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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채 되는 줄 알았는데…" LH 모호한 공고에 '이름 없는 아파트' 전락

    입력 : 2026.08.13 06:00

    입주 앞둔 계양 A2블록, 단지명 미정
    입주예정자협의회 "제일풍경채 적용해달라"
    제일건설 “공공주택 기준상 브랜드 적용 어렵다”

    [땅집고] 인천 계양구‘인천계양A2BL아파트’전경. /강태민 기자

    [땅집고]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3기 신도시 첫 입주 단지로 꼽히는 공공분양 아파트가 입주를 불과 4개월 앞두고도 공식 단지명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이 시공사 브랜드인 ‘제일풍경채’ 적용을 요구했지만 시공사인 제일건설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입주자모집공고문에 시공사 동의를 얻으면 시공사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만큼 브랜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일건설은 LH가 사업을 시행하는 공공분양주택으로, 설계와 품질 기준 등이 LH 기준에 따라 정해진 만큼 민간 브랜드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입주 4개월 남았는데… 아직도 ‘A2블록’

    인천 계양구 동양동 일원에 들어서는 계양테크노밸리 A2블록은 공공분양 747가구 규모다. 전용면적 59㎡·74㎡·84㎡로 구성됐으며, 입주 예정 시기는 올해 12월이다. LH는 이 단지를 3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입주하는 공공분양 단지로 공급했다. 하지만 입주를 불과 4개월 앞둔 현재까지도 단지명은 확정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입주를 앞둔 아파트라면 단지명을 정하고 문주와 외벽 등에 브랜드를 적용하는 작업이 진행될 시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어떤 브랜드를 적용할지를 두고 입주예정자와 시공사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아직도 ‘인천계양 A2블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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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일풍경채 달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입주예정자 반발

    갈등의 시작은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담긴 브랜드 관련 문구다. A2블록 입주자모집공고문에는 LH 브랜드인 ‘안단테’를 원하지 않을 경우 시공사의 동의를 얻어 시공사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시공사의 동의를 받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절차까지 명시된 것은 아니었다. 입주예정자들은 이 문구를 근거로 시공사인 제일건설의 ‘제일풍경채’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한다.

    [땅집고] 인천계양지구 A2블록 공공분양주택 입주자모집공고문. /LH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지난 4월 제일건설에 제일풍경채 브랜드 적용을 요청했다. 황규상 계양신도시 A2 입주예정자협의회 회장은 “브랜드를 무조건 사용하게 해달라는 취지가 아니라, 다른 공공분양 단지에서도 시공사나 자체 브랜드를 적용한 사례가 있는데 왜 제일건설은 단순 시공이라는 이유로 브랜드 적용에 동의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의회 측은 또 제일건설의 브랜드 홈페이지에 해당 현장이 소개돼 있는 점을 언급하며 브랜드 적용을 거부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제일건설 “브랜드 적용 어렵다”… LH “시공사 판단”

    제일건설의 입장은 다르다.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제일건설은 A2블록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민간 브랜드 사용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될 당시 상황에 대해 "브랜드 적용을 전제로 LH와 협의하거나 검토한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당 사업은 LH가 시행하는 공공분양주택이며 제일건설은 시공사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설계나 브랜드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사업 주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는 민간 브랜드 적용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LH 공공주택 사업 기준에 따라 설계와 품질 기준 등이 정해진 단지인 만큼 제일풍경채 브랜드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제일건설은 이미 내부 검토를 마친 사안으로, 향후 브랜드 적용을 위한 추가 협의나 입장 변경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땅집고]‘인천계양A2BL아파트’ 브랜드 사용 건의에 대한 제일건설 측 답변서. /입주예정자협의회 제공

    LH 역시 공공분양주택에는 원칙적으로 LH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시공사 브랜드 적용 여부는 해당 건설사가 판단할 사안으로, LH가 직접 결정하거나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앞서 LH는 공공주택의 이미지를 높이고 민간 아파트와 차별화하기 위해 2020년 공공주택 브랜드 ‘안단테’를 도입했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 안단테 대신 시공사 브랜드나 자체 브랜드를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2023년에는 입주예정자가 원하는 별도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수요자들의 '안단테' 기피 현상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LH는 공공분양주택의 자체 브랜드 구축을 위해 5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안단테’를 선보였지만,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현장에서는 시공사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실제 2023년 입주한 공공분양 단지 7곳 가운데 6곳이 ‘안단테’ 대신 다른 브랜드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안단테’를 그대로 사용한 창원의 한 단지는 대규모 미분양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LH 통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0년 10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공급된 공공분양주택 54개 단지 가운데 현재까지 안단테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단지는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단지들은 시공사 브랜드나 입주민들이 정한 자체 브랜드 등을 적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 “브랜드 사용 기준 명확해야”… 갈등 반복될까

    결국 계양 A2블록은 입주를 앞두고도 시공사 브랜드 대신 입주예정자들이 직접 만든 단지명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문제는 입주자모집공고문에 ‘시공사의 동의를 얻어 시공사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 브랜드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입주예정자 입장에서는 공고문을 보고 민간 브랜드 적용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시공사 입장에서는 브랜드 사용에 동의할 의무가 없었던 셈이다.

    결국 공공분양주택에서 민간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브랜드 선택권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도 공공주택에 시공사 브랜드나 자체 브랜드를 적용하는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입주자모집공고 단계에서 브랜드 적용 조건과 시공사 동의 기준 등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hujinze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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