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25 06:00
부산 명지·군포 대야미서 727가구 규모 추진
일반 도급·분양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에 무게
고령화 수요·그룹 서비스 인프라 활용 전략
[땅집고] 이랜드건설이 시니어 임대주택 사업인 ‘실버스테이’에 뛰어든다. 표면적으로는 고령화 시대를 겨냥한 신사업 진출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통적인 도급·분양형 건설사업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워진 중견 건설사의 현실이 깔려 있다. 대형 건설사처럼 정비사업 수주전이나 민간 분양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랜드건설이 선택할 수 있는 사업은 결국 보유 부지와 공공지원 민간임대 제도를 활용한 운영형 주거사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 수주보다 임대 운영…사업 체질 바꾸는 이랜드건설
이랜드건설은 최근 부산 강서구 명지동과 경기 군포시 대야미동 부지를 활용한 실버스테이 사업에 나섰다. 두 사업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025년 제1차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민간제안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부산 명지동 사업장은 391가구, 군포 대야미동 사업장은 336가구 규모다. 이랜드건설 입장에서는 청년주택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중심으로 쌓아온 운영형 주거사업 경험을 고령층 주거시장으로 확장하는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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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스테이는 만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민간 실버타운처럼 노유자시설이 아니라 주택으로 분류돼 민간임대주택법을 적용받는다. 식사·청소·세탁 등 생활 지원 서비스를 결합하고, 20년 이상 장기 임대로 운영하는 구조다. 임대료와 임대보증금 인상률은 연 5% 이하로 제한된다. 분양 전환을 통해 단기간에 수익을 회수하는 일반 분양사업과 달리, 장기 임대료와 관리·운영 수익을 축적하는 모델이다.
◇청년주택서 실버주거로…임대주택 포트폴리오 확장
이랜드건설은 최근 전통적인 외부 도급공사나 자체 분양사업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청년주택, 실버스테이 등 운영형 주거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피어(PEER)’ 브랜드를 앞세워 신촌·길동 등 청년안심주택을 공급했고, 대전 봉명동·북가좌·수원남문 등에서도 임대주택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건설사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대형 건설사처럼 정비사업과 민간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외형을 확대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랜드건설이 현실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을 고른 것으로 본다. 최근 건설업계는 고금리, 공사비 상승, 미분양 리스크가 겹치면서 분양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대형 건설사들도 정비사업 수주에서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견 건설사가 일반 도급·분양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반면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토지 확보와 사업 구조만 맞으면 임대 운영을 통해 장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랜드건설 입장에서는 청년주택에서 쌓은 경험도 실버스테이 진출의 기반이 됐다. 청년주택과 실버스테이는 입주 대상은 다르지만, 단순 시공보다 운영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입주자 모집, 임대료 관리, 생활 서비스 제공, 커뮤니티 운영, 시설 유지관리 등 건물을 지은 뒤에도 지속적인 관리 역량이 필요하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 운영 경험을 고령층 주거시장으로 옮기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고령화가 만든 새 시장…분양 대신 장기 운영수익
고령화에 따른 시장 변화도 이랜드건설이 실버스테이에 진출한 주요 배경이다. 국내는 이미 고령 인구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녀와 따로 살면서도 기존 요양시설이나 고가 실버타운에는 부담을 느끼는 중산층 고령자가 늘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아파트가 아니라 장기 거주 안정성과 식사·청소·세탁·건강관리 등 생활 지원 서비스가 결합된 주거 상품이다. 정부가 실버스테이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한 유형으로 도입한 것도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정부 정책 기조에 올라탄 점도 사업 추진 이유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는 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장기임대 주거 모델로 실버스테이를 육성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초기 시장에 진입해 레퍼런스를 확보할 경우 향후 사업 확대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특히 실버스테이는 300가구 이상 규모, 20년 이상 임대 운영, 공공성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초기 사업 경험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랜드 유통·외식·복지 인프라 결합이 관건
이랜드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실버스테이 진출 명분을 뒷받침한다. 시니어 주거는 건물을 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식사, 돌봄, 건강관리, 여가, 커뮤니티 운영이 상품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랜드그룹은 유통·외식·휴양·복지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실버스테이 운영에 접목하면 단순 임대주택을 넘어 생활 서비스형 주거 플랫폼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건설사가 시공만 하고 빠지는 구조가 아니라 그룹 내 서비스 역량을 결합해 운영 수익을 키울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실버스테이가 이랜드건설의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지는 운영 역량에 달려 있다. 임대료 인상률이 제한되고 장기 운영을 전제로 하는 만큼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식사·청소·세탁 등 생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려면 운영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고령층 주거는 한 번 입주하면 장기 거주 가능성이 크지만, 서비스 만족도가 낮으면 브랜드 신뢰가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실버스테이는 부동산 개발사업이면서 동시에 서비스업에 가깝다.
시니어 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이 과거처럼 분양사업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지면서 임대주택, 시니어주거, 코리빙 등 운영형 주거사업을 새 먹거리로 보고 있다”며 “이랜드건설의 실버스테이 진출도 대형 수주 경쟁보다 자신들이 보유한 부지와 그룹 서비스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튼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mjbae@chosun.com
땅집고가 시니어 비즈니스 전문가 양성을 위해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전문가 과정 8기’를 개설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달 26일부터 10월 28일까지 9주간 총 16회 강의로 진행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니어 주거 개발과 요양시설 운영, 금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실무 중심 커리큘럼이다. 지금까지 수료생 200여 명을 배출했다. 일본 등 선진국 케이스를 집중 분석하고 국내 현장 스터디 2회도 포함한다. 한만기 노블라이프케어 대표, 문성택 공빠TV 대표, 강경찬 KPMG 상무 등 현업 시니어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선다.
땅집고아카데미 관계자는 “시니어 주거 시장은 개발과 운영, 금융을 함께 이해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번 과정은 디벨로퍼와 건설사, 금융사, 자산운용사, 설계사무소 등 관련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했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