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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하루 2시간만?" 월 100만원 프리미엄 고시원이라더니…

    입력 : 2026.07.05 06:00

    월 100만원까지 치솟은 '프리미엄 고시원'
    개별 에어컨 대신 중앙제어…그마저도 하루 2시간만?
    원룸 가격인데 주거 안정성은 여전히 고시원

    [땅집고] 2026년 5월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일대에 고시원. 코로나19를 시점으로 대학가와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고시원'이 우후죽순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고시원이라는 한계가 공존하면서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조선DB

    [땅집고] “한여름에 에어컨이 중앙제어 방식인 고시원이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프리미엄 시설을 기대하고 일반 고시원보다 더 비싼 돈을 내고 들어왔는데, 냉방을 하루 2~3시간만 가동한다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제보자 유모(25)씨

    서울 주요 대학가와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프리미엄 고시원’. 개별 욕실과 호텔식 인테리어, 공용 라운지, 무료 식사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내세우며 기존 고시원과 차별화를 강조한다. 운영업체들은 “원룸보다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공간”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 거주자들의 후기는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와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프리미엄 고시원’ 홍보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최근 2년 이내 리모델링을 마친 시설로, 호텔식 로비와 세탁 서비스, 조식 제공, 공용 헬스장 등을 앞세운다. 월 이용료는 70만~100만원 수준으로 과거 고시원보다 크게 올랐지만, 대학가나 강남권 인기 시설은 한 달 이상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수요도 적지 않다.

    이는 전세사기 여파와 높은 전월세 부담이 맞물리면서 보증금 부담이 적은 단기·소형 주거를 찾는 20~30대가 늘어난 영향 탓인데, ‘프리미엄’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 생활 환경은 기존 고시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땅집고] 지난 2016년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글쓴이는 "내가 사는 고시원 평가좀"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 에어컨은 하루 2~3시간 뿐...한여름에도 중앙제어

    지난 2016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가 사는 고시원 평가 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옆방과 에어컨을 함께 사용하는 구조인데 리모컨은 옆방 여성 입주자가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불쌍하다”, “에어컨을 틀고 싶을 때마다 벽을 두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 “본인 자식들이 산다고 생각하면 저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약 10여 년이 지난 지금,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내건 고시원의 현실은 어떨까. 당시에는 웃픈 사연으로 소비됐던 중앙제어 에어컨 문제가 지금도 일부 프리미엄 고시원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거주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달 초 서울 신림동의 한 프리미엄 고시원에 입주했던 유모(25)씨는 더운 여름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역시 냉방 문제를 꼽았다. 유씨는 “방마다 벽걸이 에어컨이 있는 줄 알았는데 천장 환풍구처럼 생긴 냉방구만 설치돼 있었다”며 “리모컨은 없었고 모두 중앙제어 방식이라 주인이 정해진 시간에만 냉방장비를 켜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 2~3시간 정도만 냉방이 나왔고, 나머지 시간은 너무 더워 미니 선풍기를 얼굴 앞에 두고 잠을 자야 했다”며 “정말 지옥 같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강남에서 단기 근로를 위해 프리리엄 고시원에 입주했던 신모(34)씨도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신씨는 “중앙 복도에만 에어컨이 두대 마련돼 있었고 개인 방 안에는 없었다”며, “그 마저도 에어컨을 켜고 끄는 권한은 모두 운영자가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한여름에도 정해진 시간 외에는 냉방이 되지 않아 생활하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냉난방처럼 기본적인 생활환경은 기존 저가 고시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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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설은 좋아졌지만 구조적 한계는 그대로

    최근 프리미엄 고시원이 외형은 고급화됐지만,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행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은 고시원을 학습자가 숙박 또는 숙식을 할 수 있도록 구획된 공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안전기준이 강화되면서 스프링클러 설치 등은 개선됐지만 긴 복도 구조와 작은 실면적, 공용시설 중심의 생활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기 거주 시 프라이버시 침해, 층간·생활 소음, 공용 주방과 세탁실 이용 갈등 등이 반복되고 있으며, 화재 발생 시 대피 여건 역시 근본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규석 한국고시원협회 회장은 "최근 고시원 가격이 오른 것은 물가 상승 때문만이 아니라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 보니 운영자들이 자체적으로 시설을 손보고 임대료를 크게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프리미엄 고시원은 월 이용료만 보면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주거 안정성과 생활 여건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형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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