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10 06:00
대치미도 소셜믹스 취지 훼손 논란…인허가 과정 충돌 예고
강남구청, "서울시 기준에 맞는 설계안 가져와야"
양재천 뷰 대형은 조합원 전용, 일반분양·임대만 섞어
[땅집고] 서울 강남구 핵심 재건축 단지인 대치미도아파트에서 ‘소셜믹스(분양·임대주택 혼합 배치)’ 우회 설계안을 제안한 설계사가 최종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강남구청이 설계사 선정 전 행정지도를 통해 공식 경고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해 향후 인허가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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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치미도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8일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를 최종 설계사로 선정했다. 문제는 해안건축이 제출한 설계안이 서울시의 소셜믹스 기조를 사실상 회피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앞서 강남구는 지난달 10일 추진위원회에 ‘설계자 선정 관련 행정지도’ 공문을 통해 해안건축을 포함한 일부 설계 참여 업체가 공공임대주택을 별도 동으로 계획한 제안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달라고 전달했다.
해안건축의 안은 단지 남쪽 양재천변에 대형 평형 위주의 조합원 주택 동을 집중 배치하고, 북측에는 전용 59㎡ 이하 소형 평형 별도 동을 만들어 일반분양과 공공임대주택을 함께 넣는 방식이다. 소형 동 내부에서는 일반분양과 임대가 섞여 있어 형식적으로는 소셜믹스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형 평형 중심의 조합원 주택은 임대주택과 완전히 격리되는 구조다. 실제로 해안건축이 제출한 발표 자료에는 ‘일반 분양세대와 완전한 분리’ 등의 문구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 설계사들은 “전형적인 소셜믹스 우회 편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합원 주택만 임대주택과 차단하고 일반분양주택만 임대와 섞는 것은 분양세대와 임대세대를 고르게 배치해 차별을 없애려는 소셜믹스의 본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설계사 선정은 관할 구청의 명확한 경고 조치 이후 일주일 만에 강행됐다. 강남구청은 지난달 10일 대치미도 추진위에 ‘설계자 선정 관련 행정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강남구는 공문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별도 동으로 계획하거나 분양주택과 분리하여 배치하는 것은 서울시 공공주택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서울시 기준에 적합한 설계안이 제안되도록 관리·감독에 철저를 기해달라”고 했다.
서울시는 과거 임대주택이 특정 동이나 저층부에 몰리면서 외관과 마감재 등에서 차별이 발생했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동·호수 추첨 방식 등 소셜믹스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조합원 주택과 임대주택의 평형을 다르게 구성한 뒤 주동을 분리하는 예외 규정 틈새를 노릴 경우, 소셜믹스 정책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형식적으로 소셜믹스 기준을 충족하면서 사실상 임대주택을 분리하는 설계가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과 서울시는 향후 건축심의 및 통합심의 단계에서 해당 설계안의 규정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인허가권자의 경고를 무시하고 선정을 강행한 만큼, 심의 과정에서 설계안 수정 요구나 반려 조치가 내려질 경우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했다.
문길남 대치미도아파트 추진위원장은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가 수정이나 보완을 요구할 경우 설계사와 적극 소통해 즉시 수정해 나갈 것”이라며 “서울시 규정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검토해 어떤 경우에도 사업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안건축 관계자는 “대치미도 조합원 대부분이 대형 평형을 소유하고 있는데, 소형 평형인 전용 59㎡가 들어가는 동에는 조합원과 일반분양, 임대주택이 모두 함께 배치되도록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평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동이 나뉘는 것일 뿐, 임대주택을 의도적으로 분리하기 위한 설계는 아니다”고 했다. 이어 “임대주택만 별도로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건 이미 인지하고 있어, 소셜믹스를 반영한 설계안을 제시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1983년 준공된 대치미도아파트는 현재 지상 14층, 21개 동, 2436가구 규모다. 향후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 299%를 적용받아 최고 49층, 37개 동, 총 3914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