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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안 발표…"집 팔라던 세금 압박, 이제 1주택자까지 번질 것"

    입력 : 2026.08.03 18:05 | 수정 : 2026.08.03 18:14

    비거주·고가주택 보유자 세 부담 강화
    이은형 위원 “매물 증가보다 거래 절벽 가능성”

    [땅집고]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어 있는 매물 안내문. /뉴스1

    [땅집고]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까지 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왔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체계를 손질하고,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기간보다 실제 거주기간을 더 중시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그동안 다주택자를 겨냥했던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면 집을 팔라’는 정책 기조가 비거주 1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까지 확대하는 셈이다.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고 투자 목적 주택의 부담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지만, 시장에서는 거래 위축과 전세 물량 감소, 특정 가격대 쏠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가·오피스는 끝났다, 시니어 주거 개발이 유일한 골든타임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제개편의 주요 대상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 고가주택으로 압축된다”며 “종부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양도세 중과가 전반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매물 늘기보다 거래 더 얼어붙을 수도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꾸고 공제 한도를 설정하더라도 시장에 매물이 대거 쏟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일부 투자 수요는 집을 팔 수 있지만,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살아온 실거주자는 당장 매도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오래 살던 지역을 떠나 전혀 새로운 동네나 더 낮은 가격대 지역으로 옮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일부 매물이 나오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거래 위축과 매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실거주와 장기거주가 세제 혜택의 핵심 기준이 되면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도 어려워질 수 있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가족 구성 변화로 이사할 필요가 있어도 집값과 세 부담 때문에 기존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는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어서다.

    ◇‘똘똘한 한 채’ 사라지지 않고 가격대만 이동

    세 부담 강화가 ‘똘똘한 한 채’ 선호를 약화하기보다는 수요가 몰리는 가격대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 고액 자산가는 세금이 늘어도 기존 고가주택을 계속 보유할 수 있지만, 세 부담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나 고가주택 기준 바로 아래 가격대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12억원이나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출·세제 규제가 강화되면 기준 바로 아래 가격대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반복됐다. 세제개편으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구간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주택 수보다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왜 똘똘한 한 채라는 표현이 누구나 아는 용어가 됐는지,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에게 집중시키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종부세 기본공제액도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반영해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봤다. 공제액을 소폭 올리는 데 그치면 일반 1주택자의 세 부담 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갭투자 막으면 임대주택도 줄어든다

    갭투자와 비거주 1주택 보유가 어려워지면 전세시장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민간 임대인이 추가 주택을 보유하기 어려워지면서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공공임대만으로 전체 임대 수요를 감당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세 부담이 늘었다고 임대인이 곧바로 집을 파는 것도 아니다. 매도가 어렵다면 전세금이나 월세를 올려 수익을 보전하면서 보유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위원은 “장기보유특별공제만이 임대인의 수익은 아니다”며 “집을 팔 수밖에 없을 때까지 세금을 계속 올리는 방식으로 정책을 운용하면 오히려 임대차 시장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예기간 두면 관망세·막차 매도 동시에

    정부가 세제개편에 유예기간을 두면 관망세와 막차 매도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추가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자산가는 세금을 내면서 보유를 이어가겠지만, 보유세 부담이 큰 사람은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매도에 나설 수 있다.

    실거주자라도 매년 보유세를 낼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비거주 1주택자가 세 부담을 견디기 어렵다면 막차 매도에 합류할 수 있다.

    고령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종부세 납부유예나 지방 이전 지원도 실질적인 대책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종부세 납부유예는 세금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납부 시점을 미룬 뒤 이자를 더해 추후 목돈으로 내도록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방 이전 지원 역시 고령자에게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을 떠나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

    ◇중저가 주택은 오르고 고가주택은 거래 절벽

    세제개편에 따라 매물이 늘어나더라도 가격대별 시장 반응은 엇갈릴 전망이다. 초고가주택보다 낮은 가격대에서는 대기 수요가 매물을 소화하면서 오히려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수요가 특정 구간에 몰리면 전세 수요까지 겹쳐 전세난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고가주택 시장은 거래가 줄고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 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자와 자산가만 고가주택 지역에 남으면서 부동산의 지위재 성격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고가주택 지역에 고소득자와 자산가만 모여 사는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번 세제개편만으로 집값이 안정되거나 부동산 자금이 주식 등 금융시장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집값은 수요뿐 아니라 공급과 금리, 유동성, 교통·교육 여건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세금만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여러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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