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7.24 15:00
대통령 냉담 기조+서울시장 사법 리스크, 재개발·재건축업계 '더블 악재'
[땅집고] “재건축의 경우는 가구 수가 늘어나는 경우들이 있긴 하지만 그 역시도 크게 늘어나는 것 같지 않다. 재개발의 경우는 사실은 총 입주 가구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과밀한 지역의 경우는 과연 신규 주택 공급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쟁은 있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
최근 공개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심 주택 공급의 핵심 축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공급 효과 회의론’을 제기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중앙정부 수장이 대놓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우호적이지 않은 인식을 드러내면서 재개발·재건축 업계에서는 “도심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물 건너갔다”며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 한계를 이처럼 정면으로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이 대통령의 공감을 얻은 전문가 패널들의 코멘트 역시 재개발·재건축 인허가물량 제한(총량제)와 민간 분양사업 중심 정비사업에 대한 지원 배제 등을 강조하며 기존 정비사업 위축 기조에 힘을 실었다.
채상욱 커넥티드코리아 대표는 “정부 대책에 민간 장기임대주택 공급 계획이 아예 빠져 있다”며 “민간 장기임대주택 건설·운영 사업자를 육성하고 별도의 공급자 금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지금처럼 규제를 완화하면 강남 고가 아파트만 계속 공급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서울 연간 재건축 물량을 일정 규모로 제한하는 총량 관리가 필요하며, 공공분양 비율이 높거나 분양가를 낮추는 사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노후 다세대·반지하 살라고? 주거사다리 연쇄고리 무시한 단순 셈법” 학계·전문가 우려
토론회 이후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과 학계에서는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시각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주택 시장의 메커니즘을 단편적인 ‘세대 수 숫자 맞추기’로만 해석한 위험한 발언”이라는 입장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정비사업의 진짜 공급 효과는 단순 가구 수 순증이 아닌 ‘주거 이동의 연쇄고리’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40평 신축 아파트가 공급되면 30평 구축에 살던 가구가 이동하고, 그 빈자리에 20평 다세대주택에 살던 신혼부부가 들어가는 방식으로 평균 5가구 이상의 주거 수준이 연쇄적으로 상향된다”며 “재개발로 지어지는 40평 아파트 한 채를 사라지는 다가구주택 원룸 하나와 1대 1로 상쇄해 공급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자극해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 불안까지 촉발할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정비사업 전문가로 불리는 김제경 투미부동산소장 역시 현재 집값 상승의 핵심은 빌라가 아닌 ‘아파트’라는 점을 짚었다. 김 소장은 “지금 시장의 문제는 빌라가 아니라 아파트 공급 부족”이라고 강조한다. 재개발을 막고 빌라만 때려지으면 빌라 가격만 떨어질 뿐 아파트 불안을 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 소장은 “정비사업을 위축시키는 것은 노후 다세대·반지하를 그대로 방치하자는 얘기”라며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등 금융 비용만 줄여줘도 사업성이 대폭 개선되는데, 대통령부터 공급 효과가 없다며 규제 위주의 인식을 갖고 있다면 정비사업 활성화는 난망하다”고 우려했다.
◇신통기획 오 시장도 위기, 이러다 정비사업 올스톱 우려
다른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재개발 사업 위축 시 부정적 연쇄효과가 일어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개발 총가구수가 줄수도 있지만, 늘어나는 현장도 있기 때문에 가구수로 사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재개발을 방치하면 노후 빌라촌은 슬럼화되고, 공급 시그널이 꺼지면서 신축 아파트 희소성만 높아져 ‘양극화와 구축·신축 간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서울 재개발이 쏠려 있는 강북권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강남 진입이 불가능한 30대에게 강북권 뉴타운·재개발은 양질의 주거 환경과 학군·도로망을 제공하는 유일한 사다리”라며 “과거 장위뉴타운 등 대규모 뉴타운 사업을 보면 30대 신혼부부와 젊은 층의 유입이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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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에 대한 이 대통령의 회의적인 태도가 공개적으로 확인되면서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 정비사업의 핵심 동력이었던 오세훈 시장이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으며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모아타운 등 오세훈표 사업들이 표류 위기에 놓인 가운데, 중앙정부마저 정비사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태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직 박탈 위기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인허가 속도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는데, 대통령 발언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나 금융 지원(이주비·사업비 대출)도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조합원은 물론 시공사들까지 사업 추진을 꺼리게 될 경우 서울 도심 공급 잔혹사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