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23 06:00
신안산선 연장 구간에 '자이역' 신설 추진
인근 '그랑시티자이'서 따온 명칭
아직 가칭이지만 향후 공공성 논란 예상
[땅집고] 경기 안산·시흥에서 서울 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 노선 연장 요구가 수도권 서남부권에서 빗발치는 가운데,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Xi)’를 활용한 지하철역 신설이 경기 안산에서 추진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아직 가칭이지만 일각에선 특정 기업의 브랜드가 역명 병기(부역명)가 아닌 지하철 본역명으로 활용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주민들이 가칭으로 부르는 수준을 넘어 안산시가 신안산선 연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책 문서와 정부·경기도 협의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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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는 신안산선 한양대역에서 안산 사동 일대로 노선을 연장하고 ‘자이역’을 신설하는 사업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양문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도 지난해 5월 그랑시티자이 단지에서 주민 간담회를 열고 신안산선 연장 및 자이연 신설 사전 타당성 조사가 완료됐음을 밝혔다. 김남국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또한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을 만나 신안산선 대부도 연장과 자이역 신설 사업을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해 달라고 건의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국회에서 관련 기자회견도 열었다.
‘자이역’이라는 이름은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위치한 ‘그랑시티자이’ 단지명에서 따왔다. 역 신설 예정지 주변에 위치한 그랑시티자이는 약 7600가구 규모다. 안산시는 이 일대의 대규모 주거단지에 따른 교통 수요를 근거로 신안산선 연장을 추진해왔다.
안산시가 공개한 신안산선 연장 추진 공약에는 노선이 ‘한대역~자이역~경기가든역’으로 명시돼 있다. 경기도에 철도사업 지원을 요청할 때도 신설 역사를 ‘101역사(가칭 자이역)’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지역 주민들이 편의상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안산시 행정에서 실제 사업 가칭으로 공식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역명에 브랜드가 들어가는 것이 특정 기업이나 아파트에 사실상 홍보 효과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여지도 있다.
다만 현재 ‘자이역’은 어디까지나 가칭이다. 역 신설 자체가 확정된 것도 아니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과 사업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실제 사업이 추진돼야 하고, 정식 역명은 이후 별도 역명심의위원회 등 심의 절차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그럼에도 철도업계에서는 현재 가칭이 그대로 정식 역명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철도역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시설인 만큼 통상 행정구역이나 지명, 주요 공공시설 등을 기준으로 이름을 정한다. 특정 민간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 자체가 본역명에 들어가는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지하철역에 기업 브랜드나 상호가 들어가는 경우가 늘어난 것은 ‘유상 역명 병기 사업’ 때문이다. 유상 역명 병기 사업은 역 명판에 인근 기업이나 기관 이름을 부역명(괄호 안 명칭)으로 적어주는 사업이다. 서울교통공사 등이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 처음 시작했다가 잠시 중단된 후 2021년부터 재개됐다.
입찰 대상은 해당 역에서 1km 이내에 위치해야 하며, 유흥업소처럼 공공장소 표기에 부적절한 곳이 아니어야 한다. 실제로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하나은행), 을지로4가(BC카드), 3호선 안국(현대건설), 4호선 신용산(아모레퍼시픽) 등 역명을 병기한 기업들은 대부분 해당 역 근처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유상 역명 병기조차 공공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24년 CJ올리브영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의 병기권을 10억원에 낙찰받아 ‘성수(CJ올리브영)역’으로 표기할 예정이었으나, 과도한 상업화와 공공성 훼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대외적 부담을 느끼고 결국 병기권을 반납하기도 했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부역명 판매 사업조차 공공성 논란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 아파트 브랜드명을 본역명 가칭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착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현재 정식 역명으로 확정됐다고 볼 수 없지만, 향후 역명 결정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