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11 10:57 | 수정 : 2026.08.11 11:13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고가 대비 7억 하락
보유·양도세 동시 압박이 고령 1주택자 정조준
"강남 아파트는 안전자산이란 믿음 흔들려"
[땅집고] 정부가 고가 1주택 보유자의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동시에 급격히 늘리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가 최대 10억까지 호가를 낮추고 있다.
11일 땅집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8차 전용 163㎡ 한 매물은 세제 개편안 발표 후인 80억원에서 70억원으로 호가를 10억 낮췄다. 이 아파트는 지난 7월 80억원에 최초 매물로 등록됐으나 세제개편안 발표 일주일 후인 지난 10일 70억원으로 호가를 변경했다.
이 아파트 같은 주택형의 실거래 최고가는 83억원 수준으로, 올해 들어서는 70억원대에서 거래가 몇차례 이뤄진 바 있다. 집주인은 실거래 최고가 수준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가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로 현재 거래가 가능한 금액대로 희망 호가를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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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역시 올해초 최고 42억 원까지 거래됐으나 현재는 최저 35억원까지 호가가 떨어진 상태다. 최근에는 8월 8일까지 36억원에 올라와 있던 이 주택형 매물이 10일 35억원으로 호가를 1억원 낮췄다.
은마아파트 같은 주택형 37억8000만원짜리 매물이 8월 10일에 37억원으로 호가가 변동된 사례도 확인된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많게는 억대 보유세가 나올 상황인데 아무리 현금 동원력이 뛰어난 사람도 당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대출 규제로 인해 매매가격 2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이 2억원으로 줄어든다. 호가가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현금 30억원을 보유해야 매수가 가능한데, 지금처럼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수에 나설 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강남 주요 지역의 1주택 보유자가 많게는 10억까지 호가를 낮추고 있음에도 매수 문의가 전혀 없어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A씨는 "세제개편 후 매수 문의가 아예 실종돼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놔도 과연 살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개인자산을 관리하는 B씨는 “호가가 150억원대로 치솟은 한강변 초고가 아파트를 20억~30억원을 내려서라도 팔겠다는 고객의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대출규제로 사겠다는 수요는 없다”고 말했다.
◇ '강남=안전자산' 믿음 흔들려…집값 거품 꺼지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특히 강남권에 고가 1주택을 보유한 고령자들에게 매도 압력을 넣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제 개편안이 실현되면 시가 40억원대 이상의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유세가 거주 여부에 따라 1.5배에서 많게는 3~4배까지 증가한다. 거기다 2029년부터는 1세대1주택자의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최대 10억원까지로 축소되면서 양도세까지 몇배로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은퇴 후 근로소득 등 현금 흐름이 부족한 고령 장기 보유자에게는 늘어난 세금이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강남 1주택자를 정조준한 세금 압박이 흔들리지 않았던 강남권 아파트값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세법 개정안으로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안전 자산이라는 믿음에 균열을 내고 있다"며 "이번 세법 개정안은 강남권 똘똘한 한채에 대한 주택 보유 비용을 임계점까지 끌어올리고 있어 보유세를 감당할 현금성 자산이 없는 주택 보유자들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과거에는 살던 집을 전월세로 주고 외곽으로 옮겨 생활하는 게 가능했지만 이번 세제 개편 이후로는 쉽지 않아졌다"며 "현금 여력이 부족한 고령자들은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 아실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 매물은 세제 개편안 발표 후 일주일 새 380건 늘었다. 서울 전체로는 2100건 증가했는데 절반이 강남3구 매물이었다.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유지된 상황에서 가격을 낮춘 급매물들이 이어질 경우 호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수도권 주택 시장 투자 심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금리인상과 함께 대출을 규제한 가운데 보유세를 올리자 버블이 붕괴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