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7.07 13:41
[땅집고] 우려했던 60조원대 ‘매도 폭탄’은 없었지만, 국민연금 자산 리밸런싱으로 인한 국내 주식 시장 불안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리밸런싱으로 인한 주가 폭락 우려가 당초 예상보다 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증시 하락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 반도체 기업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 다시 매도 폭탄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로 증시가 상승하게 되면 리밸런싱 압박이 다시 거세지는 ‘시한부 착시’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일정 비중을 맞추기 위해 자산을 매도 혹은 매수해야 하는 기계적 리밸런싱 원칙이 시장의 공포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코스피 하락 덕분? 국민연금, 매도 폭탄 없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를 통해 거액의 기금을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증시 호황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이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자산배분 비중이 기준을 넘기게 됐다.
올해 1월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 주식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고, 지난달에는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30%수준인 것으로 추산되며 리밸런싱 개시 시 매도 물량으로 나올 주식은 60조~7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우려대로 매도 폭탄이 시장에 떨어진다면 주가 폭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흘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158억원을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가 급락한 2일에는 535억원 순매도에 머물렀고, 3일에는 오히려 557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민연금의 매도가 우려보다 적었던 이유로는 리밸런싱이 가능해진 후 국내 증시의 급락이 꼽힌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도 크게 감소하면서 투자 비중 조정 압박도 약해진 것. 지난 2일 코스피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며 전 거래일보다 7.89% 하락한 7648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8000선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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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가치 역시 급감했다. 국민연금의 장부상 평가손실이 이날 하루에만 약 40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주식 평가액이 줄어든 만큼 목표 비중을 초과한 규모도 함께 감소해 리밸런싱 부담이 일시적으로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전략적자산배분(SAA) 6%포인트(p), 전술적자산배분(TAA) 2%p 등을 고려하면 최대 28.8%까지 국내 주식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실제 매도해야할 국내 주식이 기존 추산치인 60조원대보다 크게 감소한 14조~15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자산 비중 맞추는 ‘기계적 리밸런싱’, 오히려 공포감
다만 리밸런싱으로 인한 주가 하락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매도 부담이 줄어든 것은 증시 하락으로 국내 주식 평가액이 감소한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주부터 이어지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 이후 상황이 또 다시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57조2000억원을 뛰어넘는 한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이다.
국민연금의 기계적 리밸런싱이 오히려 시장의 공포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과 올해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일정 비중을 넘기면 자산을 조정해야 하는 기계적 매도가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은 주가가 올랐다고 바로 팔고 떨어졌다고 바로 사들이는 기관이 아니다”는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의 발언과도 배치되는 원칙이다.
증시 급변 상황에서 리밸런싱을 유예하는 대안이 제시됐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이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자산 종류별 목표 비중, 허용 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목표 비중 달성을 위한 자산의 매도, 매수를 한시적으로 유예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