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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후 1년 반 '차박'"…'폐버스 청년주택' 20대 경험담 재조명

    입력 : 2026.08.15 06:00

    [땅집고] 작년 10월 전세사기를 당해 20대 남성이 차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전해 화제가 됐다./온라인커뮤니티

    [땅집고] 전세사기를 당한 뒤 1년 넘게 자동차에서 생활하다 청년 매입임대주택에 당첨돼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20대 남성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폐기되는 버스를 개조해 청년 주거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알려진 이 사연까지 다시 소환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네이버 카페 ‘아영이네 행복주택’에는 ‘차에서 1년 살고, 12일 입주’라는 제목의 임대주택 당첨 후기가 올라왔다. A씨는 경기 수원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뒤 약 1년 반 동안 차에서 생활했다고 밝혔다. 직장 생활을 계속하면서 잠은 차 안에서 자고, 샤워는 헬스장을 이용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틈틈이 차량 내부를 환기하고 생활비를 최대한 아끼면서 빚을 갚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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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전세사기를 당해 20대 남성이 고양이와 함께 차에서 생활하는 모습./온라인커뮤니티

    힘든 생활을 버티는 동안 A씨 곁에는 반려 고양이도 있었다. A씨는 “고양이가 영역 동물이라 차 안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수의사의 조언을 듣고 반려묘를 파양하지 않은 채 함께 생활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청년 매입임대주택에 당첨됐고 지난해 10월 마침내 자동차 생활을 끝내고 새집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입주했다고 곧바로 여유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당시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던 A씨는 입주 이후에도 한동안 스터디카페에서 시험 준비를 이어갔다. 그는 입주 8일이 지나 시험을 마친 뒤에야 집에서 약 20시간 동안 잠을 잤다고 했다.

    A씨는 앞으로 공무원 시험과 영어, 자격증 준비를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모두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뒤 해당 사이트를 탈퇴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A씨를 응원하는 한편 전세사기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사기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대단하다. 박수를 보낸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땅집고] AI로 제작한 '버스하우스' 가상 이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10개월 전 사연 왜 다시 화제됐나…‘폐버스 청년주택’ 논란

    지난해 알려진 A씨의 사연이 다시 온라인에서 거론된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제안한 이른바 ‘폐버스 청년주택’ 구상이 있다. 황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대학가 청년의 단기성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해 본다”고 밝혔다.

    폐기되는 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청년들의 임시 주거시설로 활용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해당 제안이 알려지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왔다. 온라인에서는 “본인이나 본인 자녀부터 폐버스에서 살아보라”는 취지의 비판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장관, 청와대 수석, 민주당 의원님 자녀들부터 시범 케이스로 들어가 살아보면 어떨까”라며 “청년 일자리를 만들긴커녕 ‘개조 버스’에 들어가 살라는 것으로, 안 그래도 힘든 청년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조차도 황 의원의 제안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황 의원의 ‘버스 하우스’ 구상에 대해 “당 입장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황 의원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뒤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후 이 해명 글 역시 삭제했으며, 10일 별도의 사과문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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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논란으로 전세사기 피해 이후 실제 자동차를 주거공간 삼아 1년 넘게 버텨야 했던 A씨의 사연까지 재조명되면서 청년 주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A씨가 자동차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는 청년 매입임대주택 당첨이었다. 반면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폐버스 활용 임시주거’ 구상은 청년들에게 최소한 어떤 수준의 주거공간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청년들의 실제 주거 여건과 동떨어진 정책을 충분한 검토 없이 내놓을 경우 오히려 정책에 대한 불신과 반감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세사기와 높은 주거비 등으로 안정적인 거처를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단순히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인지, 아니면 장기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주거’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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