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03 17:53 | 수정 : 2026.08.03 17:56
[땅집고]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개편 내용을 담은 이른바 ‘세제개편안 지라시’가 부동산 시장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아직 정부가 확정해 발표한 내용이 아닌데도 주택 보유자들은 예상 세액을 계산하며 매도 여부를 따지고 있다.
지라시에 담긴 핵심 내용은 종부세 과세표준 12억원을 넘는 주택을 사실상 초고가주택으로 간주하고, 1주택자라도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같은 중과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최고세율은 5%로 높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기간보다 실제 거주기간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방안이 담겼다.
다만 과표 12억원과 최고세율 5%,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 등 구체적인 숫자는 정부가 공식 발표한 확정안이 아니다. 현재 관계 부처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방안과 시장의 추정이 뒤섞여 유통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보유세 강화 필요성과 주택 가격, 실제 거주 여부, 보유 목적 등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해야 한다는 원칙까지다. 실거주 목적의 일반 1주택자는 보호하되 비거주 초고가·투자 목적 주택의 부담은 높이겠다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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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전부터 세금 시뮬레이션 쏟아져
부동산 커뮤니티와 세무업계에서는 지라시에 담긴 내용을 전제로 한 세금 계산이 잇따르고 있다. 해당 방안이 현실화하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의 초고가주택 보유자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과표 12억원은 시세 12억원을 뜻하지 않는다.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를 빼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해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 대상은 강남권과 한강변 초고가주택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소득이 적은 은퇴자나 고령 1주택자가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주택 규모나 가격대를 낮추는 이른바 ‘다운사이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십 년간 한 집에 거주했더라도 매년 낼 현금 소득이 부족하면 보유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30년 실거주해도 양도세 급증 우려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을 둘러싼 반발도 거세다. 현행 제도는 1가구 1주택자가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팔 때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한다.
정부가 공제 기준을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꾸고 공제액에 10억원 한도를 둘 경우, 한 집에서 수십 년간 거주한 1주택자라도 양도차익이 큰 강남권 주택 보유자는 세금이 크게 늘 수 있다. 일부 가상 계산에서는 양도세가 현행보다 네 배 이상 늘어나는 사례도 거론된다.
다만 실제 세액은 취득가격과 보유·거주기간, 필요경비, 매도가격 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정부의 최종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온라인에서는 “한 채를 20~30년 보유한 은퇴자까지 투기 수요로 봐야 하느냐”거나 “소득이 없는 고령자는 집을 팔지 않고 세금을 버티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매물 나와도 현금 부자가 산다
세 부담 강화가 초고가주택 가격을 낮추기보다 오히려 자산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장기 보유자가 세금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내놓더라도 대출 의존도가 높은 일반 실수요자가 수십억원대 주택을 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또 다른 고소득자나 현금 부자가 매물을 사들이면서 고가주택 지역에 자산가만 남는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가주택 지역에 고소득자와 자산가만 모여 사는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금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가격대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사라지는 대신 규제 기준 바로 아래 주택으로 이동하면서 특정 가격대의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초고가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실제로 얼마나 높일지는 최종 세제개편안이 나와야 알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1주택자 세제의 기준이 보유기간에서 실거주 여부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구체적인 개편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