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31 06:00
기부채납·친환경 설계로 인센티브 조건 맞췄는데
광명시 "중첩용적률만큼 공공임대 반영해달라"
조합원 분담금·사업 지연 우려
[땅집고] 수도권 지하철 7호선 철산역 4번 출구에서 나와 걷다 보면 낡은 아파트 단지 사이로 새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철산역 롯데캐슬&SK VIEW 클래스티지’이다. 깔끔한 외관과 조경을 갖춘 신축 단지 맞은편에는 칠이 벗겨진 외벽에 ‘철산주공13단지’라는 글씨가 선명한 낡은 대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재건축을 앞둔 단지와 이미 재건축을 마친 단지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철산주공13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4월 광명시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지난해 5월 정비구역 지정 이후 약 1년 만이다. 1986년 준공된 2460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3719가구 규모의 초고층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대로를 사이에 둔 철산주공12단지도 지난해 8월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뒤 현재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으며, 연내 조합설립을 목표로 한다.
철산주공13단지는 조합설립인가를 계기로 시공사 선정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조합은 시공사 선정 이후 2030년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이주를 거쳐 2033~2034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3월 열린 창립총회에는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홍보전을 벌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철산주공 12·13단지 인근에는 광명시청과 철산도서관 등 생활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다. 이 중 13단지는 단지 내 광성초등학교가 있는 일명 ‘초품아’ 단지다. 심지어 수도권 지하철 7호선 철산역을 이용해 서울 주요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편리해 광명시 재건축 단지 가운데서도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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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던 현장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 19일 광명시는 철산·하안지구 재건축 조합 및 추진위원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정비계획에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한 것.
광명시는 철산·하안 택지지구단위계획에서 허용한 중첩 용적률을 근거로 든다. 당시 상한용적률 280%, 중첩용적률 최대 330%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만큼, 법정 기준을 넘어 추가로 확보한 용적률에 상응하는 공공임대주택을 정비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명시는 “법정 기준용적률을 초과하는 중첩용적률 적용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혜택을 부여했다”며 “대규모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거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했다.
반면 조합 측은 갑작스러운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초 최대 330%의 용적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조건으로 제시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합은 제로에너지 건축 등 친환경 설계와 기부채납 등을 통해 용적률 인센티브 조건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정비계획을 마련해왔다고 한다. 철산주공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당초 계획에 없던 공공임대주택이 추가되면 사업성이 떨어지고 결국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제는 공공임대주택 추가가 단순히 주택 몇 가구를 더 넣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에 수립한 정비계획을 다시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일정 자체가 뒤로 밀릴 수 있다. 여기에 건설사 입장에서 사업 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사 선정에 참여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합 관계자는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시공사 선정을 예상하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모든 일정이 불투명해졌다”며 “시공사 입찰을 진행하더라도 사업 조건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조합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부분은 결국 추가분담금이다. 조합 측은 전용 84㎡ 안팎의 일반분양 물량 한 가구가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될 경우 10억~11억원가량의 사업 수익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광명시가 임대주택의 규모나 유형, 공급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한 손실 규모조차 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광명시는 최근 분양가가 크게 오른 만큼 임대주택을 일부 반영하더라도 과거보다 사업성이 나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철산주공13단지의 일반분양가는 평당 약 3700만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분양가가 올라가면서 조합원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추가분담금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
문제는 공사비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 측은 현재 공사비가 평당 800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실제 착공 시점에는 평당 1000만원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분양가 상승으로 확보되는 수익성이 공사비 상승으로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가 오르면서 과거보다 사업성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공사비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며 “사업지연으로 발생하는 금융비용까지 광명시가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집값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철산주공13단지’ 전용 83㎡는 지난달 15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9억3000만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6억2000만원 오른 셈이다. 철산주공12단지도 지난달 전용 84㎡가 15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인숙 철산더헤리티지 공인중개사 대표는 “현재 거래가 한 달에 한두 건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매물이 거래될 때마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흐름”이라며 “광명시가 갑작스럽게 공공임대주택 건립을 요구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크게 어수선한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