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24 09:15 | 수정 : 2026.08.24 09:22
청년 주거대책 내놓는다더니 결국 '고시원·빌라'
국토부, 고시원 욕조 허용·책상 설치 의무 폐지 추진…여론 반발에 재검토
"청년 주거 현실 외면" 지적
[땅집고] “이재명 정부의 청년 주거대책은, 폐버스 아니면 빌라와 고시원”
민주당 황희 의원이 버스를 리모델링해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 주거공간으로 제공하자는 이른바 ‘폐버스 청년주택’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이번에는 국토부이다. 국토부가 고시원과 빌라를 청년 주거대책의 대안으로 제시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저금리 정책모기지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신설했다. 하지만 청년들의 아파트 선호가 뚜렷한 데다 비아파트는 전세사기 우려도 여전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살 돈 없으면 빌라 가라는 거냐”, “전세사기 때문에 빌라는 가기 무섭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국토교통부가 고시원 방 안에 욕조 설치를 허용하고 책상 등 학습시설 의무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했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당초 오는 31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개정안은 2015년부터 금지해온 고시원 호실 내 욕조 설치를 허용하고, 각 방에 책상 등 학습시설을 갖추도록 한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국토부는 규제 완화 취지를 강조했다. 최근 고시원이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간보다 1인 가구의 실제 주거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진 만큼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규제 개선 건의를 반영한 결정이기도 했다.
실제로 국토부의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약 44만3000가구 가운데 고시원·고시텔 거주 가구가 15만8000가구로 가장 많았다. 고시원을 선택한 이유로는 직장이나 학교와의 접근성, 저렴한 월세, 독립된 개인 공간 등이 꼽혔다. 반면 ‘공부하기 위해서’라는 수요는 크지 않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청년들에게 고시원에 살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청년들이 실제로 겪는 문제는 ‘방에 욕조가 없어서’가 아니라 높은 주거비와 전세사기 위험, 월세 부담, 열악한 원룸과 고시원의 주거환경 등이 청년 주거 문제의 핵심인데, 정부가 값싼 비주택을 사실상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방향의 규제 완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이에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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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이다. 좁은 면적에 여러 개의 방이 밀집해 있고 취사와 환기, 방음, 소방 등 주거시설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이런 공간에 욕조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청년 주거의 질을 높이는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인명피해 사례도 있다. 지난 2018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고, 2022년에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7명이 대피했다. 좁은 복도와 미로처럼 배치된 방 구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가 어렵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왔다.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방별 취사·욕조 설치를 제한한 것도 이 같은 안전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욕조 설치를 다시 허용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한 채 고시원을 조금 더 그럴듯하게 만드는 데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 욕조가 들어설 경우 오히려 ‘프리미엄 고시원’을 명분으로 임대료만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도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한발 물러섰다. 국토부는 “행정예고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해당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오는 31일까지 접수되는 의견을 검토한 뒤 개정안의 최종 내용을 결정할 방침이다. /kso@chosun.com
고시원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이다. 좁은 면적에 여러 개의 방이 밀집해 있고 취사와 환기, 방음, 소방 등 주거시설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이런 공간에 욕조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청년 주거의 질을 높이는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인명피해 사례도 있다. 지난 2018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고, 2022년에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7명이 대피했다. 좁은 복도와 미로처럼 배치된 방 구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가 어렵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왔다.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방별 취사·욕조 설치를 제한한 것도 이 같은 안전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욕조 설치를 다시 허용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한 채 고시원을 조금 더 그럴듯하게 만드는 데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 욕조가 들어설 경우 오히려 ‘프리미엄 고시원’을 명분으로 임대료만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도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한발 물러섰다. 국토부는 “행정예고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해당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오는 31일까지 접수되는 의견을 검토한 뒤 개정안의 최종 내용을 결정할 방침이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