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20 17:59 | 수정 : 2026.08.20 18:02
[강효진 케어닥 시니어하우징 연구소장 인터뷰①]
"나다움을 지켜주는 자유가 좋은 시니어하우징의 출발점"
24시간 생활 시뮬레이션부터 오감 활용한 길찾기까지
[땅집고] “시니어하우징은 시설이 아니라 ‘집’이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다움을 지켜주는 주거환경이죠.
시니어하우징 시장이 커지면서 단순히 식사와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을 넘어 거주자의 일상과 심리까지 고려한 공간 설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입주자 연령이 비슷하더라도 건강 상태와 생활 방식, 사회적 관계에 따라 필요한 주거환경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강효진 케어닥 시니어하우징 연구소장은 시니어하우징을 단순히 고령자를 위한 편의시설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인 생활방식을 강요받는 공간이 아니라, 거주자가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선택하고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는 것.
강 소장은 미국 친환경 건축인증사(LEED AP)를 취득하고 미국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했다. 이후 서울시에서 약 15년간 유니버설 디자인 관련 시범사업과 정책을 추진하며 공공시설에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해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케어닥에서 시니어하우징의 공간과 운영을 연구하고 있다.
케어닥은 각종 시니어 돌봄시설을 직영·가맹·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며,현재 땅집고와 함께 ‘시니어 돌봄 비즈니스 창업 온라인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방문요양센터와 주야간보호센터, 요양원, 노인복지주택 등 4가지 창업 모델을 중심으로 인허가 절차부터 입지 분석, 사업성 검토, 장기요양보험 제도, 운영·마케팅 전략까지 시니어 돌봄사업에 필요한 실무 내용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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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강 소장과의 일문일답.
- ‘좋은 시니어하우징’의 기준은.
“가장 중요한 기준 3가지는 시간과 공간, 인간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여백이 필요하다. ‘시간’은 내가 밥을 먹고 싶지 않을 떄 눈치 보지 않고 안 먹을 수 있고 ‘공간’은 내 컨디션이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인간 관계의 규모가 갖추어져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다움을 지켜주는 것’인데, 이는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존재 이유와도 연결된다. 시설은 ‘9시에 소등합니다. 주무세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는 나다움을 지켜낼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눈을 떴을 때 설레는 기대감과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 운영의 노하우다.”
- 시니어하우징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은.
“어르신의 하루 24시간을 시뮬레이션해본다. 이를 ‘마이크로 모니터링’ 이라고 부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호를 통해 햇빛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어떤 냄새와 소음이 발생하는지 등 감각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미시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근거로 개선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
- 안전 측면에서는 어떤 부분을 봐야 하나.
“새벽녘에는 심혈관질환이 있는 분들이 온도 변화에 굉장히 민감할 수 있다.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면 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위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자동 온도조절 장치가 필수다.
낙상 방지도 중요하다. 동작감지센서를 동선에 설치해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밤새 전체를 밝게 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는 범위에서 화장실을 오갈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만 밝혀주어야 한다. 단차 없이 설계하는 것도 기본이다. 만약 벽이 어둡거나 지지가 필요한 곳에는 안전손잡이를 설치해야 한다.”
- 기능 시니어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시니어 기능제품 보완사항은 끝이 없다. 어르신에 대한 관찰을 100번 해야 한두 번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오류에 대한 포용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오롯이 어르신의 실수를 받아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솔루션’이라고 부른다.
시니어에게 필요한 제품은 안전손잡이뿐 아니라 침대, 의자, 조명, 게임 테이블, 책상 등 다양하다. 예를 들어 시니어용 의자는 일반 의자와 무게중심축을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 척추질환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각도를 잡고, 허리를 편하게 받쳐주는 식이다. 동시에 간병인의 손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라면 더욱 좋다. 실수했을 때 쉽게 세탁할 수 있는 마감재도 필수다.”
- 조명도 시니어 공간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했는데.
“어르신들은 눈과 관련된 질환이나 시력 변화가 많다. 젊은 사람이 ‘밝다’고 느끼는 정도보다 조도가 2~3배는 높아야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조도만 높인다고 되는건 아니다. 색의 대비가 분명해야 사물을 식별할 수 있다. 세련되게 보이게 하려고 바닥과 벽을 톤온톤으로 만들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생체주기 조명도 중요하다. 어르신들은 불면증이 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연광에 가까운 인공조명을 활용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명을 바꿔줘야 한다. 아침에는 환하게 하고, 책을 볼 때는 책보기 모드를 적용하고, 저녁에는 따뜻한 난색 계열인 엠버 컬러로 바꿔주는 식이다. 밤에는 색온도를 2700K 정도로 낮춰 불안감을 줄이고 수면을 돕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치매 어르신을 위한 공간에서는 조명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일몰증후군’이다. 치매가 있는 어르신들은 오후 4~6시 사이에 불안이나 행동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시간대에는 하루를 마감하고 수면을 준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명으로 그런 역할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 유니버설 디자인에서 강조하는 점은.
“체면과 독립성은 지켜주면서 안전은 철저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티가 나지 않게 케어해주어야 한다. 어르신들에게는 실수라는 낙인감을 줘서는 안 된다. 그게 바로 ‘베리어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의 큰 차이다. ‘내가 너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줬다’는 식의 공급자 입장 디자인에서 벗어나 심리, 인지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핸드레일 하나를 설치하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심미적인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건물 벽에 레이어를 하나 덧대어 핸드레일을 자연스럽게 감추는 방식처럼 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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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찾기, 이른바 웨이파인딩도 중요한가.
“누구나 비밀번호를 잊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색깔과 소리,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적 요소를 활용하면 기억을 환기할 수 있다. 동시에 치매 어르신의 인지를 티 나지 않게 도와주면서 내 집을 못 찾아가는 좌절감을 방지하는 배려다.” 단순히 ‘1301호’라는 문패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한 기억이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개인의 히스토리를 담은 쇼케이스처럼 꾸미면 통일된 공간 안에서 ‘이곳이 내 집이다’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kso@chosun.com
땅집고가 시니어 비즈니스 전문가 양성을 위해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전문가 과정 8기’를 개설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달 26일부터 10월 28일까지 9주간 총 16회 강의로 진행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니어 주거 개발과 요양시설 운영, 금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실무 중심 커리큘럼이다. 지금까지 수료생 200여 명을 배출했다. 일본 등 선진국 케이스를 집중 분석하고 국내 현장 스터디 2회도 포함한다. 한만기 노블라이프케어 대표, 문성택 공빠TV 대표, 강경찬 KPMG 상무 등 현업 시니어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선다.
땅집고아카데미 관계자는 “시니어 주거 시장은 개발과 운영, 금융을 함께 이해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번 과정은 디벨로퍼와 건설사, 금융사, 자산운용사, 설계사무소 등 관련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했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