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21 06:00
[땅집고] 국내 1세대 김밥 프랜차이즈 김가네의 상징과도 같았던 1호점 서울 종로구 대학로점이 지난달 31일 문을 닫았다. 1992년 4월 문을 연 이후 34년간 같은 자리에서 영업해 온 점포다. 단순한 가맹점 폐점과 달리 최근 불거진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갈등과 법적 분쟁 속에서 영업을 종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가네 시작점 대학로점, 34년 만에 폐점
김가네는 1992년 서울 대학로에서 시작해 1994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국내 대표 김밥 프랜차이즈다. 대학로점은 김가네 브랜드의 출발점이자 사실상 본점 역할을 해온 상징적인 점포다. 다만 정보공개서상으로는 직영점이 아닌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돼 있다.
특히 이 점포는 김용만 김가네 회장의 배우자였던 박은희 전 대표가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김가네를 처음 만들고 키운 실질적인 주역이 김 회장보다 박 전 대표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폐점 당시 대학로점에는 ‘청춘을 바쳐 시작한’, ‘저에게 과분하고 감사한 시간’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렸다. 박 전 대표는 현재 김가네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과 박 전 대표는 현재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성폭행 사건에 횡령 의혹까지…오너 리스크 확산
김가네를 둘러싼 논란은 2023년 김 회장의 성폭행 시도 사건으로 본격화했다. 김 회장은 2023년 9월 회식 후 술에 취한 여성 직원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5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으며, 김 회장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이후 박 전 대표가 김 회장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회사 자금으로 피해자 합의금을 지급했다는 횡령 의혹까지 불거졌다. 해당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경찰이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도 격화됐다. 김 회장은 2024년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아들 김정현씨가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김 회장이 아들을 해임하고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아들과 박 전 대표도 회사 경영에서 배제됐다.
김 회장은 김가네 지분 99.4%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실상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형사재판 과정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도 자신이 구속될 경우 가맹점주와 협력업체 직원들의 생계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취지로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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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에 가맹점 이탈…실적도 내리막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김가네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매 움직임도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했고 일부 가맹점주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다른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김가네 매출은 2022년 394억5000만원에서 2023년 393억5000만원, 2024년 375억2000만원, 지난해 367억7000만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원가 절감 등의 영향으로 1억80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지만, 당기순손실은 1억2095만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현재 김가네에는 가맹점주협의회가 구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처음 브랜드를 시작했을 당시의 방향성과 현재 김가네가 가는 길이 달라졌다고 판단해 더 이상 김가네 간판으로 점포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브랜드의 출발점이었던 대학로점도 34년의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게 됐다.
한편, 대학로점 자리에는 이달 말 새로운 점포가 들어설 예정이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