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06 11:11 | 수정 : 2026.08.06 11:12
[땅집고] 정부가 선진국의 수준으로 보유세 정상화하겠다면서 보유세는 물론 양도세까지 사실상 대폭 올렸다. 정부가 장기거주특별공제의 한도를 제한함에 따라 ‘실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도 대폭 늘어나 살지도 이사도 못가게 하는 ‘세금 전횡’을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장기거주특별공제 축소 근거로 “근로소득세는 내는데, 초고가 주택까지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것은 이상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독일과 영국은 물론 심지어 중국에도 실거주 주택에 대한 양도세 자체가 아예 없다. 실거주하는 실수요자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를 엄격히 분리, 주거 이동권을 철저히 보장하겠다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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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영국, 중국 실거주 1주택 양도세 ‘제로’
독일은 ‘3개 과세연도 연속 거주’ 요건을 충족한 실거주 주택에 대해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양도세를 비과세한다. 매각하는 해와 그 직전 2년에 걸쳐 실제 거주(Hauptwohnsitz)한 사실이 확인되면 양도차익이 아무리 크더라도 세금이 전액 면제된다. 심지어 실거주하지 않은 임대용 주택이라도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면 양도세를 비과세해 준다. 다만 10년 미만의 단기 매매에 대해서만 투기성 거래로 간주해 최고 45% 소득세율을 매긴다.
영국 역시 ‘주인 실거주 감면(PRR·Private Residence Relief)’ 제도를 통해 주된 거주지(Main Residence)로 활용된 주택의 양도차익에 대해 100%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이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비거주 상황을 배려해, 매각 전 마지막 9개월 동안은 실거주하지 않았더라도 거주 기간으로 전액 인정해 주는 등 시장의 실제 거래 현실을 탄력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중국은 주택 보유 기간이 5년 이상이고, 해당 도시 내 매도자의 유일한 주택(1주택)인 경우 개인소득세가 전액 면제한다. 미국은 매도일을 기준으로 과거 5년 중 최소 2년 이상을 해당 주택에서 실제 거주하고 소유했다면, 매각 차익에 대해 개인(Single)은 최대 25만 달러, 부부 합산(Married Filing Jointly)은 최대 50만 달러까지 비과세를 한다. 연속 거주가 아닌 합산 24개월 거주 조건만 충족하면 되며, 이 혜택은 2년에 한 번씩 반복하여 활용할 수 있다. 임대용 주택의 경우, 자산 매각후 동일한 유형의 부동산에 재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향후 매각 시점까지 미룰 수 있다.
◇선진국은 거주이전의 자유와 인플레이션 효과 감안
이들 국가가 실거주자에게 파격적인 양도세 면제 혜택을 부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 거주 이동성’ 확보에 있다. 주택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때 세금 부담이 크면 거주자는 이사를 포기하게 되고, 이는 부동산 시장 전체의 거래가 끊기는 이른바 ‘동결 효과(Lock-in Effect)’로 이어진다. 주거 이전이 막히면 직장 이동이나 산업 간 인력 재배치까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국가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양도차익은 화폐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한 결과이기도 하다. 주택을 팔고 난 뒤 과도한 양도세를 내고 나면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집으로 이사할 수 없게 되어 거주 환경이 악화하는 ‘주거 하향’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보유세도, 양도세도 높이는 고려장 세법
정부는 매도를 유인하기 위해 고령 1주택자가 지방으로 이사를 가면 양도세를 낮춰주는 과세 특례 방안을 마련했다. 65세 이상 1주택자가 5년 이상 거주한 수도권 주택을 친족이 아닌 제3자에게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할 경우 양도세를 감면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내년에 수도권 주택을 팔면 감면율 50%가 적용된다. 한도는 최대 5억원이다. 2028년부터는 감면율 30%에 한도 3억원이 적용된다.
다만 5년 내 다시 수도권 주택을 구입하거나 수도권으로 이전하면 감면액은 추징된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와 관련, “서울 강남 3구 6070에게 집 팔고 수도권 떠나라는 ‘고려장 세법 개정안’”이라며 파기를 요구했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세제 개편이 실행되면 서울의 6070이 직격타를 맞는다”면서 “세금과 규제로 포장된 정치적 목적의 ‘고려장 세법 개정안’은 논의할 필요도 없이 파기하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