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7.16 06:00
힐하우스 경영권 인수 무산-센터필드 GP 지위 유지
내부 안정화와 1000억원 인센티브 호재, 경영진 사법리스크 해소
[땅집고] 국내 최대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경영권 매각, 핵심 자산 이탈, 경영진의 사법리스크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최근 관련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상태다. 특히 5년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조갑주 대표이사 체제에서 회사가 안정화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투자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과 핵심 위탁 자산 이탈이 무산되면서 내부 조직 안정화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5년여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조갑주 대표이사와 관련된 사법리스크 역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제 없음’ 판단을 받아 이지스를 둘러싼 ‘3중고’가 모두 해결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 경영권 매각 무산, 당분간 내부 안정화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던 글로벌 사모펀드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6일 이지스 측에 인수 절차 중단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지스 측은 매각 작업을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시장 상황, 운용 실적 등을 고려해 당분간 내부 안정화에 치중한다는 입장이다.
매각 무산의 원인은 힐하우스와 이지스 사이의 매각 가격 격차로 꼽힌다. 힐하우스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1조1000억원의 인수가격을 제시했지만, 이후 불거진 리파이낸싱 부담, 일부 자산의 기한이익상실(EOD), 위탁자산 이탈 등의 우려로 평가액 인하를 추진했다. 이지스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상실했고 추가 협상도 끝내 무산됐다.
그로 인해 매각 과정을 주도한 김애미 투썸플레이스 사외이사의 입지도 좁아질 전망이다. 김 이사는 이지스 창업주인 故 김대영 전 의장과 최대주주이자 김 의장의 부인 손화자 씨의 딸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 ‘맥킨지앤컴퍼니’ 출신으로 김 전 의장 유족 측과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약 98.8% 지분의 주주대표를 맡아 매각을 주도한 인물이다.
◇ 센터필드 GP 유지, 핵심 자산 이탈 위기에서 대반전
힐하우스의 인수 포기와 더불어 이지스의 핵심 위탁 자산 이탈도 없던 일이 됐다. 국민연금 대체투자위원회는 지난 3일 역삼 센터필드의 위탁운용사(GP)를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교체하고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안건을 심의한 결과 최종 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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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필드는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들어선 연면적 약 24만㎡ 규모의 복합 오피스로,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각각 49.7%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이지스가 위탁운용하는 자산이다. 이지스의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주요 펀드 정보 제공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부동산투자실의 주도로 GP 교체를 추진했다.
당초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은 펀드 만기를 연장한 뒤 지난 4월 코람코자산운용으로 GP를 교체하려 했다. 하지만 대투위는 자산을 실제로 매각하지 않고 기존 GP에 1000억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성공보수 약 750억원, 코람코 측에서 지분이익 수수료 약 200억원 등 1000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힐하우스의 인수 의사 철화와 GP 교체 무산이 겹치면서 위기에 몰렸던 이지스는 최대 수혜자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매각이 무산되면서 인수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 가능성이 사라졌고, 센터필드 매각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도 직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매각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당초 GP 교체 시 지급될 약 1000억원의 수수료는 힐하우스 인수가격에서 차감될 금액이었다”면서 “힐하우스에 인수되지 않고, GP 지위를 유지하면서 센터필드가 매각되면 그만큼 금액이 내부 인센티브로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조갑주 체제 사법리스크도 해소
지난 4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조갑주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점도 내부 안정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5월 2022년 이지스 계열사가 운용하던 태양광 대출펀드 부실로 인한 자회사 사업회생 과정에서 조 대표 가족회사가 관여했다며 대주주 신용공여 의혹을 검사했다. 이에 대해 최근 금감원은 이지스 측에 ‘지적 불문’을 통보했고, 그 외 경영진이 직무정보를 이용해 투자했다는 의혹도 해소됐다.
조 대표의 입지가 탄탄해지면서 이지스의 지배구조 ‘새 판 짜기’가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지스 설립 초기인 2010년 회사에 합류한 조 대표는 성장 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주요 출자자(LP)인 국민연금과 갈등이 극에 달한 현 시점에서 신뢰 회복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대표 체제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이후인 지난 3일 이지스는 1조원대 프라임급 오피스인 종로구 중학동 더케이트윈타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3대 부동산 운용사로 묶이는 코람코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과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이지스가 자금 조달력, 자산운용 역량 등을 입증하면서 경영권 매각 무산 이후 흔들리던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