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7.31 13:57 | 수정 : 2026.07.31 14:46
[땅집고] 이재명 정부가 정권 출범 초기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이유는 유능하다는 것이었다. 전광석화 같은 속도감을 자랑하면서 ‘효능감’ 있는 정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권 출범 1년이 넘으면서 자산시장의 정부 평가는 무능 정부를 넘어 무책임 정부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 "코스피 5000보다 쉽다" 집값… 무능에 진절머니 멘토
특히 주택시장은 참담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잡기가 코스피 5000 달성보다 쉽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부동산 투기 근절과 시장 안정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무차별적 대출 규제와 아파트 거래허가제를 도입했지만, 정권 출범 1년간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비교하면 문재인, 노무현 정부를 추월한다. 일부 언론은 역대 서울 아파트 폭등 1위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다.
지지자 그룹에서도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다. 한때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하는 멘토로 유명세를 떨쳤던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한 유튜브에 출연, “현재 부동산 정책 기조가 이어진다면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공급 정책을 제대로 준비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기본적인 공급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관료들이 일을 못하는 것인지 국토교통부 조직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잔금대출을 갑자기 막아 입주를 못 하게 만들거나 전세사기 문제도 결국 정부 정책 실패의 영향이 있었다”고 했다.
부동산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거명했던 부동산 전문가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무능한 주택정책에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고 질타했다. 그는 “시장이 과열된 뒤에야 대책이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시장을 선제적으로 끌고 가는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채 대표는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이 의장을 맡았던 민생연석회의의 금융·주거위원회에 참여했다. 그는 “총리주관 토론회를 보니 (내가) 1년간 비아파트(공급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국토부 장관은 드디어 인지를 이제야 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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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는 정권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도 대통령이 주관한 부동산 토론회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민생과 직결된 전월세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지 못했으며 결국 강남 등 초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양도세 인상이라는 ‘답정너’ 토론회로 끝났다는 비판이다. 보유세와 양도세 인상이 만병통치약처럼 거론되지만, 문재인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경험했던 매물 잠김, 보유세의 세입자 전가 문제, 은퇴자의 부담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당시 토론회에서 잔금열사까지 등장했다. 은행이 갑자기 잔금 대출을 줄여 입주를 못하게 됐다는 울부짖음을 듣고 대통령의 긴급지시가 있고 나서야 보완책이 마련됐다. ‘효능감’ 정부라는 찬사를 듣던 한국이 대통령을 만나 엉터리 정책의 피해를 호소해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시스템 오작동 국가로 전락한 것이다.
진보 스피커들이 한숨을 토하는 것은 무능한데다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놀라 자빠질 ‘초고강도’ 정책을 폈는데도 집값이 계속 치솟았다면 최소한 정부가 기존 정책을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정부는 반성은커녕 토론회를 열어 기존 정책에 대한 평가와 책임 대신 부자들이 세금을 덜내고 있다는 성토대회로 대응 했다. ‘무오류’ 정부라는 오만 탓일까.
◇ 증시까지 번진 오만… "국민 탓, 남 탓만"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허용으로 증시를 도박판처럼 변질시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책임을 질 줄 모른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증시 대폭락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개인 투자자 역동성 때문”이라며 사실상 국민 탓을 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면서 다른 고위직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변명을 했다. 그렇다면 전 국민을 도박판으로 몰아넣은 레버리지 사태의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인가.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과 부동산의 절연이라는 경천동지할 새로운 경제학 공식을 선포했다.
이재명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자산시장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오만이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시장을 이긴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결코 시장을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주식과 주택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투자와 투기로 구분하는 것은 선악, 흑백의 논리이다. 주택에 몰린 자금을 빼내 주식으로 몰아넣겠다는 이른바 생산적 금융론 역시 시장의 생리를 무시한 유토피아적 환상일 뿐이다. 내집마련조차로 대출을 강하게 규제해서 돈을 주식 시장으로 몰아 넣은 결과는 주식시장의 카지노화, 전국민의 우울증화로 밀어 넣었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