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07 10:39
[신보연의 부동산개발처방] ⑧ "공사하다 10년 늙는다?"…시공사 도덕적 해이 막는 'QCD 관리'
[땅집고] ‘공사하다 10년 늙는다’는 말이 있다. 착공 후 공사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조율하려면 아무래도 사업 주체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공사관리란 준공 검사 시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설계도서와 시방서대로 시공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마침내 사용승인에 이르기까지 관리 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이런 공사 관리의 본질은 'QCD 삼각 관계'의 균형에 있다. QCD란 품질(Quality), 공사비(Cost), 공기(Delivery Time)를 말한다.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면 품질이 떨어지거나 비용이 늘고, 비용을 과도하게 줄이면 품질이나 공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
이 셋은 서로 맞물려 동시에 최적화될 수 없는 상충 관계에 있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공사 관리는 서로 다른 역할과 정보를 가진 사업시행자, 설계자, 시공사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 가깝다.
◇공사관리, 결국 '정보 격차'를 줄이는 일
발주자와 시공사의 관계는 전형적인 '주인-대리인(principal-agent) 관계'다. 발주자(주인)는 현장을 매일 들여다 볼 수 없고, 실제 시공은 시공사(대리인)가 수행한다. 이 구조에선 필연적으로 정보 비대칭이 발생한다. 시공사는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속속들이 알지만, 발주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 비대칭을 방치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계약 전 단계의 '역선택'으로, 부실한 시공사를 우량한 업체로 오인해 선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계약 후 공사 단계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로 자재를 임의로 낮추거나 시공을 대충하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역시 건설 생산체계를 분석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대리인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주인의 경제적 효율성이 저해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앞서 7단계에서 설명한 시공사 검증과, 이번 8단계 공사 관리가 하나의 원리로 이어진다. 도급계약이 '역선택을 줄이는 장치'였다면. 8단계의 기성검사·감리는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는 장치'인 것. 결국 사업시행자가 착공 후 챙겨야 할 거의 모든 행위는 시 공사와의 정보 격차를 좁혀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일로 수렴한다. 시공사를 무조건 불신하자는 뜻이 아니라. 역할이 분리된 현장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정보 격차를 줄여 협업의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로 이해해야 한다.
◇감리만으로는 부족
감리는 설계도서대로 공사가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고. 품질과 안전을 점검해 부실 시공을 막는 역할을 한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정보 비대칭을 메워주는 가장 핵심적인 제도적 장치다.
감리 방식은 건축물 규모, 법령상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선 상주 감리가 필요하고, 소규모 건축물이라면 주요 공정 위주의 비상주 감리가 일반적이다. 물론 사업시행자가 원한다면 설계사 외에 별도의 감리자를 선정하거나, 비용을 더 들여 상주감리를 의뢰할 수도 있다.
다만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한계가 있다. 감리는 어디까지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해진 항목만 확인한다. 주로 주요 부위의 철근 배근, 단열재, 방수시험 같은 공정을 확인하며, 특히 마감 단계는 항목이 방대하고 변화가 빨라 감리가 놓치기 쉽다. 따라서 마감 완성도는 사업시행자도 함께 챙겨야 한다. 좋은 현장은 감리와 시공사, 사 업시행자가 서로 대립하는 구조가 아니라, 각자의 시각으로 같은 건물을 중복 확인해 주는 구조에 가깝다.
부실공사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매몰되는 부분'을 공사 중에 확인하는 것이다. 타일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하자는 마감재이기 때문에 보수가 용이하다. 그러나 마감재 안에 감춰진 구조체, 즉 골조에 하자가 있다면 사용승인을 받고 마감재로 덮인 뒤에는 하자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철근 배근, 콘크리트 구조체. 단열재 시 공, 방수, 우/오수 배관, 각종 전기 배관 등이 바로 그런 부분이다. 따라서 이런 항목들은 공사가 진행되는 바로 그 시점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마감의 하자는 고칠 수 있지만, 매몰된 구조의 하자는 건물의 수명 자체를 위협한다.
◇기성은 '공정률'이 아니라 '실제 시공량'으로 지급할 것
기성(旣成)이란 글자 그대로 이미(旣) 완성된(成) 공사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실무에서 기성 지급의 원칙은 명확하다. 공사 중인 항목은 공사한 만큼만 지급하되, 적어도 전체 금액을 미리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것.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완료 한 뒤에 기성금을 지급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성금은 막연한 '공정률'이 아니라 '실제 시공량'을 기준으로, 내역서에 근거해 산정해야 한다. ‘전체의 몇 퍼센트가 시공됐다’는 식의 추정은 과지급으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감리자의 서면 확인을 거쳐 실제 시공된 만큼만 정확히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합리적인 기성 지급은 단순한 비용 통제를 넘어 발주자와 시공사 사이의 신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기성금은 단순한 대금 지급이 아니라 시공사의 행동을 설계하는 유인 장치다. 과기성, 즉 실제 시공량보다 많은 돈이 먼저 지급되면 시공사는 일할 의욕을 잃기 쉽다. 받을 돈을 이미 받았으니 공사를 서두를 이유가 줄어드는 것이다. 반대로 일한 만큼 정확히 공사비를 지급하면 시공사도 다음 기성을 받기 위해 공사에 매진하게 된다. 결국 정확한 기성 관리는 도덕적 해이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유인 설계인 셈이다.
◇설계변경은 구두가 아니라 문서로 관리하라
공사 중 가장 빈번한 분쟁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설계변경과 그에 따른 추가 공사비 청구다. 설계변경은 공사비와 공기를 동시에 흔드는 변수이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 때 변경 사유가 발주자의 판단이든, 설계도서의 미비든, 자재 수급의 문제든, 현장 여건의 변화든 상관없이 핵심 원칙은 같다. 변경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대리인이나 시공사와 구두로만 합의해 두면 나중에 추가 공사기간과 공사비를 둘러싼 해석 차이가 반드시 발생한다. 실제 계약 실무에서 공사 절차, 기성, 자재검사, 설계변경, 준공검사와 대금지급까지를 문서와 증빙 체계로 묶어 두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설계변경이 남발되지 않도록 설계단계에서 설계도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기획단계에서 충분한 시장조사와 상품 구성을 마치고, 설계단계에서 설계자와 긴밀하게 협의해 마감재와 공간 구성, 설비 계획을 최대한 구체화해 두었다면 공사 도중 바뀌어야 할 내용이 크게 줄어든다. 공사 단계에서 변경을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애초에 변경이 적게 발생하도록 앞단계의 설계를 촘촘하게 만드는 일이다. 설계는 설계자에게 맡기는 일이지만. 상품과 수익의 책임은 결국 사업시행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사용승인'과 ‘준공' 개념 구분해야…결국 핵심은 임대 경쟁력
공사 막바지에 이르면 사업시행자가 반드시 구분해야 할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사용 승인과 준공이다. 둘은 자주 혼용되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
먼저 사용승인은 허가관청에 대해 허가도면대로 공사를 완료했음을 확인받는 '행정 절차'다. 반면 준공검사는 발주자와 시공사가 체결한 도급계약대로 건물이 지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계약 절차'다. 따라서 사용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공사가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 그 뒤에도 보완 공사, 사용전검사 필증 확보, 준공청소, 유지관리 자료 제공과 인수인계, 하자보수 보증증권 제출 등 마무리 절차가 남는다.
잔금은 이런 점검과 보증증권 수령 이후에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발주자가 시공사에 대해 가진 마지막 통제 수단이라서다.
공사관리의 진짜 끝은 준공 자체가 아니다. 바로 임대 경쟁력이다. 마감공사 단계의 외관 이미지, 각종 마감재 질감과 색상의 톤앤매너, 청소와 유지보수의 용이성, 공용부의 인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임차인이 실제로 체감하는 사용성 같은 디테일이 모여 건물의 첫 인상을 만든다. 이 첫인상이 결국 공실률과 임대료. 상품성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공사관리를 단순히 하자 예방이나 비용 통제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운영과 임대, 그리고 상품 구성 관점에서 마지막 디테일을 결정하고, 임대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결과물로 완성하는 과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결국 부동한 개발 1단계에서부터 강조해 온 원칙, 즉 시장이 원하는 상품으로 ‘수요에 맞는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핵심이 공사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똑같이 적용되는 셈이다. '잘 지은 건물'도 중요하지만, 사업시행자의 최종 목표는 결국 '잘 임대되는 건물'을 만드는 데 있다. 공사관리는 그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마지막 경영 행위다. /글=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전공지도교수,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