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8.03 10:21
초고가 1주택에도 다주택 중과세율 검토
공정시장가액비율 올리면 부담 더 커져
장특공 폐지 땐 잠실 양도세 8511만원→3.2억
“2028년 전 절세 매물, 이후 다시 잠길 수도”
[땅집고] 정부가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팔 수 있는 퇴로를 넓히는 동시에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입자가 낀 집도 팔 수 있도록 거래 규제는 완화하되, 고가 주택을 계속 보유하거나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경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세제개편안이 현실화하면 서울 강남권과 용산·성수 등 초고가 주택 밀집지역의 1주택자도 종부세가 최대 80% 넘게 늘어날 수 있다. 비거주 1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세금이 오르기 전에 집을 팔지, 직접 입주해 실거주 요건을 갖출지를 놓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30일 관계부처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종부세 과세 기준을 보유 주택 수보다 주택 가액과 실제 거주 여부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일정 가격을 넘는 1·2주택자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앞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도 임대차계약이 남은 상태에서 집을 팔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시장에서는 매도 통로를 열어주는 대신 고가·비거주 주택의 보유 비용을 높이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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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초고가 1주택 종부세 9564만원→1억7388만원
현행 종부세는 과세표준 12억원을 넘는 구간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은 주택 수 구분을 사실상 없애고, 일정 가액을 넘는 1·2주택자에게도 현재 3주택 이상에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매기는 것이다.
홍자영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세무컨설팅팀 과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공시가격 45억500만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종부세는 현행 1978만원에서 2526만원으로 약 28% 늘어난다.
공시가격 61억600만원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전용 195㎡는 3315만원에서 4891만원으로 47.5% 증가한다. 공시가격이 121억7000만원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00㎡는 9564만원에서 1억7388만원으로 81.8% 급증한다.
2주택자도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액에 따라 세 부담이 늘어난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와 송파구 ‘리센츠’ 전용 84㎡를 보유한 경우 종부세는 1529만원에서 1935만원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정부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1주택자는 70%, 다주택자는 80%로 높이는 방안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과세율 적용에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까지 겹치면 과세표준 자체가 커져 실제 세 부담은 시뮬레이션 결과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다만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구체적인 세율과 공제액, 시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보유공제 없애면 양도세 2~4배
비거주 1주택자에게는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도 핵심 변수다. 현행 제도에서는 1세대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하고 10년 이상 거주하면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대해 각각 최대 40%, 합계 80%까지 공제받는다.
정부가 보유기간을 공제 대상에서 빼고 거주기간만 반영하면 실제 거주기간이 짧거나 세입자를 둔 1주택자의 양도세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부동산 인공지능 에이전트 솔루션 전문기업 아티웰스의 세법 개정 예상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주택을 13억원에 사서 10년간 보유하고 5년간 거주한 뒤 20억원에 팔 경우 현행 양도세와 지방소득세는 총 2517만원이다. 보유기간 공제를 없애고 거주기간 공제만 적용하면 7065만원으로 4548만원, 약 181% 늘어난다.
10억원에 취득한 주택을 같은 기간 보유·거주한 뒤 15억원에 매도하는 사례에서도 세금은 현행 480만원에서 1412만원으로 증가한다. 현행 세 부담의 약 2.9배다.
강남권처럼 시세차익이 큰 주택은 세금 증가액이 수억원에 달한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를 8억원에 취득해 30억원에 매도할 경우 현행 세금은 약 8511만원이다. 보유기간 공제를 전면 폐지하면 3억1771만원으로 3.7배 늘어난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취득가 16억원, 양도가 56억원을 기준으로 현행 세금은 2억4185만원이지만 보유기간 공제가 사라지면 8억3440만원까지 불어난다.
우 전문위원은 “강남권처럼 장기간 보유해 시세차익이 큰 주택일수록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에 따른 세 부담 변화가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제개편안이 구체화하면 은퇴를 앞두거나 현금흐름 부담이 큰 보유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세입자가 거주하는 상태에서도 집을 팔 수 있게 된 만큼 제도 시행 전에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핵심지에서는 이런 매물 출회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집을 팔고 나면 대출 규제와 높아진 집값 때문에 같은 지역에 다시 진입하기 어려운 데다, 매도 대신 직접 입주해 거주기간을 채우거나 증여·상속으로 명의를 이전하는 선택지가 있어서다.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대상을 고가 주택으로 한정하면 시행 시점으로 거론되는 2028년을 앞두고 일부 절세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이후에는 매도보다 증여나 상속을 통한 이전이 늘면서 매물이 다시 잠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핵심지 주택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져 주택시장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