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06 06:00
[땅집고] 이재명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에게 혜택을 주던 보유세, 양도세 세제 혜택을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취지는 좋지만, 시장에서는 자칫 사상 초유의 전세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자신이 보유한 주택에 직접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극심한 전세매물 부족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와 정부는 집주인이 자신이 살던 집에서 나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전세 매물 감소 우려가 없다는 주장을 한다. 이런 주장이 현실을 모르는 망상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대표적인 게 문재인 정부의 재건축아파트 실거주 의무화 대책이다. 당시 1년간 서울아파트 전세가격이 무려 17% 폭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세제개편안의 후폭퐁은 예측불가이다.
더군다나 당시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2020년 4만 9,847가구, 2021년 3만 3,702가구 였던데 반해 올해는 2만7000가구, 내년은 2만가구 미만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입주물량 부족 사태와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올해 7월말 기준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상승률은 8.91%로 급등한 상태에서 실거주 중심 세제 개편이 초래할 후폭풍은 상상초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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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실거주의무화에 서울 아파트 전세 17% 폭등
문재인 정부는 2020년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해당 단지에 ‘2년 이상 실거주’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오래된 재건축 단지의 특성상 집주인 다수가 외지에 거주하며 전·월세를 놓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실거주하지 않는 투기 세력을 솎아내겠다는 의도였다. 당시 정부 당국과 좌파 지식인들은 전문가들의 전세대란 우려에 대해 코웃음 치며 투기세력의 앞잡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은 냉혹했다. 조합원 분양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낡은 아파트로 되돌아가는 ‘집주인 귀향 행렬’이 이어졌다. 집주인들은 거주 요건 2년을 채우기 위해 기존 세입자들을 대거 내보냈다. 멀쩡하게 살던 세입자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나면서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재건축를 갖고 있던 지방 거주 집주인들은 주소를 옮긴 상태에서 아예 집을 비워두기도 했다.
결국 정책 실패발 ‘전세 대폭등’이 발생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20년 6월~2021년 6월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7.86%로 이전 3년치 상승분(4.44%)의 4배 수준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 투기’를 잡겠다는 명분에 치중, 재건축이 저렴한 임대물량을 공급한다는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결과 였다. 전세대란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비등하자 정부와 여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결국 손을 들었다. 정책 발표 1년 1개월 만인 2021년 7월 19일,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 방침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다. 정부 정책만 발표했지만, 입법도 하지 않은 미완의 대책이었지만, 결국 피해자는 세입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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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의무제 폐지하면서 전세가 급락
규제 철회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규제 발표 이후 ‘울며 겨자 먹기’로 낡은 아파트에 들어와 살려고 세입자를 내보냈던 집주인들이 백지화 소식에 다시 집을 전세로 내놓기 시작했다. 7월 19일 기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세 매물은 163건으로 불과 1주일 전(72건)과 비교해 126% 급증했다. 매물이 급증하면서 호가 역시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급락하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당시 전세대란은 임대차 보호법 강화, 1주택자에 대한 실거주 의무 강화 등의 다른 부동산 대책과 겹치면서 부작용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에 ‘2년 거주’를 추가한 데 이어, 2019년 12·16 대책에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80%) 조건마저 ‘10년 보유’에서 ‘10년 거주’로 바꿨다. 직장이나 교육 문제로 자가를 두고 타지에서 전세를 살던 1주택자들마저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본인 소유 집으로 실거주 이주를 감행해야 했다.
2020년 7월 말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은 불에 기름을 부었다. 임대차법 개정으로 기존 세입자는 ‘2+2년’으로 2년 더 거주할 수 있게 됐지만, 신규 계약 전셋값이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전셋값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이중 가격’ 현상이 고착화됐다.
◇초고가 주택 잡겠다고 임대시장 파괴
이재명 정부들어 작년 10월부터 실시된 갭투자 금지 등의 조치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들은 자신의 여건에 따라 자신의 집을 임대해 주고 넓은 집이나 작은 집, 혹은 출퇴근과 통학을 위해 이사를 다닌다. 낡은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경우, 비교적 저렴하게 임대됐다. 이걸 정부가 가로 막으면 효율적인 임대주택의 자율적 분배라는 시장 질서가 무너진다. 이번 세제개편의 결과는 문재인 정부 때 보다 훨씬 파과적일 수 있다.
보유세의 세입자 전가는 물론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개편은 임대주택 공급 자체가 가로 막아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느 나라든 다주택자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데 한국은 집값이 오를때마다 다주택자를 마구잡이로 규제하는 정책을 펴면서 임대주택 공급의 사다리가 파괴됐다. 이재명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 시스템을 무시한 세제개편은 물론 상생임대차 계약 정책도 폐기할 예정이다.
◇ 임대주택의 천국 독일은 10년 임대하면 양도세 면제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해 상생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등을 위한 2년 실거주 요건을 면제하는 제도이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는 초고가 주택가격의 상승을 잡기 위해 고강도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서민에게 필요한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임대주택의 천국’이라는 독일의 경우, 주택을 임대하는 다주택자들에 대해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10년 임대를 하면 양도세를 면제받는다. 독일이 다주택자의 천국이 된 것은 독일 정부가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공급자라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