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집값 폭락' 부른 좌파 정권의 비참한 몰락…총리도, 청년도 국외 대탈출

    입력 : 2026.08.24 06:00


    [땅집고] 뉴질랜드 부동산 거품 붕괴와 경기 침체 실태를 담은 삽화. 저신다 아던 전 정부의 금리 인상 폭탄과 주택 가격 급락으로 자산 가치가 폭락하자, 생계 위기에 처한 생산 연령층의 호주 대탈출이 이어지는 모습을 풍자했다./생성형AI


    [땅집고] “유독 국민들이 투기를 좋아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나라는?”

    한국 사람들이라면 한국, 일본을 꼽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주택투기와 부동산 버블을 상징하는 국가는 뉴질랜드이다. 뉴질랜드의 면적은 대한민국 2.7배로 광활하지만 인구는 10분의 1인 530만명에 불과하다. 한국 일본처럼 토지가 좁은 것도 아닌데 뉴질랜드는 부동산 버블 1위에 올랐다. 2021년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토대로 나라별 주택시장 거품 순위를 평가한 결과, 1위가 뉴질랜드였다. 한국은 19위에 불과했다. 뉴질랜드 평균 주택가격은 2011년말 39만9466 뉴질랜드 달러(약 3억3000만원)에서 2021년 100만6632 뉴질랜드 달러(약 8억3000만원)로 올랐다. OECD 35개국중 노숙자 1위가 뉴질랜드라는 조사도 있다.

    그런 뉴질랜드가 2022년을 정점으로 주택시장이 붕괴한 후 침체의 긴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 웰링턴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 아파트·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20~25% 이상 급락했다. 2022년 이후 부도가 나 청산 절차에 돌입한 건설사만 2200곳을 넘어섰다. 오클랜드와 웰링턴에서 거래된 주택 5채 중 1채(15~20%)는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린 ‘눈물의 손절 매물’이다. 한국의 사이비 좌파 전문가들의 염원처럼 부동산 버블이 붕괴돼 국민들은 ‘참행복’을 되찾았을까

    12차례 연쇄 금리 인상과 규제 폭탄

    2017년 37살의 나이로 최연소 여성 총리가 된 저신다 아던 총리는 9년만에 우파 정권을 무너뜨린 중도 좌파 엘리트 정치인이었다. 2018년 타임이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올랐으며 패션 잡지 보그가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총기 테러, 펜더믹 위기 등 위기극복에 앞장서는 등 탈권위적 소통과 따뜻한 리더십으로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슈퍼스타 정치인이었다.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집값이었다.
    좌파 정권 답게 집값이 치솟자 각종 규제를 가하는 등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던 총리 중국계 이주 수요로 인해 집값이 폭등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비거주 외국인의 기존 주택 구매를 법적으로 전면 금지했다. 투기를 차단한다며 다주택자들의 주택담보대출 이자 감면 혜택 폐지와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기간 대폭 연장했다. 단기 차익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VR: Loan to Value Ratio) 규제를 강화해 주택 구매 시 최소 40% 이상의 현금 확보를 의무화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TI)까지 적용하며 대출을 죄었다. 이재명 정부와 비슷한 정책들을 투척했다. 공급 부족론이 나오자 아던 총리는 10년 동안 무주택 서민과 청년을 위한 저렴한 주택 10만 호 건설 계획도 추진했다.

    그러나 집값을 무너뜨린 결정타는 규제도, 세금도 아니라 금리였다. 사실 2020년~2021년 집값 폭등의 방아쇠를 당긴 것도 저금리였다. ‘펜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뉴질랜드는 3%까지 올랐던 기준금리를 2020년과 2021년 0.25%까지 내렸다. 저금리로 집값이 치솟았던 것이다. 그러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대응해서 2021년 10월 0.25%에서 2023년 5월까지 12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가 단기간에 0.25%에서 5.5%까지 치솟으면서 2%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대로 올랐다. 수억 원의 빚을 내 집을 샀던 영끌족들은 매달 돌아오는 이자 폭탄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땅집고]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규제 대책을 실시했던 아던 전 뉴질랜드 총리. 뉴질랜드는 집값 폭락과 심각한 경기침체로 젊은층의 해외 이주가 크게 늘어났다. 아던 전 총리도 호주로 이주해 논란이 되고 있다./조선DB

    ◇집값 폭락이 몰고 온 경기침체와 정권 교체

    수요 억제책과 함께 펼친 공급 확대 정책도 악수가 됐다. 정부는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일반 주거지에도 별도 인허가 없이 3층 높이, 최대 3채의 타운하우스를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완공 시점에 고금리 폭풍이 몰아치면서 구매 수요가 완전히 소멸했다. 시장에는 소화되지 못한 타운하우스와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며 심각한 ‘미분양 오버행(과잉 공급)’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에 임대주택 규제로 월세 공급마저 줄어들자 세입자들의 임대료 부담이 되레 폭등하는 부작용까지 속출했다.

    집권 급등기에 집권했던 뉴질랜드의 중도 좌파 노동당 (Labour Party)의 아던 총리 정부는 각종 규제 정책과 금리인상 등으로 집값을 붕괴시켰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집값 폭등도 싫어했지만, 집값 폭락이 몰고온 경기침체는 더 싫었다. 경기침체는 집값 폭등보다 더한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2023년 10월 총선에서 6년만에 정권을 우파인 국민당 (National Party)에 내줬다. 우파 국민당 연립정부는 노동당의 부동산 정책을 대거 폐기하고 양도세 과세 기간 단축 등의 규제를 폐기하고 사실상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총리까지 국외탈출

    집값 폭등기인 2021년 5.5%에 달했던 경제성장률(GDP)은 2022~2023년 2%대로 떨어진 데 이어 2024년 -0.3%로 역성장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분유·소고기 등 핵심 농축산물 수출마저 큰 타격을 입었다. 부동산 가치 폭락은 가계 지갑을 닫게 만드는 ‘역(逆)자산 효과’를 불렀다. 더 심각한 악재는 생산 연령대의 국외 탈출이다.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3월기준 연간 순유출이 약 3만 6500명에 달하며 이 중 63%가 호주로 향했다. 특히 18~30세 청년층에 집중(2만 4900명)됐다. 뉴질랜드 최연소 여성총리로 집값 규제를 주도했던 저신더 아던 전 총리도 올 초 호주로 이주했다. 집값 폭락한 뉴질랜드보다 집값이 훨씬 비싸지만 경기가 좋은 호주를 선호하기는 젊은 층도, 집값을 폭락시킨 전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hbcha@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