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7.12 06:00
분양가 최대 500억원… '더피크 도산' 공매행
PF 막히자 강남 하이엔드도 흔들
강남이면 다 팔린다? 옛말 됐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추진되던 초고급 주거시설 '더피크 도산'이 공매시장에 나왔다. 한 채당 분양가가 최대 500억원에 달하는 하이엔드 주거시설로 주목받았지만,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에 실패하면서 사업이 사실상 멈춰 섰다. 강남 핵심 입지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공매 절차를 밟게 되면서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하이엔드 시장도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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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크 도산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 일대에 지하 5층~지상 20층, 26가구 규모로 계획된 하이엔드 주거시설이다. 압구정과 청담을 잇는 핵심 상권에 위치해 있으며, 주택형별 분양가는 150억~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분양 이후 계약률은 약 50% 수준에 머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사업 부지는 공매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공매는 총 7회에 걸쳐 진행되며 최초 입찰가는 약 3245억원이다. 유찰이 반복될 경우 최저 입찰가는 약 1760억원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 본PF 전환 실패… 브릿지론 연장 반복
사업이 좌초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자금 조달 문제가 꼽힌다. 시행사 알비디케이(RBDK)는 2022년 약 2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조달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본PF 전환이 지연되면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만기 연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고금리와 부동산 PF 시장 경색이 겹치며 금융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상황도 악화됐다. 알비디케이는 최근 2년 연속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으며,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자산보다 1000억원 이상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 "강남이라고 다 팔리는 시대 끝났다"
현장에서는 시장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자산가들도 투자를 보수적으로 하고 있고 PF도 원활하지 않아 초고가 개발사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전처럼 강남에 짓기만 하면 분양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강남에도 경쟁할 만한 하이엔드 상품이 많아졌다"며 "입지만으로는 수요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더피크 도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논현동 하이엔드 주거시설 '포도 바이 펜디 까사' 역시 PF 조달에 실패하며 공매 절차를 밟았고, 청담동 멤버십 시설 '디아드 청담'도 여러 차례 유찰 끝에 새 주인을 찾았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 원장은 "하이엔드 수요 자체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더피크 도산은 시장 침체와 PF 경색이 맞물리면서 사업 추진 시기를 놓친 사례"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강남이라는 입지나 최고급 브랜드만으로는 사업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