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18 06:00
농협중앙회-NH농협은행 본사 지방 이전론 제기
서대문 '농협타운' 조단위 투자, 추가 비용 리스크까지
[땅집고] 농협중앙회와 농협계열 금융사들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단위 비용을 투자하면서 서대문역 일대에 ‘NH농협금융타운’을 조성한 농협과 금융계열사 내부에서부터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전남광주특별시의 나주, NH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들은 부산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서울 5호선 서대문역 인근에 조성된 이른바 ‘NH농협금융 타운’이 완성 단계에 이르자마자 해체되는 것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수조원 들여 서대문에 ‘농협타운’ 완성했는데 이전?
현재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들은 서대문역 인근에 밀집해있다. 농협금융타운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였다. 2012년 지주·은행·생명·손보 법인이 출범했고, 농협중앙회 본관과 NH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본점이 서대문 신관·본관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생명보험은 인근 KT&G 서대문타워에 입주해 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조단위의 비용 지출이 있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에 따르면, 2026년 서대문 인근에 단일 시설 신축과 전산시스템 이전 과정에서 4607억원이 투입됐다. 2024년 10월에는 DL그룹으로부터 NH농협타워(前 돈의문 디타워)를 9000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4월에는 신라스테이 서대문을 1460억원에 매입했다.
신규 인수한 건물에는 이미 NH금융 계열사들이 입주했다. DL그룹이 강서구 마곡지구로 이전하면서 생긴 NH농협타워 공실에는 농협중앙회, 지주, 은행 등 계열사들의 일부 부서들이 입주했다. 조 단위 부동산 투자가 마무리된 지 채 1~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재이전론이 불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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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전 자체에 드는 추가 비용도 상당하다. 노조에 따르면, 토지매입비를 제외한 이전 비용을 최소 2520억원으로 추산했다. 신축비용만 2130억원, 임직원 주거지원비용도 390억원에 달한다는 게 노조 측 계산이다.
노조 측은 금융사 특성상 계열사 집중 배치를 통한 집적 효과가 있지만, 지방 분산 배치로 인한 손실이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정부는 기능이 비슷한 기관을 묶어 권역별로 배치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투자금융, 자산운용, 기업금융 등 수도권 거점 유지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계열사 본사의 지방 이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실제로 인천 청라로 그룹 헤드쿼터를 이전하는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은행 본점은 을지로, 증권사는 여의도에 남겨놓고 집적 효과가 큰 IT 부서를 집중 배치할 예정이다.
◇ 법에 명시된 농협 본사 위치, 지역별 셈법에 법 개정도 ‘글쎄’
농협이 법적으로는 공공기관이 아닌 협동조합인 만큼 정부가 이전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현인 NH농협지부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광화문 집회에서 “농협은 공무원 조직이나 공공기관이 아니라 200만 농업인이 만든 자주적 협동조합으로, 정치적 필요에 따라 강제로 이전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농협법 제114조1항에는 농협중앙회는 서울특별시에 주된 사무소를 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농협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선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해당 조항을 지방이전이 가능하도록 수정해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전북 전주), 윤준병 의원(전북 정읍),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경북 고령) 등이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수개월째 계류 중이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각 지역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