개정안·8월13일 추가 공급대책까지 6번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음에도 부동산 시장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한국갤럽의 지난 25~27일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2%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27%)이 단연 1위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 등 일부 조사에서는 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 진입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강한 규제로 시장 억누르기를 시도했다. 출범 전만 해도 세금이나 규제보다는 공급을 통해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금세 말을 바꿨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 상당 지역을 한꺼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과 다주택자를 넘어 비거주 1주택자까지 겨냥해 주택 보유세(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대폭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 등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집값과 전월세 주거비용을 동시에 급등시키는 역효과만 낳았다. 김 장관은 주택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대통령 본인이 소셜미디어에서 주택 정책을 진두지휘했고, 청와대 대통령실이 직접 주택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임기를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교체설이 나돌더니 이번 2기 개각에서는 교체 1순위 후보로 꼽혔다.
김 장관은 퇴임을 앞둔 최근 한달간은 오히려 전면에 나서 그간의 정책을 두둔하거나 논란이 될만한 정책을 발표하며 논란을 더 키웠다. 그는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 어린이정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에 관한 질문에 “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빵 찍는 거라면 밤새 찍겠지만”…김현미 소환한 발언
김윤덕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 공급에 걸리는 시간(택지 확보, 인허가, 보상, 착공, 준공)을 질의하자 "빵 찍는 것처럼 하는 거라면 밤새 찍으면 되겠지만, 실제 공급의 결과물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김 장관의 이 발언은 곧바로 2020년 11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김현미 전 장관의 발언은 공급 부족 비판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와 큰 논란이 됐고, 이후 두고두고 '부동산 정책 실패'를 상징하는 말로 소환되곤 했다. 6년 만에 국토부 수장의 입에서 비슷한 취지의 '빵' 비유가 다시 나오면서, "김현미 데자뷔"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국토부 안팎에서는 김윤덕 장관이 1년여 만에 물러나면서, 임기 내내 부동산 정책 실패의 상징으로 소환되며 임기 후반까지 두고두고 비판받았던 김현미 전 장관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현미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 무려 3년6개월이나 재임했으나 그 덕에 오히려 주택정책 실패의 오명을 뒤집어 썼다. 한때 강경한 부동산 정책으로 부총리 승진설까지 돌았으나 ‘빵투아네트'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김윤덕 장관은 재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게 끝난 만큼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논란도 후임자인 홍지선 후보자에게 넘어가게 됐다는 평가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