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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카지노로 만든 샤머니즘 경제학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

    입력 : 2026.08.03 09:55 | 수정 : 2026.08.03 10:33

    코스피가 전장보다 360.42p(5.98%) 내린 5,663.24로 마감한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주가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등 증시가 투전판으로 전락하고 있다./연합뉴스


    [땅집고] 2026년 7월 31일,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무려 17.9% 폭등하며 6,595.45로 장을 마감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호재로 기록했던 역대 최대 상승률(11.95%)을 18년 만에 가볍게 경신했다. 삼성전자가 하루 만에 26.8% 급등하는 등 대형주들이 그야말로 ‘미친 폭등세’를 연출했다.

    지수판만 보면 샴페인을 터뜨려야 할 날이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서늘하다 못해 흉흉했다.

    이날 하루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 5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식시장을 탈출했다. 환호 대신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한 것은 "본전 오자마자 탈출했다", "다시는 국장(국내 증시) 안 한다"는 비명과 탄식이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폭등인가. 1500만 개미가 공포에 질려 피눈물을 흘리며 던진 우량주 물량은 외국인이 그대로 싹쓸이했다. 연일 매도 폭격을 퍼부으며 주가 폭락을 유도하던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에서 역대 최대인 8조 6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헐값으로 떨어진 대한민국 핵심 반도체 대형주를 유유히 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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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들에게 헌납한 노후 재산

    천문학적 자본력과 최신 정보, 고위험 파생상품으로 무장한 외국인 투기 세력에게 개미들의 노후 자금과 청년들의 피땀 어린 자산이 통째로 털렸다. 개미들 사이에서 "이번에도 거대한 개미핥기한테 당했다"는 비통한 자조가 쏟아져 나온 이유다. 이 비극의 시작은 정부의 자만과 탁상행정에서 출발했다.

    현 정부는 부동산으로 쏠리는 투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물꼬를 틀겠다며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폭탄을 투하했다.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자금을 흘려보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고 국민 자산을 늘려주겠다는 소위 ‘생산적 금융’을 호기롭게 선언했다.

    거창했던 구호의 대가는 참혹했다. 대출 규제로 영끌 내 집 마련의 꿈마저 빼앗긴 개인들은 억지로 주식시장이라는 고위험 투전판으로 떠밀려 들어갔다. 정부는 마치 주식시장의 리딩방이라도 된 듯 ‘아파트는 투기, 주식은 투자’.’부동산과 금융의 단절’을 외치면 투기판 주식시장으로 내몰았다. 금융위원회 고위간부가 방송에 출연 "빚투(빚내서 투자)를 그동안은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 투자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10년간 수익률을 분석해보니 주식 투자가 부동산이나 예금보다 나았다"며 주식 투기를 권했다.

    무소신 관료, 이성 상실

    그러나 정작 자본시장의 안전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대통령의 주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최소한의 견제 기능을 했어야 할 금융위원회과 금융감독원은 오히려 투기판 만들기에 앞장섰다.

    정부가 외치던 '자본시장 선진화'는 온데간데없고, 국장은 외국인 알고리즘과 고위험 파생상품이 지배하는 거대한 '슬롯머신'으로 변질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와 외국인의 파생 공격이 결합하면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 시장은 발작을 되풀이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의 결과는 하루에 10%이상의 폭등과 폭락이라는 사상 유래 없는 투기장, 카지노판으로의 변질이었다.

    결국 국장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 한 개인 투자자는 "미장은 물려도 펀더멘털이 있어 언젠가 살려준다는 믿음이 있지만, 국장엔 최소한의 신뢰조차 없다"며 미국 증시로의 이탈을 속속 선언했다. 기업의 성장에 투자하고 결실을 나누는 장기 투자 선순환 구조는 완벽하게 붕괴했다.

    올해 상반기 증권거래세 수입은 6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38.7% 급증했다.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식을 사고팔아야 했던 개미들의 피땀으로 정부는 조 단위의 세수를 챙겼다.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이라는 샤머니즘이 만든 필연적 결과

    한국을 거대한 카지노장으로 만든 것은 정책당국이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이 한국을 도약시킬 것”이라는 사이비 경제학에 빠진 결과이다. 아파트에 몰리는 돈을 뽑아서 주식시장으로 보내면 자산 양극화 극복, 저출산 극복, 혁신성장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된 유토피아가 열릴 것이라는 전세계에서 듣도 보도 못한 사이비 경제학을 한국 정부가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은 한국 경제를 중세로 되돌리겠다는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나 샤머니즘일 수 있어도 정책일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그래도 경제학사에서 소수파이지만 족보라도 있는 정책이었다.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은 개인의 편향된 상상력이 만든 황당무계한 정책이다. 주택시장의 등락보다 훨씬 더 크고 파괴적인 버블형성과 버블붕괴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주식시장에 전 국민을 내몰았다.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의 자금을 증시로 몰아준 결과 개인들에게 "주식은 사기다. 역시 남는 건 아파트 밖에 없다"는 신념을 강화시키고 있다. 부동산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증시를 선(善)으로 본 이분법적 사이비 경제학과 정책이 대한민국을 카지노판으로 만들고 있다. 정부는 늦었지만 반성하고 역사적으로 검증된 경제 정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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