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7.27 09:20 | 수정 : 2026.07.27 09:30
해운대 아이파크 매물에 '집주인 대출 가능' 등장
대출 규제에 사금융 거래 확산 조짐
가계부채 사각지대 우려도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매각 과정에서 활용된 ‘매도인 근저당’ 거래 방식이 알려진 이후 집주인이 매수인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 방식이 강남권을 넘어 수도권과 부산 고가주택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은행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매수자들이 매도인에게 직접 돈을 빌리는 거래가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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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초고가 아파트인 해운대 아이파크 전용 112㎡ 매물에는 최근 ‘집주인 대출 가능’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매도자가 매수인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직접 빌려주는 조건으로 거래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매수인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매도인이 일부 자금을 빌려주고, 이후 근저당권을 설정해 채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사실상 은행 대신 집주인이 대출을 해주는 셈이다. 지화경 제니스마린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대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나온 매물인 것은 보인다”며 “매도자가 먼저 소유권을 넘기고 잔금을 나중에 받는 만큼 채권 확보를 위해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식인데 부산에서는 아직 매우 특수한 사례”라고 말했다.
셀러 파이낸싱은 새로운 거래 방식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을 당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일부 등장했다가 이후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배경에는 강화된 대출 규제가 있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축소됐고,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고가주택 매수자들의 자금 조달이 한층 어려워졌다. 현재 25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원 이하, 15억~25억원 주택은 4억원 이하,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수준으로 제한된다. 여기에 주요 시중은행들도 자체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매수자들의 자금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거래 방식이 알려지면서 강남·서초·송파구 등 고가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셀러 파이낸싱이 다시 활용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수원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 등 지방 주요 아파트 시장으로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다만 셀러 파이낸싱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셀러 파이낸싱이 자금 조달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개인 간 거래인만큼 위험도 크다. 매수인이 돈을 갚지 못하면 매도인이 경매 등 채권 회수 절차를 밟아야한다. 게다가 사인 간 거래를 체결할 때 금리와 상환 조건 등이 금융권처럼 표준화돼 있지 않다. 금융권 밖에서 개인 간 금융이 늘어나는 또 다른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상적인 금융권 대출이 막히면서 매도자가 직접 돈을 빌려주는 형태의 사금융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라며 “개인 간 차용은 금융당국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가계부채 관리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는 집주인 대출를 두고 ‘신박한 증여법’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무이자 또는 저리 거래는 증여세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타인에게 돈을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적정 이자율보다 현저히 낮은 금리로 자금을 제공해 경제적 이익을 얻게 한 경우 그 이익을 증여로 볼 수 있다. 특히 부모와 자녀 등 특수관계인 사이에서는 실제 대금 지급 여부와 이자 지급, 자금 출처 등을 더욱 엄격하게 검증받을 수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셀러 파이낸싱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매우 예외적인 거래 방식”이라며 “거래 구조에 따라 편법 증여 의심을 받아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사인 간 채무 거래인 만큼 자금출처조사 대상이 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